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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꿈을 꾸는 이 도시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아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어디로든 멀리 떠나고 싶어
어디로 떠날지 망설이다 표를 끊어버린 곳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검은땅의 나라 아프리카로...
(장혜진의 '아프리카 여행' 중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만 같은 아프리카. 지난 1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특별전시장에서는 'A Day in the life of Africa(아프리카의 어느 하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을 통해서 마치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 있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한 디지털카메라 업체가 주관한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한 수준높은 작품들이 눈길을 끌고있다. 이들 중에는 퓰리처상이나 세계 보도사진상의 수상자가 수십 명에 이른다.

사진으로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 재미 쏠쏠

'A Day in the life of Africa'는 약 20년간에 걸쳐, 세계 각국의 문화를 기록해 온 베스트 셀러 사진집 'A Day in the Life' 시리즈의 최신작에 해당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 총 13회 촬영된 내용은 사진집으로 이미 전세계에 350만부 이상 판매됐다.

세계 26개국 100여명의 사진작가가 아프리카 53개국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들을 사진 속에 담아냈다. 모리셔스, 까뽀베르데, 자부티와 같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나라도 있었다. 이번 작업은 2002년 2월 28일 하루동안 아프리카 전역의 가정, 학교, 집단에 파견되어 펼쳐지는 아프리카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면서 엮어냈다.

하루동안 담아낸 아프리카의 생생함이 가득

아프리카의 생생한 생활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공기가 희박한 고지에서 학교까지 먼거리를 뛰어다니는 케냐의 어린 학생들.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도에 물을 뿌리는 이집트의 상점주인. 진흙투성이 길을 '자전거 택시'를 타고가는 우간다의 아가씨. 정치부패와 내전으로 교통인프라가 파괴된 콩고민주공화국에 남은 것이라곤 기차뿐.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통근열차는 그야말로 '썩었다'는 표현밖에 어울릴 것이 없어 보였다.

빈부격차의 모습도 엿보였다. 지붕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건물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있는가하면, '아프리카의 이튼고'를 모델로 한 명문 사립고등학교도 있다. 깔끔한 교복을 입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정부 고관의 자제들이라고 한다. 배수관에서 물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고급 주택가의 스포츠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는 남아프리카의 젊은이들도 있었다. 아프리카라고 해서 모두가 가난한 것은 아니다.

비극적인 아프리카 대륙의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어린이를 유괴하여 병사로 이용(시에라리온), 이슬람 정부와 기독교도의 심한 내전(수단)은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아프리카에 가득함을 보여줬다. 인간의 혼을 다 잡아먹는다는 '만쥬즈 댐'은 더욱 가슴이 아팠다. 사악한 힘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어 따돌림을 당한다는 폐경기의 여성. 비참한 죽음의 책임을 지게 된다니, 이 얼마나 미개한 전통이란 말인가?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검은 대륙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은 끔찍했다. 어린이를 포함해서 HIV 양성반응을 보인 남녀가 2500만명을 넘어서고 1분에 2명 꼴로 에이즈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는 아프리카의 현실. 이번 사진집에서 얻은 이익은 전액 아프리카 에이즈교육 프로그램 설립자금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HIV 양성으로 진단받은 모친의 유아가 검사를 받고있는 모습은 가슴이 아팠다. 저 어린아이가 무슨 잘못이라는 말인가?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에이즈 치료약조차 구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다고 했다. 남아프리카는 전인구의 아홉명 중 한사람이 HIV 바이러스 감염자라고 했다.

잠비아에서는 여자들이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서 장거리 운전수들에게 매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거리 운전수들은 다시 에이즈를 퍼뜨리게 되고. 에이즈에 걸려 깡마른 환자를 보살피고 있는 호스피스의 모습에서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함께 희생정신을 느꼈다. 또한 에이즈가 단순히 아프리카 대륙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전인류의 문제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 오늘을 직시하자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번 전시가 열린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 속에 담아냈다는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다. 우리에게 아프리카 대륙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존 아이작 이라는 사진작가가 남긴 코멘트는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듯하다.

'어제는 꿈에 지나지 않고 내일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을 잘 산다면 모든 어제는 행복의 꿈이 되고, 모든 내일은 희망에 가득 찬 환상이 된다. 그러니, 오늘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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