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청앞에서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광화문우체국앞까지 행진을 벌인뒤 저녁 6시 20분경부터 경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청앞에서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광화문우체국앞까지 행진을 벌인뒤 저녁 6시 20분경부터 경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화염병을 든 노동자.
화염병을 든 노동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예견된 사태...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광화문이 울고 있다.

지난해 여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환희에 찬 함성으로 가득찼고, 또 연말에는 촛불집회로 인파가 넘쳐났던 광화문 네거리가 오늘은 2년여만에 등장한 화염병 불길로 울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 5만여명(주최측 집계)은 9일 오후 3시부터 시청 앞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03 전국 노동자대회'를 가졌다. 오늘의 행사를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이 행사가 최근 잇달아 발생한 노동자들의 분신 및 자살에 뒤이어 나온 이 땅의 노동자들의 '분노의 한마당'이었다는 점이다.

손배소송과 가압류로 기초생활마저 어렵게 된 노동자들은 지난 2001년 3월 종묘공원에서 개최된 공기업 매각반대 집회 이후 2년 7개월만에 시위장에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나왔다. 시위대와 진압경찰간의 충돌로 양측 모두 수 십명의 부상자를 내기도 했다.

오늘의 충돌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이를 중재하고 어우를 '완충지대' 하나 갖지 못한 채 휴일 도심을 충돌의 장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물론 과격시위를 주도한 시위대를 변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늘의 사태는 이들만의 책임으로 전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동자,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사업주들의 인식태도는 여전히 부정적이며, 정부당국의 대책이나 중재노력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우리사회의 갈등을 중재하려는 지식인 진영의 움직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사태는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민주노총은 12일 총파업을 통해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19일에는 전국 농민대회가 또 예고돼 있다. 농업개방 한파가 이 초겨울 농촌에도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어 농민들의 분노 또한 극에 달한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잇딴 죽음의 행렬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우리사회에는 진정 이성과 상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당국과 기업, 그리고 지식인 진영이 노동계와 흉금을 터놓고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장'을 갖기를 바란다. 더 이상 광화문을 울려서는 안된다. / 정운현 편집국장


<12신 : 9일 저녁 9시>
노동자 50명 중상, 연행자 110여명 달해


최근 연이어 분신자결한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던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5만여명은 9일 오후 8시경 경찰의 진압으로 모두 해산했다. 이중 1만 5천명 정도의 노동자들은 명동성당으로 재집결해 정리집회를 한 뒤 밤 9시경 해산했다.

각 지부별로 열린 정리집회에서 노동자들은 경찰의 강경진압에 거세게 항의했고, 12일 총파업 강행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서의 부상자는 50여명(중상자). 이들은 서대문 적십자병원과 충무로 백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또 시위 과정에서 연행된 노동자는 약 110여명에 달한다.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이날 시위와 관련 "노동자가 죽어가는데 최근 법무부 장관, 노동부 장관, 행자부 장관이 발표한 담화문의 내용은 공허하다"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화 시대에 분신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이 크게 격앙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실장은 "지난 6일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노동자 50여명이 심하게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조합원들 사이에 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늘 집회에서 사용된 화염병 시위는 2001년 3월 종묘공원에서 열린 공기업매각 반대집회 이후 2년 7개월만의 일이다.

한편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이송된 화학섬유노조 소속 조합원 허윤석씨는 의식이 돌아와 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내일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12일 총파업과 향후 노동정국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과 함께 대응책을 협의해 갈 예정이다.

소설가 조세희 노동자대회 '사진기자'로 참여

▲ 주최측 차량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는 소설가 조세희.
ⓒ오마이뉴스 박형숙
'난쏘공(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의 작가 조세희(60)씨가 오늘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소설가가 아닌 '사진기자'로 참가했다.

조씨를 목격한 건 민주노총 이동차량 위. 오후 2시경 종묘에서 열린 금속노조 사전결의대회가 끝나고 시청광장으로 이동하던 중 조씨는 선두에서 집회대오를 이끄는 민주노총 차량에 올라타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기자가 다가가 "선생님 몸은 괜찮으세요?"(그는 평소 몸이 안좋아 오래 대화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라고 인사하자 지긋이 웃어보이기만 했다. 그러더니 "더 큰 데서 만나자"며 본대회가 열리는 시청광장쪽을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금속노조의 박점규 선전실장은 "저 분이 조세희 선생인지는 몰랐다"며 집회 때마다 자주 보기는 했지만 나이든 사진기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그 유명한 '난쏘공의 조세희'인지는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조씨는 몇 년 전부터 노동자들이 모인 집회현장을 다니며 흑백으로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다.

또 한 그는 1985년 사진기를 들고 강원도 사북지역에 들어가 탄광노동자의 삶을 100여점의 사진과 글로 담은 <침묵의 뿌리>를 출간한 바 있다. / 박형숙 기자

<11신 : 9일 저녁 7시30분>

부상당한 노동자 1명 의식불명으로 알려져... 시위는 진정기미


노동자 시위는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한 명이 종로 시위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에 따르면 "코오롱 노조 조합원 허윤석씨가 경찰에게 맞아서 서대문 적십자병원으로 후송됐는데 의식불명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노동자 시위대들은 종로쪽에서 거의 물러난 상태다. 따라서 종로쪽에서 광화문쪽으로 이동하는 차선은 완전히 재개됐고, 반대쪽 차선은 현재 1개 차선만 소통되고 있다.

시위대는 을지로 방향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부상당한 시위대를 실어나르기 위해 병원 구급차 10여대가 대기하고 있다.

"왜 시민을 때리나... 우리나라 경찰 이 정도인가"
[시민 반응] 경찰 과잉진압 성토

9일 저녁 7시 현재 경찰과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던 노동자들은 종각역 사거리에서 뿔뿔히 흩어진 상태다. 경찰이 현재 종각역 사거리를 차지했고, 이에 노동자들은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사거리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사이렌을 울리며 거리를 지나는 구급차는 노동자 뿐만 아니라 경찰도 실어나르고 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경찰의 과잉진압을 성토했다.

노원구에서 왔다는 한 40대 남성은 "딸아이와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왔다"면서 "교보문고 사거리는 촛불시위나 평화적 집회로 대화가 이뤄지는 문화가 형성됐는데 오늘 경찰과 노동자들이 격렬하게 싸우는 것을 보니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계모임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위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할아버지(71)는 "노동자 2명을 경찰 15명이 질질 끌고 가길래 왜 잡아가냐 항의했더니 경찰이 우리 가족도 잡아갔다"면서 "이 나라에는 어른도 없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리를 지나던 이경인(22. 외대)씨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조금 안다"면서 "식당이나 서점에서 시급 2500원을 받고 일했는데 아무 것도 보장이 되지 않았다"며 노동자의 시위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산다는 장봉주·이명숙(개인사업) 부부는 "노동자들이 잇달아 분신하는 것을 보고 집회에 나가보자는 생각으로 광화문에 왔다"며 "경찰이 시민도 가리지 않고 과잉진압하는 광경을 보고 오죽하면 노동자들이 화염병 들고 나왔겠는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렀다는 환일고등학교 설종훈·최우훈군은 "우리나라가 이런 모습이냐"면서 한숨을 쉬었다. 특히 경찰이 꿈이었다는 최우훈군은 "경찰 모습을 보니까 답답하고 실망스럽다"면서 "나는 경찰에게 중요한 것은 첫 번째도 국민의 안전이고 두 번째도 국민의 안전인데 이렇게 무자비하게 인도에 있는 시민들마저 때리고 몰아세우는 것을 보면서 경찰 수준이 이 정도인지 몰랐다"고 개탄했다. / 박형숙

<10신 : 9일 오후 6시20분>
종로거리는 불바다... 전쟁터 방불


교보문고 근방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종로쪽 도로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터지면서 불바다로 변했고, 일부 노동자들은 보도블럭을 깨 투석전을 벌이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상당한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일부는 부상당한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경찰은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거나 소화기를 뿌리며 노동자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인근 식당 등에 몸을 피한 상태다.

경찰의 진압이 강경해지면서 현재 시위대는 종각쪽으로 밀려나 있다.


광화문우체국에서 시위를 벌이다 종각역까지 밀린 노동자들이 지하철입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광화문우체국에서 시위를 벌이다 종각역까지 밀린 노동자들이 지하철입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시위도중 부상당한 사람이 후송되고 있다.
시위도중 부상당한 사람이 후송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광화문우체국앞에서 경찰과 노동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광화문우체국앞에서 경찰과 노동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9신 : 9일 오후 6시>
쇠파이프에 이어 화염병 등장


쇠파이프에 이어 화염병이 등장했다.

프레스센터 앞쪽에 있던 노동자 시위대 본대열은 을지로에서 종로를 거쳐 광화문 교보문고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맨 앞쪽에 있는 사수대도 2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손에는 쇠파이프와 화염병 등이 쥐어져 있다. 거리 곳곳에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있으며, 경찰과 노동자 시위대 측 모두 방송으로 "시민들은 대피하라"고 외치고 있다. 거리의 상점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

현재 시위대는 교보문고를 200여미터 앞에 두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위대는 종로쪽 거리를 완전히 점거한 상태다.

시위대는 '파업가'와 '민주노총가' 등 노동가요를 부르거나, '노동탄압 철폐하라'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고 있다.

거리에는 1000여개의 깃발이 진을 치고 있으며, 시위대와 경찰 병력과 대치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8신: 9일 오후 5시30분>
경찰, 과잉진압 장면 취재 카메라 길바닥에 내동댕이쳐


노동자 대회 시위 대열 선두는 여전히 프레스센터 앞쪽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프레스센터 옆쪽 길로 50여명의 사수대가 시위 행렬 선두쪽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으면서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마구 곤봉과 방패를 휘둘렀고, 이 장면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디지털 카메라를 뺏아 거리에 내동댕이치면서 기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기자들이 "그만하라"고 소리를 치기도 해지만, 경찰은 막무가내로 사수대를 진압하고 있다.

현재 50여명의 사수대는 경찰에 붙잡혀 길바닥에 엎드린 채 손을 뒤로 하고 있다. 이중 한 명의 사수대가 호흡곤란으로 기절해 경찰에게 구급차 호출을 요청했지만, 소식이 없어 몇명의 노동자들이 기절한 사수대를 들어나르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쓰러진 조합원은 대우자동차 창원지부 소속인 이호씨(37)로, 이씨는 경찰에 의해 진압된 뒤에 곤봉 등에 맞아서 정신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청 뒷골목에서 쇠파이프를 든 노동자 사수대들이 경찰에 포위당해 있다.
서울시청 뒷골목에서 쇠파이프를 든 노동자 사수대들이 경찰에 포위당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시청 뒷골목에서 경찰에 포위당해 항복의 표시로 두손을 들고 있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서울시청 뒷골목에서 경찰에 포위당해 항복의 표시로 두손을 들고 있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시청 뒷골목에서 경찰에 연행된 노동자 사수대 50여명이 손을 머리 위에 올린 채 경찰에 둘러싸여있다.
서울시청 뒷골목에서 경찰에 연행된 노동자 사수대 50여명이 손을 머리 위에 올린 채 경찰에 둘러싸여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7신:9일 오후 5시20분>

"우린 오늘 광화문에서 촛불시위 합니다"
단 위원장, 강경한 어투로 투쟁 결의 다져


경찰이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 쳐놓은 '전경차 바리케이드'를 넘어와서 시위대를 강제로 진압하고 있다. 버스 위에는 경찰과 노동자들이 뒤섞여 있으며, 경찰이 휘두른 방패와 곤봉에 맞아 쓰러지는 노동자들도 보인다.

시위대 선두는 후미와는 달리 쇠파이프를 든 노동자들이 없으며, 이들은 경찰의 곤봉과 방패에 대나무 깃발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단 위원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단호한 어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광화문에서 평화 촛불시위를 하기로 했는 데 경찰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정부는 왜 평화집회를 허용하지 않는가. 우리는 광화문에서 오늘 촛불시위를 한다."

하지만 경찰은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가정으로 복귀하십시오. 공권력이 투입될 수 있으니, 기자들은 길 가로 나와주십시오"라면서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한편 시위대 후미는 을지로 입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6신 : 9일 오후 5시5분>
시위대-경찰 광화문에서 대치... 긴장 고조


시청 앞 노동자대회 본대회는 9일 오후 4시40분경 끝이 났고,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하기 위해 이동하려는 시위대와 경찰이 프레스센터 앞쪽에서 대치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차량 12대를 바리케이드 삼아 12차선을 가로막고 있고, 살수차도 동원됐다. '버스 바리케이드' 뒤쪽에는 경찰 병력 1만명이 배치되어 있다. 지방에서 올라온 전경 차량이 간간히 눈에 띈다.

단병호 위원장 등이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있는 시위대 선두는 경찰병력과 10미터 사이를 두고 프레스센터 앞에서 대치하고 있고, 4만여명의 조합원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시위 대열 후미에서는 쇠파이프와 각목을 든 1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앞장서며 을지로 1가를 통해 광화문으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평화집회를 막는 경찰이 과잉진압을 해올 경우 그 이후 사태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선일보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있는 노동자들.
조선일보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있는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5신: 9일 오후 4시40분>
"오늘부터 손배가압류, 비정규직, 구속·해고 모두 무효다"


노동자들의 분노 목소리가 극에 달했다.

시청앞 노동자 대회 무대 앞쪽에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라고 적힌 대형 혈서가 내걸렸고, 을지로 1가 롯데백화점 앞에는 양 차선을 가로막고 마스크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5백여명의 사수대가 거리를 점거하고 있다.

이들은 쇠파이프를 들고 '단결투쟁가'를 부르고 있다. 이들이 두른 수건에는 열사정신 계승 노동해방 사수대라고 적혀있다.

현재 대회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결의문 낭독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무대 위에 올라가 연대사를 한 연사들은 다음과 말했다.

정광훈(연대사.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 "오늘부터 손배가압류, 비정규직, 구속·해고 모두 무효다. 파병도 무효다. 12일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는 모두 노예다. 노동자·농민·빈민들이 나서서 노무현 정권을 뿌리 뽑아야 한다."

정현백(파병반대 국민행동 공동대표) "이라크 국민이 원하지 않는 파병은 우리의 헌법과 국회법에 어긋나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특히 파병은 미국 국민 다수의 의사와도 반대되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은 부시를 비롯한 미국 보수강경파들의 입장일 뿐이다. 이 때문에 이라크 파병이 한미동맹을 굳세게 할 것이라는 말도 맞지 않는다. 이라크 파병 반대에 함께하자."

권영길(민노당 대표) "지금까지 민주노총을 건설하고 지키는 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몸을 던졌다. 오늘 2003년 노동자대회는 고난의 길을 노동해방의 길로 바꾸는 대회다. 그리고 수구보수 세력과 보수 언론이 친노동자 정권이라고 하는 노무현 정부가 사실은 반노동자 정권임을 분명히 밝히는 대회다. 이제는 노동자가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전국의 노동자들과 함께해서 노동탄압·이라크 파병·부패정치를 끝장내고, 내년 총선 때 멋진 승리를 거둘 것이다."

연대사가 끝난 뒤 노동자들이 플라자호텔에서 시작해 총파업 결의를 다지는 파도타기를 했고, 꽃다지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롯데백화점앞으로 진출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앞으로 진출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4신 : 9일 오후 4시>
행사장 분노의 열기 후끈... 쇠파이프 등장


노동자집회가 열리는 시청앞 광장은 '분노'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행사장 주변에는 1000여개의 쇠파이프가 노동자들의 손에 쥐어지고 있고 복면을 한 노동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조합원들의 현장 발언이 이어지고 있고, 이들은 "또다른 열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오늘 모두 달려갈(경찰에 소환될) 생각을 하자"라는 외침도 들리고 있다.

집회 참가자는 4만여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규모가 훨씬 커졌고, 조합원들의 각오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오늘 집회가 이대로 끝나면 간부들의 목이 날아갈 판"이라며 "조합원들의 결의나 분노는 극에 달해있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장에서 만난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하종강씨는 최근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손배가압류 문제와 관련 다음과 같이 말했다.

"1백년전 영국 시민법상에서나 가능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 손배가압류법이다. 노동자가 노동 3권을 행사하는 것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재산을 가압류하는 논리는 사회법 체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국내 법조인들은 사회법이라는 것 자체를 배우지 못했고, 그것에 대한 인식이 일천하다. 이 때문에 노동자의 목을 죄는 손배가압류에 대해 학자나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채권 채무 관계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것이 현재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는 핵심적인 이유이다."

대우자동차의 한 조합원은 "한달에 4명씩 죽어가는 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고 반문한 뒤 "오늘은 그야말로 노동자들이 어떤 존재인가, 단결된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겠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지난 5-7일에 열린 아시아 노조 연대회의에 참석했던 네팔 노총의 사무총장인 리말씨는 "네팔과 한국은 경제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위상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직접 와보니 상황이 매우 나쁜 것같다. 오늘 집회에 참석해서 한국의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니 감명깊었다. 승리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STOP! CRACK-DOWN'(강제추방 중단하라)라고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두른 이주노동자 버지라(수원 건설 일용직 노동자)씨는 "11년째 한국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왔는 데 지난 11년동안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면서 "일용직 노동자는 그야말로 비정규직중에 1등으로 상황이 좋지않다"고 말하면서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광주전남 지역 상용직(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웅씨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하는 게 비정규직이다"라고 말한 뒤 "아이엠에프 이후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지만 노동자의 권리는 하나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부디 노동자로서의 대우 만큼은 받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는 한마디로 똥푸는 일을 한다"고 소개한 광남위생(정화조 관련 업체)의 한 조합원은 "구청에서 민간위탁을 하고 있는 데 조합결성을 시도해다가 길거리로 내몰린 조합원이 그동안 너무 많았다"며 "우리는 정화조 사업만큼은 직영화해야 하고 그래야만 고용안정이 보장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똥푸는 일을 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인 40000여명의 노동자들.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인 40000여명의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3신 : 9일 오후 3시20분>
시청 앞 4만명 운집...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더이상 죽이지 마라.'

9일 오후 3시부터 시청 앞에서 열린 노동자대회 원형 무대에는 이같은 글귀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현재 시청 앞 광장에는 4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운집해 있고, 이들이 내건 각 노조지부 깃발만 해도 1000여개는 넘어보인다.

또 노동자들의 손에는 '손배가압류 철폐',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동탄압 분쇄' 등의 글귀가 적힌 종이 포스터가 쥐어져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지역 10여개국에서 온 100여명의 아시아지역 노조 간부들이 참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무대에서는 단병호 위원장의 대회사가 이어지고 있다.

단 위원장은 "이미 고인이 된 김주익 동지, 이용석 동지, 곽재규 동지 등에게 1400만 노동자의 추모의 뜻을 바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단 위원장은 "참여정부, 개혁정부를 표방한 현 정권의 정체성이 출범 1년이 되기도 전에 반개혁정권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2신 : 9일 오후 2시15분>
오후1시부터 종묘공원서 금속노조 사전결의대회 열려


"오늘 집회에 참석했는 데, 한 식당 아줌마가 왜 데모하냐고 물었다. 회사에서 650명을 정리해고해서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는 데 그 아줌마가 말하기를 '돈을 더 받을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나는 '노동자 16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고 있으면, 노동생산성이 16배가 올라야 하는데, 그럼 돈을 더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신문에서는 노가다하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요'라고 대답했다."

9일 오후 1시부터 종묘공원에서 열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사전 결의대회에서 한 한진중공업 조합원이 단상에 올라가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노동 현실이 답답하다며 털어놓은 말이다.

1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날 사전 결의대회에 참석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최근 잇딴 자살 등으로 인해 사뭇 격앙되어 있다. 이들은 특히 "33년 전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분신했는데, 지금의 우리현실도 마찬가지"라면서 목청을 높였다.

이같은 분위기 탓인지 이날 집회에서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은 "중소사업장이 대부분인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이번 노동자대회에 이만큼 참여한 것에 대해 놀랍다"면서 "손배 가압류 때문에 조직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속노조가 죽음을 딛고 총파업의 선봉에 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진중공업 조합원 30여명은 상복을 입고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여전히 김주익 열사는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투쟁중이고, 곽재규 열사는 지하 11미터 도크장에서 투쟁중"이라며 "손배가압류 철폐, 비정규직 차별 철폐, 정부의 노동탄압 중지 등 3가지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더 이상 죽지 말고 투쟁해나가자"고 외쳤다.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막대풍선을 가지고 집회에 참여했다. 현대차 정비본부 부산지부의 한 조합원은 "우리의 경우 10년을 근무해서 받는 돈이 연봉 3000만원에 불과한데도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6000만원 연봉을 받는다고 왜곡보도했다"면서 "조합원들이 맥이 빠져있고 조직 결속력에 많은 영향력을 받았지만 다시 투쟁의 대열에 적극 가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조합원 1만여명은 현재 사전집회를 마치고 종묘에서 시청앞 광장으로 4개차선을 점거한 채 평화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행진 주변에는 교통경찰 2개 소대가 배치되어 있다.

한편 광화문 조선일보 사옥 앞에는 언론사 비정규직 노동자 50여명이 모여 오후 2시부터 사전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조선일보는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대하라고 외치고 있다"면서 "조선일보와의 싸움은 우리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외치고 있다.

오후 3시부터 본대회가 열리는 시청 앞 광장에는 현재 1만5000명의 노동자들이 운집해 있으며, 서울 각지역에서 사전행사를 마친 노동자들이 도보 또는 지하철을 타고 계속 모여들고 있다. 시청 앞에는 현재 교통이 부분 통제되고 있다.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시청 광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노동자들.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시청 광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신 : 9일 오전 11시35분>
전국노동자대회 오후 3시 시청앞 광장에서 열려


오늘(9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0만여 명의 노동자가 참가한 가운데 민주노총 '2003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최근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과 관련 손배가압류 제도개선 및 비정규직 차별철폐, 이라크파병 반대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에서 "노동자들이 잇따라 분신자살하는 등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은 노무현 정권이 집권 초기 약속했던 △비정규직 차별 해소 △손배가압류제도 개선 △파업현장 경찰 투입 자제 △비폭력 불법파업 불구속 수사 원칙 등 개혁적 노동정책을 포기하고 재벌과 기업을 대변하는 강경한 노동탄압정책으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라고 규정한 뒤 "정부가 특단의 수습책을 내놓지 않으면 12일 전면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또한 "이라크 파병과 국민연금법 개정 등 반개혁적 정부정책을 규탄하며 11월15일 범국민대회, 11월19일 농민대회, 12월3일 민중대회와 연계해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는 범국민운동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측은 "새정부 출범 8개월째인 지금 144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되었고, 46개 사업장에서 1400억대의 손배가압류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전체 철도, 지하철, 발전소,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가 사용주로 있는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400억대의 손배가압류를 제기해 정부 자신이 노동탄압에 앞장서왔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본대회에 앞서 이날 오후 1시부터 종묘공원, 서울역, 국세청 앞, 을지로 훈련원공원, 조선일보사 앞 등에서 사전결의대회를 연 뒤, 시청 앞 광장까지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거리 곳곳에서 펼쳐질 사전대회에 대해 "예년처럼 집회나 홍보물 배포 등 단순한 방식이 아닌 노동자의 요구를 알리는 서명운동, 스티커 여론조사, 퍼포먼스, 소공연 등 시민과 함께 하는 장을 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 본대회장은 참가자 모두가 어느 방향에서든 잘 볼 수 있도록 시청광장 가운데에 원형 무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집회가 폭력 시위로 변질될 경우 엄정 대처하고 분신 등 돌발사태 차단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 하루 전인 8일 저녁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대운동장에서 1만 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행사를 열고 최근 잇따라 목숨을 던진 노동자들을 추모했다.

해마다 11월에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는 1970년 11월 13일 분신 자살한 노동자 전태일의 뜻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8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6년째 여는 것으로, 하반기 노동계 투쟁의 시발점이 돼왔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