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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9시 송광수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으로 출근하자 출입기자들이 몰려 들어 질문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9시 송광수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으로 출근하자 출입기자들이 몰려 들어 질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전(一戰)을 앞둔 평온인가.

송광수 검찰총장은 지난 5일 출근길에서 "전쟁 전체를 봐야지 전투의 한 장면만 보면 안된다"며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전쟁'으로 비유해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대검찰청을 일컬어 '전쟁터'라고 하고 대검 중수부 검사는 '전투병',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종군기자'라고나 할까.

'불법대선자금'과의 전쟁에서 이미 검찰과 정치권과의 '전투'는 시작됐다. 검찰은 불법자금을 정치권에 건넨 기업체에 대해 '최후통첩'을 보냈으며, 선전포고도 끝낸 상태다.

검찰은 지난 한 주 동안 대선 당시 자금관리자들과 기업체 수사를 벌이며, 숨가쁜 시간을 보낸 탓인지 8일(토) 주말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검 기자실도 마치 잠시 '정전'이 이뤄진 듯 주말 풍경은 고요하다.

대검 기자실 북적북적 작은 전쟁터

검찰과 함께 또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들은 어떠할까.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이자, 대검찰청을 출입하는 기자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대검 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들은 기존의 20여 개 언론사 출입기자들 30여 명 외에도 지역 언론, 경제지, 시사주간지 등에서도 기자들을 보내 그 수가 50여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기자실에 노트북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찾기조차 쉽지 않다.

기자실을 둘러본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기자들이 많이 찾기는 드문 것 같다"며 "한 언론사마다 2명 이상 제한하든지, 두 명에서 한 명 더 보내면 자릿세를 받는지 해야겠다"고 우스개 말을 남기기도.

검찰 측에서는 기자실 내에 10명이 앉을 수 있는 책상과 전기 콘센트를 추가로 준비해주는 등 배려를 했지만 이것도 태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대검 기자실 밖에는 4개 방송사에서 현장중계 방송차량을 투입,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데 방송차량이 대검에 머문지도 벌써 한달이 넘어서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오전 이상수 통합신당 의원이 SK비자금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올라가기 전에 기자실에 들러 SK로부터 받은 돈에 대한 영수증 원본이라며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오전 이상수 통합신당 의원이 SK비자금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올라가기 전에 기자실에 들러 SK로부터 받은 돈에 대한 영수증 원본이라며 들어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출근길, 브리핑을 사수하라!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취재하러 나온 기자들은 마치 '출사표'를 내고 전장에 나온 것처럼 취재현장의 활동은 어느 전투병 못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기자들은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기자들은 우선 아침이면 송 총장과 안 중수부장의 출근길을 챙긴다. 평소 10여명 안팎의 기자들이 오전 8시30분경 대검청사 현관을 지켰으나 요즘은 30여명이 넘는 기자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송 총장의 '전쟁' 발언도 그렇고, 수사 중간중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때가 출근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 수사브리핑이 있을 때의 취재열기는 뜨겁다. 주로 브리핑은 문효남 수사기획관하고 때때로 안대희 중수부장이 직접 하는데, 브리핑에 들어가는 기자들의 수가 40여명이 넘는다. 문 기획관이나 안 중수부장을 둘러싸고 안거나 서있는 기자들의 모습이 마치 '인간 병풍'같다.

발디딜 틈도 없이 기자실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브리핑을 하는 기획관이나 중수부장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운 채 취재수첩에 올려놓은 손을 정신없이 움직이며 이들의 발언을 적어 내려간다.

브리핑이 끝나고 방을 나서는 기자들 중에는 워낙 빨리 적다보면 본인들의 글씨를 못알아보는 경우도 더러 있어 기자들간에 서로 적은 내용을 확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속보경쟁은 더 뜨겁다. 새 뉴스가 발생하면 기자들은 상황을 본사 데스크에게 급히 전화로 보고하거나 또 더러는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 급히 '정보보고'를 한다. 기자들이 노트북 자판을 톡-톡-톡 두드리는 모습은 마치 전장 최일선에서 긴급상황을 본부로 타전하는 장면을 방불케한다.

지금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로 '부패한 돈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 전장에는 검찰만 있는게 아니다. 검찰 출입기자들도 '종군기자'로 참여해 그들 나름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뉴스를 서로 빨리 전달하기 위해.

대검 기자실 밖에서 한달이 넘게 자리하고 있는 방송사의 현장중계 차량.
대검 기자실 밖에서 한달이 넘게 자리하고 있는 방송사의 현장중계 차량. ⓒ 오마이뉴스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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