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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년(철종 12년)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지도에는 우리나라의 산줄기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산줄기들을 태백산맥, 소백산맥 등으로 배웠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김정호가 만든 그대로, 당연히 조상 대대로 불러온 산의 이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에는 태백산맥이 없습니다. 물론 소백산맥도 없습니다. 태백산맥이니 소백산맥이니 하는 것들은 1903년 일본인 학자 고토 분지로가 붙여 놓은 이름입니다. 그가 그린 산맥도에는 아예 백두산이 없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왜곡된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불렀습니다. 그 이름들은 백두대간(白頭大幹), 장백정간(長白正幹), 낙남정맥(洛南正脈), 청북정맥(淸北正脈), 청남정맥(淸南正脈), 해서정맥(海西正脈),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 한북정맥(漢北正脈), 낙동정맥(洛東正脈),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한남정맥(漢南正脈), 금북정맥(錦北正脈),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금남정맥(錦南正脈), 호남정맥(湖南正脈)입니다.

이러한 산줄기 이름들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0년 남짓합니다. 1980년 겨울, 고지도 연구가 이우형씨가 인사동 고서점에서 '산경표'라는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책은 조선 영조 때 실학자였던 신경준(1712-1781)이 쓴 지리책으로, 우리나라 산의 족보입니다. 즉 백두대간과 백두대간에 속한 산들의 위치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 '산경표'에 의해서 백두대간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산경표'에 담긴 백두대간의 대원칙은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山自分水嶺)'는 것입니다.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이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고 합니다.

백두대간은 모든 강의 경계를 동서로 양분합니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지는 산줄기가 정간과 정맥입니다. 강이 없으면 정간, 있으면 정맥입니다. 모든 산줄기는 강, 즉 물줄기를 건너뛰어 연결될 수 없고, 산줄기의 시작과 끝남의 지점이 명확합니다. 따라서 정맥의 시작은 특정한 산이고, 그 끝남은 강 하구의 해안선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산경표'의 산줄기 개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표현한 지도가 바로 대동여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는 선의 굵기 차이로 산맥의 규모를 표시했습니다. 제일 굵은 것은 대간, 두번째는 정맥, 세번째는 지맥, 기타는 골짜기를 이루는 작은 산줄기로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동여지도를 바르게 읽을 줄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백두대간을 지리서에 복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100년전 외국인에 의해 뒤틀린 그대로 가르치고 배우고 있습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장장 1800km입니다. 낮게는 100m에서 높게는 2740m까지 올라갑니다. 남한에서 종주할 수 있는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지도상 거리는 약 670km이므로, 실제 거리는 800km 정도로 늘어납니다. 여기에다 매번 오르고 내리는 거리까지 합하면 줄잡아 1500km를 넘어갑니다.

하루분씩 54개 구간으로 나눌 때, 매주 산행에 나선다해도 전구간 종주에 1년은 족히 걸립니다.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이 길을 처음 연 것은 젊은 대학생들입니다. 길은 뚫렸지만 아직도 백두대간은 일제 강점기의 서글픈 역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지리산 자락에 매달린 아이들
ⓒ 신종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백두대간 종주를 꿈꿉니다. 그 꿈은 산과 물과 사람이 더불어 하나되는 삶을 살아온 우리 민족의 원초적 그리움입니다. 그것은 남과 북을 하나로 이으려는 통일의 열망입니다. 그것은 또한 백두대간의 부활을 간절히 소망하는 순례자의 발길입니다.

이 백두대간의 부활을 위하여 파주중학교 학생들이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중학생들이 도전하고 있는 것입다. 새로운 청소년 문화를 만들기 위한, 소박하지만 강렬한 몸짓입니다. 어쩌면 백두대간의 역사 복원에 침묵하고 있는 이 땅의 책임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중한 항의일 수도 있습니다.

한 달에 한번, 5년의 기한으로 갑니다.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하여,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진부령까지 갑니다. 우리의 정성이 지극하다면, 휴전선 철조망을 넘어 금강산을 지나 백두산 천지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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