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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찾아왔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겠지만 제자들이 찾아오면 반갑죠. 찾아온 4명 모두 우리 중학교를 다닐 때는 그야말로 유명한(?) 녀석들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들을 많이 저질렀었죠.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집안 환경이 좋지 않고 그럼에도 나름대로 정이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찾아온 4명 가운데 한 학생은 제가 담임을 맡았었습니다. 자꾸 문제를 일으켜서 잘 타일러도 보고 설득도 해 보았는데 그럼에도 말썽을 일으켜 매도 많이 맞았던 학생이었습니다. 한때는 인간적인 배신감과 야속함도 그 학생에게 느꼈었지요. 이토록 말로 설득하는데도 안 들어주나 하고 말이죠.

졸업하고 다시는 저를 안 찾아올 줄 알았습니다. 하도 제게 많이 야단맞고 혼나서요. 그런데 올해 스승의 날에 이어서 오늘도 찾아왔습니다. 학교가 일찍 끝나서 그냥 인사나 드리러 왔다면서요. 두 번 모두 밝은 얼굴로 찾아왔습니다. 인근의 실업계 학교를 보냈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생활했더니 모범생 소리를 듣는답니다. 자신이 모범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찾은 것 같습니다. 교무실에서 모든 선생님들께 기쁘게 인사하고 돌아갔습니다.

가끔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야단 맞고 혼났던 학생들이 졸업 후에는 더 자주 모교를 찾곤 합니다. 모교라면 야단 맞은 기억밖에 없어서 지긋지긋할 텐데 말이죠. 우리가 어리게만 보는 학생들도 왜 선생님들이 그토록 야단을 쳤는지 그 이유를 곱씹어 생각하나 봅니다.

한때나마 내가 열심히 지도해도 안 되는구나 라고 스스로 포기했던 것이 부끄럽습니다. 그 당시에는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었지만 그것이 헛수고는 아니었던가 봅니다. 교육자로서 조급함은 금물이라는 것을, 끈기 있게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해야 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제자 녀석이 옛 담임에게 박카스 한 병을 사왔습니다. 제자 앞에서는 표정을 감추었지만 녀석이 돌아가고 난 후 박카스를 마시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승의 보람인가 봅니다.

스승에게는 제자가 잘 되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라고 저 역시 제 은사님께 들은 바 있습니다. 제 가슴은 어두웠던 과거를 떨쳐버리고 제자가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과 보람으로 터져 나갈 것 같습니다. 그간의 피로와 어려움을 잊고 저 역시 내일부터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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