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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4일 KBS 9시 뉴스에서는 71년에 사라진 황새가 창녕 우포늪서 발견되었다는 보도를 했다. 지난달 말부터 황새 1마리가 찾아와서 환경단체에서 종 복원 가능성을 연구하는 등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황새가 천연기념물로서 전세계에 얼마남아 있지 않은 희귀종이라는 점에서 매스컴의 보도가 나를 기쁘게 하기도 하였지만, 황새와 관련한 어린 시절 추억 때문에 매우 관심있게 그 보도를 들었다.

어린 시절에 누가 고향에 관해서 물으면 나는 자랑스럽게 '금 덩어리'와 '황새'라는 대답을 했었다.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음성 무극에는 금광이 있었고, 관성마을에는 황새가 서식하고 있어서 늘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근래에 꽃동네가 생겨서 이젠 음성하면 금광이나 황새보다는 꽃동네로 더 알려져 있다. 무극의 금광은 1930년에 개발되어 남한 제일의 금 매장량을 자랑했던 곳으로 한때는 노다지를 캐던 광산이었다.

그러한 광산과 인접한 관성마을의 큰 저수지에는 황새가 많이 서식했었다. 나는 당시에 황새가 희귀조라는 것조차 모르고 황새를 몹시 괴롭히며 놀았다. 저수지 제방에 높이 솟아 있는 미루나무 위로 올라가서 황새 알이나 어린 새끼들을 내려다가 가지고 놀았다.

황새 알을 내리려고 그 높은 나무 위로 악착같이 올라가면 황새들이 떼로 몰려와서 머리 위로 날며 큰 소리로 울면서 겁을 주고, 알이 있는 둥지 가까이 다가가면 쏜살같이 날아와서 내 머리통을 부리로 쪼기도 했었다.

그래서 보통 용기가 없으면 그런 짓을 하지 못했기에 미루나무 위에 한 번 올라 갔다 오면 모든 아이들이 영웅 대접을 해 주었다. 모든 아이들은 경쟁을 하듯이 그런 짓을 했고 황새들은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런 짓을 하고 놀았다. 잡식성인 황새는 한 번 먹다가 떨어뜨린 먹이는 절대로 다시 먹지 않는 깨끗한 동물이다. 그래서 미루나무 가지에는 온통 더러운 생선 찌꺼기가 걸려 있고 썩는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먹다 남은 개구리, 뱀, 각종 물고기들의 썩는 냄새와 황새의 배설물이 나무에 하얗게 붙어 있다. 그런 미루나무 꼭대기 위에 있는 알집까지 올라가려면 보통 배짱으로는 못 올라간다. 하지만 아이들은 영웅이 되기 위해서 서로 올라가는 경쟁을 했다.

그리고 알과 새끼를 내려다가 가지고 놀았지만 결국은 죽이기도 했다. 어른들은 황새 새끼를 죽이면 천벌을 받는다는 말을 했지만 아이들은 그런 놀이를 계속했다. 아이들은 심지어 황새 알을 구워서 먹기까지 했지만 심한 비린내가 나서 먹기가 역겨웠다.

황새 새끼를 키우는 것도 매우 힘이 든다. 그 이유는 새끼의 덩치가 너무 크고, 잡식성이지만 대개 살아 있는 것을 주로 먹어서, 먹이를 구하는 일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황새가 지금은 거의 멸종이 되다시피 한 희귀조가 되었다. 그 당시에 부끄러운 장난을 하며 논 것이 후회되어서 내 고향의 황새를 다시 생각하곤 했었다.

그 후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면서 고향의 황새를 거의 잊고 살았는데, 1971년도의 어느 날 매스컴에서 내 고향의 황새에 대한 이야기가 보도되어서 매우 놀랐다. 내용인즉 관성마을 저수지에는 암놈 황새 한 마리만 살고 있고 무정란을 낳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무지한 포수가 황새가 천연기념물인지조차 모르고 사냥총으로 수놈을 사살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에 매우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황새를 괴롭혀서 그렇게 멸종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심각한 환경오염 때문이라는 생각에 자책감 같은 것을 느낀 것이다.

그 이후로 또 다시 황새를 잊고 살았는데, 이번에 다시 황새 한 마리가 우포늪에서 발견되었다는 매스컴의 보도를 들은 것이다. 황새는 원래 길조라고 해서 보호되어 왔고 50년대만 해도 우리 나라에 흔한 새였다. 황새를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하였지만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세계에 생존하고 있는 황새의 수도 2500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황새의 주요 서식지는 한국, 시베리아, 연해주의 남부, 중국 동부이다. 몸은 전체적으로 희며 부리와 날개의 뒷부분은 광택이 있는 검은 색이며 눈 주위와 다리는 붉은 색이다. 눈꺼풀은 적색이고 눈 가장자리와 턱밑은 적색의 피부가 노출되어 있으나 턱밑 중앙에 백색의 가는 선을 이루고 있다.

서식지는 호반, 하구, 소택지, 논, 밭 등 습지대 물가에 홀로 또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조용하고 경계심이 강한 새이다. 민물고기, 개구리, 뱀, 들쥐, 거미류, 곤충류, 가재, 벼의 뿌리 등을 주로 먹는다.

황새가 서식하기에 좋았던 우리의 땅이 이제는 많이 오염되었다. 산업문명의 발달과 인구의 팽창으로 인한 공기의 오염, 오수, 녹지의 황폐와 인간의 무분별한 훼손 등으로 인해서 많은 자연 환경이 파괴되었다. 이로 인해서 지금은 황새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모든 생물의 생존까지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이 땅에서 많이 살던 황새까지도 거의 죽었고, 일부는 어디로인지 가버려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았던 황새 알과 새끼들조차 이제는 볼 수가 없다. 그들이 살지 못하는 땅에서는 인간도 살지 못한다.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이번에 돌아온 황새가 이 땅에서 다시 한번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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