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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10월 25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는 정녕 한나라당을 버리는가.

한나라당을 향한 조선일보의 융단폭격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그 진의를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최돈웅 의원 SK비자금 100억 수수'를 계기로 조선일보의 정치적 행보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해석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조선은 최돈웅 의원이 지난 23일 SK비자금 100억 수수를 공식으로 시인하자 한나라당 비판 강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지난 24일 사설 '이회창씨가 책임지고 나서라'에서 한나라당 핵심을 향해 포문을 열더니, 최병렬 대표의 '석고대죄' 직후인 28일 사설 '이회창씨가 말해야 한다'를 통해 거듭 이 전 대표를 조준하고 나섰다.

융단폭격식 '이회창' 정조준

이는 지난 두 번의 대선을 비롯해 그동안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라는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한나라당과 이회창 전 총재에 우호적이었던 조선의 태도를 봐서는 상상하기 힘든 맹공이다. 그간 한나라당에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던 한겨레조차도 이 전 총재를 직접 겨냥한 사례는 드물다.

조선은 '이회창씨가 책임지고 나서라'(28일)에서 "SK비자금 100억원 한나라당 유입사건의 최종적 책임자는 이회창씨일 수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이어 조선은 "강직한 성품으로 성장한 이씨가 초연한 입장에서 대선자금의 전모를 파악해 국민 앞에 모두 밝히고 전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검찰에도 자진 출두하고, 여야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법이 마련된다면 특검 수사에도 응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조선은 더 나아가 "강력한 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씨가 검찰에 자진 출두하는 모습이야말로 우리나라 정치풍토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은 인간적인 감정을 초월해 정치적 대의에 순종하는 보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정치인 이회창씨 다운 결말이라고 믿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조선의 논리대로라면 정치발전을 위한 '아름다운 희생'에 이 전 총재가 기꺼이 투신하라는 충고와 다름 아니다. 이쯤 되면 이 전 총재는 장님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몸을 던진 '2003년 한국정치판 심청이'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은 이보다 앞서 지난 24일 '이회창씨가 말해야 한다' 사설에서 "SK그룹 비자금 100억원은 아마도 이회창 대선 후보를 위한 선거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며 "대선후보가 거액의 비자금이 들아왔는데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은 진실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조선은 "이씨 외에 당시 서청원 대표, 김영일 사무총장, 최돈웅 재정위원장 등은 변명하지 말고 다 털어놓기 바란다"면서 이 전 총재를 포함한 그 측근까지 적시해 책임을 추궁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한나라당에게 "어물쩍 시간을 보낼 시간은 아예 접어야 할 것"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나 여당 대선자금을 같이 물고 들어가려 해서도 안된다, 제 허물이나 제대로 벗겨내면 된다"고 경고했다. 조선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당이 가진 것을 다 넘기고 길거리에 나앉을 각오로 문제에 달려들어야 할 것이라고 매섭게 질타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이사 기자는 지난 25일 김대중 칼럼 '한나라당, 죽어야 산다'를 통해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이 스스로 정치자금의 찌든 관행을 벗어던지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 정치자금의 사슬을 끊는 역사적 용단을 내리라"며 "한나라당에게는 환골탈태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충고했다.

또 "한나라당은 5·6공 사람은 물론 YS세력이 혼합된 집단으로 정치자금의 때가 더 많이 끼어있다"고 설명한 뒤 "집권세력의 지리멸렬에도 야당이고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다"면서 과거와의 단절을 언급했다.

조선은 23일자 '한나라당은 역시 부패원조당인가' 사설에서도 최소한의 도덕이나 양심이라도 가진 정당이냐고 묻는 등 원색적인 수사까지 동원됐다. 이날 조선은 "한국의 제1정당과 대표적 기업의 뒷거래 방식은 마피아 수준에도 못미칠 만큼 노골적이고 저질스럽다, 한국형 정경유착은 도박판의 베팅보다 더욱 도박적"이라고 개탄했다.

"한나라당과 그 전신이었던 정당들의 부패 역사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 검은 뒷거래가 사회 구석구석을 부패시키는 진원지가 돼온 것"이라고 확대한 조선은 "검찰 수사에 앞서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먼저 실토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대폭발을 하고 다시 태어나야 하며 책임있는 사람은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면서 "이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의 대안세력임을 주장한다면 국민들의 비웃음을 살 뿐"이라고 규탄했다.

이밖에 조선은 지난 10일부터 29일까지 사설과 기명 칼럼만 해도 한나라당을 정면으로 비판한 내용이 10여개를 넘는다.

조선일보 '정치자금비리' 사설 및 칼럼

▲ <조선일보> 10월 23일·24일·28일자 사설 (위에서부터)
ⓒ조선일보 PDF
10월 29일자
[사설] 신당도 대선자금 장부 내놓으라
[홍준호칼럼] 한나라, 빅뱅이 필요하다
10월 28일자
[사설] 이회창씨가 책임지고 나서라
10월 27일자
[사설] 대선자금 '물타기' 해결 안된다
[시론] 한나라, 이러고도 집권 꿈꾸나
10월 25일자
[사설] 대선자금 전면 계좌추적하라
[김대중칼럼] 한나라당, 죽어야 산다
10월 24일자
[사설] 이회창씨가 말해야 한다
[시론] "자백하고 국민심판 받아야"
10월 23일자
[사설] 한나라당은 역시 '부패 원조당'인가
[태평로] '최돈웅 100억' 고해성사해라
10월 21일자
[태평로] '사이비 좌파'가 설치는 세상
10월 20일자
[사설] SK 돈만 한나라당에 흘러들었나
[조선데스크] 한나라당 보면 한숨 나오는 이유
10월 17일자
[사설] 대선 빚 갚은 돈 대통령은 정말 몰랐나
10월 15일자
[사설] 검찰은 당선축하금 비리 전모 밝혀라
10월 13일자
[사설] 검찰 SK 수사 흔들려선 안 된다
10월 10일자
[사설] 최돈웅 의원은 100억 밝히고 출두하라
10월 9일자
[사설] 대통령 집사가 돈 수수 혐의라니

조선 "사실을 사실대로 쓸 뿐"

홍준호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급격한 논조 변화에 대해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라며 "사실을 사실대로 쓸 뿐"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장은 29일자 '한나라, 빅뱅이 필요하다' 칼럼에서 현재 정국을 바라보는 입장을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더이상 '이회창식 개혁'으로는 변혁이 어렵다"는 요지의 이 칼럼을 통해서도 이회창 전 대표를 직접 거론하면서 구세력 교체를 재차 촉구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대국민 사과 회견과 동시에 당직 전면에 돌아온 이른바 '저격수'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그렇게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원내 과반의 공룡 정당이 바뀌지 않는 한 정치권의 변화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풍, 세풍 등 과거 한나라당의 대형 비리를 열거한 그는 "이번에 또 거액의 불법자금에 손을 댄 게 드러났고 그 규모가 얼마에 이를지는 검찰 수사로 다 밝혀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비리는 누구를 막론하고 법대로 하는 것"
[미니 인터뷰]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는 최근 <조선일보>의 논조 변화를 묻자 우선 "그건 내가 아니라 조선일보 (편집국)에 물어봐야 하는 것"임을 전제했다. 그러나 중견 언론인으로서의 의견을 구하자 "시시비비를 가리는 입장에서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조 대표는 28일 밤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비리 문제는 정당이 어디이든, 사람이 누구이든 막론하고 법대로 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에서 신당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 비리를 또 제기했으니 그것도 가리자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조 대표는 현재 검찰의 정치자금 비리 수사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검찰이 모처럼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조 대표는 검찰 지휘부의 독립성 추구 의지에 높은 점수를 줬다.

따라서 조 대표는 정치권이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주문을 곁들였다. 더불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검제 주장은 이르다고 지적이다. 그는 "한나라당이 요구했든, 누가 주장했든간에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고 해야지, 아직 진행 중인데 특검제를 하자는 것은 좀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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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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