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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장애인복지관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10.28일자로 파업 90일째를 맞고 있다.
지난 7일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장애인복지관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10.28일자로 파업 90일째를 맞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광주시장애인총연합회(회장 정병문)가 현 시립 장애인복지관의 기능을 분리하자는 안을 광주시에 제안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활협회의 수탁권 포기와 노조 파업으로 파행사태를 빚고있는 시립 장애인복지관 문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장애인총연합회가 조기교육과 보호작업장 및 순회 재활서비스 기능을 제3의 기관에 이관하는 대신, 현 복지관을 전문스포츠 센터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건의서'를 지난 13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장애인총연합회, 복지관 분리 방안에 '제3기관' 예시

고유의 지도감독 권한조차 포기한 광주시의 태도는 실종된 복지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진은 광주시립장애인종합복지관의 표지석.
고유의 지도감독 권한조차 포기한 광주시의 태도는 실종된 복지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진은 광주시립장애인종합복지관의 표지석. ⓒ 오마이뉴스 이국언
장애인총연합회의 이같은 건의안은 광주시가 재활협회의 수탁권 포기선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위·수탁 신규업체 공모 절차조차 밟고 있지 않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미묘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활협회와 복지관 운영진의 잇따른 비리문제로 불거진 시립 장애인종합복지관 파행사태는 지난달 중순 재활협회가 10월말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장애인복지관에 대한 수탁 포기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광주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탁포기를 선언한 재활협회에 연말까지 운영연장을 요청하면서도, 수탁 포기선언 한달이 넘는 현재까지도 공모에 따른 절차를 밟고있지 않아 그 배경에 의혹을 사 왔다.

장애인총연합회가 제출한 이 건의안은 현 복지관을 전문체육시설로 전환하는 대신 기존 복지관의 주요 기능은 제3의 기관에 이관하자는 것이 골자다. 기능 이관을 주장하는 장애아동 조기교육의 경우,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교육기관이나 관련복지법인에 이관해 심층적이고 전문화된 교육을 추구한다는 계획으로 '시튼 직업재활센터'가 이전 기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보호작업장 및 순회재활서비스는, 특성상 중증 재가 장애인들의 밀집거주지역이면서도 이 기능에 대한 보완이 필요로 하고있는 기관에 이관한다는 방안으로 '광산구장애인복지관' 이전이 제시되고 있다.

장애인총연합회는 건의서에서 "그동안 종합 다기능 수행으로 인해 대두될 수밖에 없었던 수용한계와 질적 저하, 비효율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선진 개념인 장애인복지 각 분야에 대한 전문 영역화로 심층적인 발전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현재 제반 문제들로 인해 기능 정상화가 불가능한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전환해 장애인체육 활성화의 전기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병문 장애인총연합회 회장은 위·수탁 공모 문제에 대해 "지역 장애인 다수의견이 제출된 방안이기 때문에 지금단계에서 별도의 위·수탁 공모절차는 필요없는 것으로 본다"며 "만약 공모에 들어가더라도 세 불리기 식으로 어떤 단체나 법인이 하나 더 챙기기 식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장애인총연합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장기파행 사태와 관련해 "지금 와서 누구를 책망하고 누가 책임이 얼마나 있다고 하는 것은 의미 없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수 장애인들의 바램"이라며 "광주시에서 충분히 검토해 거의 마무리 돼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수탁 절차 미뤄온 광주시 태도 주목

위탁기간 만료시점을 앞두고 나온 이번 건의문에 따라 초점은 다시 광주시에 쏠리고 있다. 광주시는 현재 장애인총연합회의 건의안을 두고 여론 등을 면밀히 살피며 검토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인수인계 등 촉박한 시일을 감안해 이 건의안을 포함한 복지관 운영방침을 조만간 결정짓는다는 계획이다.

광주시 사회복지과 한 관계자는 "시장과의 면담과정에서 장애인단체들의 의견을 모을테니 반영해 달라는 논의가 있었다"며 "조례상에는 공모하도록 돼있지만 조건을 갖추고 희망하는 곳이 있으면 맡기는 것도 좋지 않으냐고 해 공모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 대다수가 바란다면 그(분리운영) 방법도 좋을 것으로 본다"며 "고용승계 문제가 핵심일 수 있지만 법인 선정과정에서 이를 명문화하면 누가 수탁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시에 제출된 이 기능별 분리 운영 방안은 종합적 서비스 기능을 담당하도록 돼있는 현 시립 장애인복지관의 운영구조를 근본적으로 달리하는 것이어서 추진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또 필수적으로 현 복지관 직원들의 고용문제를 유발할 수밖에 없어 노조와의 상당한 마찰도 우려된다.

이 건의서에는 장애인총연합회 소속 32개 단체 중 26단체 대표가 연서명에 동의했으며, 지체장애인협회 등 4개 단체 대표는 "복합서비스 기능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체장애인협회 한 관계자는 "복지관 운영에 대해 필요하면 조례개정도 해보겠다며 장애인단체들의 의견을 집약해 달라는 박광태 시장의 요청이 있었으나, 결국 복지관 운영을 누가 하느냐는 문제에서 이해가 엇갈렸다"며 "종합복지관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장애인단체 수탁이 어렵게 되자 스포츠센터로 분리하면 가능하지 않느냐고 해서 나오게 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광주시에서는 노조나 귀찮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어 관련단체의 의견이라는 명분하에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 같다"며 "엘리트 체육을 활성화한다지만 복지관 기능을 살리면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 아니겠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고용문제·밀실행정 논란 일 듯

광주시의 두 얼굴. 광주장애인복지관노동조합 소속 여조합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고, 그 뒤로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기초생활보장 부분 대통령표창' 프래카드가 보인다.
광주시의 두 얼굴. 광주장애인복지관노동조합 소속 여조합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고, 그 뒤로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기초생활보장 부분 대통령표창' 프래카드가 보인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송준 시립장애인복지관 노조위원장은 "분리의도 자체는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교육은 이쪽에서 하고 체육시설은 저쪽에서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시는 조례대로 하면 될 것을, 위·수탁 공고는 하지 않은채 괜히 시간낭비만 하고 오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건의안에는 현 복지관을 체육전문시설로 운영할 경우 장애인총연합회가 운영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강조하고 있는 데다, 조기교육 등의 기능 이관시 이 기능을 수행 할 제3의 기관 두 곳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복지관 분리운영 방안이 운영권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데다, 조례에 선정절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관련단체에서 독점권을 쥔 것처럼 구체적인 제3의 기관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관련 조례를 무시한 채 공모를 미뤄왔던 광주시가 물밑에서는 이미 상당정도의 논의를 진행시킨 것으로 드러나 광주시의 폐쇄적 행정이 또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윤난실 광주시의원은 "그동안 광주시의 복지정책이라는 게 국비 보조금 나눠주는 것 정도이지 더 있었느냐"며 "장기 파행사태의 모든 책임은 한해 9억3000을 지원하고도 위탁이라는 명목 하에 지도감독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광주시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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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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