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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숙
금강은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과 함께 남한 4대강으로 한민족을 연결해준 젖줄이다. 강줄기는 충청남도의 남쪽 끝인 장항과 부여를 포함해 전라북도 북쪽 끝에 위치한 익산과 군산 사이를 흐르며 웅포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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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흔적 담긴 곳

어릴 적 논두렁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묻어 나오는 낙엽 타는 냄새. 우린 그런 냄새를 고향이라고 표현했다. 금강을 따라 웅포로 가는 길은 간간이 코끝에 긴 여운을 남기는 고향냄새를 간직한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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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간 ' 웅포골프장 ' 고집만 할건가

망루에 올라 처음 바라본 웅포 일원의 모습을 보고 ‘아 이건 아니구나’라고 곱씹었던 이종원(익산시 농민회 정책실장)씨의 얘기가 마음에 다가올 만큼 골프장에 내주어야 하기에는 이곳의 전경이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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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에서 두루 바라보면 순 평야뿐인 익산의 한 귀퉁이에, 바다를 닮은 금강의 물줄기는 콘크리트에 묻힌 도시인에게 작은 위안이다.

녹지공간이 부족한 익산에서 허파라고 표현할 만큼 웅포는 나무와 물줄기를 두루 갖춘 천혜의 전경을 간직한 곳이다.

웅포면의 명칭은 서천군 한산면과의 사이에 곰개나루가 있어 여기에서 유래한다.

예전에는 이곳이 갈대밭에 파묻힌 갯벌이어서 참게가 지천에 널려 바구니에 담다가 지쳐 포기할 만큼 때묻지 않았고, 웅포를 포함한 금강하구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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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메기, 가물치, 잉어에서부터 국제적인 보호조인 가창오리, 검은머리 갈매기, 장다리 물떼새, 검은머리 물떼새 등이 무리 지어 서식하는 귀중한 삶의 터전이다.

이런 곳에, 그것도 여의도의 3배인 74만5356평에 회원제 18홀, 퍼블릭 18홀, 연습장과 골프학교 등을 2000억원 가량 투자해 건설할 계획이란다.

함라산(241m)을 중심으로 웅포면 웅포리, 송천리, 입점리 일원에 펼쳐진 야산들을 갈아 엎어 골프장을 만들면 ‘나이스 샷’을 외치고 여가를 즐기기에는 딱 안성맞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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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望樓)

오류동 마을 위쪽의 함라산 중턱에는 망루가 있다. 망루로 올라가는 입구는 경사가 급해 끈을 매달았다. 그 끈에 의지해 올라가야 하는 이곳은 3년째 웅포면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망을 보는 곳이다. 한눈에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시청 직원이 측정이라도 할라치면 사이렌을 울리고, 사이렌 소리를 들은 주민들은 일손을 멈추며, 그렇게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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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열의 한 자율방범대가 '웅포관광지 조성사업과 대규모 골프장 조기 완공으로 지역 경제 이룩하자'는 현수막을 도로 곳곳에 붙여놓고 있어 요즘 웅포면 주민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망루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지켜왔던 곳인데 속도 모르고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오류동 마을 이장은 '집회를 해야겠는데 혼자서 시장실에 가서 1인 시위를 해도 집회 허가를 내야 하냐'는 질문도 서슴없이 한다. 순박하고 조용한 시골 아낙들이 3년간 겪은 힘겨운 싸움은 집회라는 단어도 꺼릴 게 없다.

생태계와 문화재의 산실

웅포골프장 부지는 산지가 대부분이고 장마철인 6∼8월 사이에 전체 강우량의 65% 가량 집중되기 때문에 공사 시작부터 막대한 토사 유출과 금강 오염을 감수해야 한다.

참고로 1m두께의 산림토양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천년이 걸리고, 1.2m의 토양이 만들어지는 데는 만년이 걸리고, 1.5m가 만들어지는데는 10만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또한 낙엽과 수목이 썩어 광물질이 풍부한 토양이 되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유기물질이 만들어지는데는 15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하며 토양 20g 속에는 60억 마리의 이로운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토록 수많은 세월에 걸쳐 조성된 기름진 임야와 토양을 모두 갈아엎는 골프장 건설은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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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포골프장 예정부지 근처에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익산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차(茶)나무 군락지로 알려진 웅포면 입점리 구룡목 산 중턱에 자리잡은 1000여평(1만여주)의 차(茶)나무 군락지를 내년부터 2007년까지 9500만원을 들여 복원하여 관광자원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을 깎아 농약을 뿌려대며 골프장 잔디를 관리해야 할텐데 과연 골프장 옆에 위치한 ‘웅포 차(茶)’를 사람들이 인정하고 사먹으려고 할 것인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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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발예정지에서 1㎞ 떨어진 입점리 고분은 금동제관식, 금제신, 금제장식구, 중국청자 등이 수습되어 5세기 중엽경의 백제토착세력과 중앙귀족과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고분으로 확인된 문화재의 산실이기도 하다.

이종원 정책실장은 “굳이 골프장이 아니라 농촌과 도시를 연결해 주는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수록 고향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에 천혜자원과 문화재를 이용해 역사, 생태환경탐방, 체험학습의 장으로 보강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또 “함라산은 그리 높지 않고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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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색을 입힌 함라산의 모습을 다시금 또 볼 수 있을지, 지는 해를 등뒤로 돌아오는 함라산의 전경이 유독 애처롭게 느껴지는 10월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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