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대표는 민주당 분당을 섭섭하게 바라보는 지역민의 시선을 의식한 듯 "잘잘못을 떠나 민주당을 두동강 낸 것에 죄송하다"는 사과로 시작된 강연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한 전 대표는 "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창당한 신당(열린 우리당)은 개혁도 못하고 지역구도도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정치개혁 역시 한 전 대표는 "정치개혁 원조는 민주당이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김원기·천정배 의원이 지난 1월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장과 간사였음을 빗댄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열린우리당에는 지역구도 타파의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는 "그쪽(열린우리당) 사람들은 '민주당을 전라도 당으로 만들면 수도권에서 1등 한다'고 하면서 신당에 들어올 것을 권유한다"면서 "오히려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전 대표는 "개혁을 언급하는데 노 대통령이 지난 8개월간 내놓은 게 뭐가 있는가"라며 노무현 정부를 공격했다. 한 전 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이 영남에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달라'고 했다면 호남인들은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민주당을 두동강 내버렸다"고 말해 분당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돌렸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의 재산'을 들며 열린우리당보다 민주당이 우위에 있음을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강한 지지기반 ▲정통성과 역사성 ▲많은 정책적 업적 등을 '민주당의 재산'으로 거론하며 "이것 때문에 권력을 가진 당(열린우리당)보다도 민주당의 의원 수가 많다"고 주장했다.
"당선 가능하다면 바로 공천 줘야"
이날 강연회에서 한 전 대표는 민주당의 쇄신을 통한 재건을 강조했다. 그는 "옛날엔 위를 쳐다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어서 답이 나왔는데 지금은 키가 똑같은 사람밖에 없다"며 민주당의 리더십 부재를 인정했다.
한 전 대표는 리더십 공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주적 방법에 의한 당원들의 결정을 들었다. 즉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체제 확립을 주장하는 것.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지도체제 확립 요구가 '호남 맹주자리 다툼'이라는 시각에 대해 부정했다. 한 전 대표는 "변화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했는데 이것이 호남 맹주자리 다툼으로 오해받았다"고 해명했다.
한 전 대표는 "변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민주당)의원들이 흔들린다"며 "새로운 지도체제를 확립해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민주당을 쇄신하고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쇄신'의 수단으로 참신한 인물로 당의 얼굴을 바꿀 것을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요새는 눈요기도 중요하다"며 "나이는 먹어도 얼굴이 참신한 비호남권 사람이 당의 얼굴이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해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는 이어 "대표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모든 걸 다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회에서 한 전 대표는 인물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전 대표의 이같은 강조는 열린우리당과의 경쟁은 새로운 인물 영입이 성패를 가른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당선 가능성'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과감한 공천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피력해 관심을 받았다. 한 전 대표는 "(인물)영입작업이 중요한데 이 상태에선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며 "당선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당헌을 바꿔서라도 공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치권의 최근 추세인 상향식 공천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구멍가게도 기반이 있어야 맘 편히 장사해"
한 전 대표는 이날 강연회에서 민주당이 강하게 가지고 있는 호남 이미지를 옹호하는 주장을 폈다. 한 전 대표는 "왜 한나라당은 영남당이 아니고 민주당만 지역당이냐"며 "이것은 편견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지세력이 있다는 것과 (지지세력을) 대변할 정당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구멍가게도 기반이 있어야 맘 편히 장사한다"며 "유권자는 자신을 대변할 세력을 밀어야 하고, 그 세력은 유권자를 위해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앞으로 정치는 중앙당, 광주민주당, 부산민주당, 경기민주당 등 각 지역의 지지층에 기반한 정당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한 전 대표는 이 발언에 대해 "그 지역의 여론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뿌리내려야 한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이날 강연은 한 전 대표의 '국민 여당론'으로 끝맺었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은 옥새를 뺐겼지만 노 대통령을 당선시켰기 때문에 국민여당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으로는 야당이지만 당을 개혁하지 않으면 지지기반이 축소돼 (민주당)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 | 한화갑 전 대표 기자간담회 | | | | 강연회가 끝난 직후 한 전 대표는 즉석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국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당 쇄신을 통한 체질개선을 주장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각 지구당이 독립적으로 고유한 권한을 가지고 추진하는 방식이다. 과거처럼 중앙당 중심이 아니라 시도지부를 중심으로 해서 (체질개선)을 할 것이다. 골자는 중앙당 슬림화와 지구당 활성화이다."
- 외부인사를 영입할 때 공천을 바로 준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의 얘기다. 그러나 예를 들면 여론조사 등 객관적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 호남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아직까지는 호남에서는 민주당 지지도가 높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말고 (지지도를) 공고화시킬 수 있도록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
- 참신하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정치권과 비교적 거리가 있는 인사로서 주민들의 신망을 받는 자이다."
- 모든 것을 버리자고 했는데 구체적인 뜻은 무엇인가?
"내 기준으로 이야기한 거다. 무엇이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공동 노력으로 파이를 키워서 이익배당을 많이 받자는 이야기다."
- 추미애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초 당 대표를 추대한다는 방침 아니었나?
"조순형 의원을 당 대표로 추대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당이 경선을 원하면 경선을 해야 한다."
- 박상천 대표와의 관계는 어떻나?
"당을 위해서 같이 노력하고 있는데(웃음)…."
-17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선거 공조를 제일 처음 제기했다. 선거 공조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그 이야기는 잘못 전달된 것이다. 지난 여름 부산의 조영래 변호사를 서울에서 만났을 때 '민주당에 대한 욕을 그만 하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보자'고 얘기했는데 부산에 내려가서 연합공천으로 얘기하더라. 또 조 변호사는 나를 만났을때는 '우리는 얘기가 통한다'고 했다가 광주에 가서는 '한 전 대표가 제의한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연합공천이나 재통합 문제 역시 갈라설 때 감정이 악화돼 제의해도 민주당이 받지 않을 것이다."
-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조가 눈에 띤다.
"국회에서는 사안에 따라서는 의안처리를 같이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책공조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SK비자금 등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해법은?
"철저히 가려서 진상을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봉사다. 과거에는 이런 것들이 상례화 됐다. 여당을 한번이라도 해 본 정당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정치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가 고해성사를 한 후 또 잘못을 저지르면 과거의 허물까지 처벌하는 법이 제정됐으면 좋겠다." / 이승후 기자 | | | | |
| | “호남 물갈이 실현하겠다” | | | 광주평화개혁포럼 발족…구해우씨 본격 총선 채비 | | | |
| | | ▲ 구해우 광주평화개혁포럼 공동대표 | ⓒ오마이뉴스 안현주 | 실천적 정치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미래 개척을 표방한 광주평화개혁포럼이 24일 광주KT빌딩에서 창립됐다. 광주평화개혁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은 구해우씨는 내년 총선에서 광주 동구에 출마하기 위해 민주당 동구지구당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구 공동대표는 창립사를 통해 민주당과 호남의 관계 개혁을 역설했다. 그는 "민주당은 전라도를 볼모로 삼아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민주당의 쇄신과 발전을 위해 호남 물갈이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구 공동대표는 "민주당은 분열의 아픔을 감수한 것 외에 일부 기득권을 지키려는 구태 정치인들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아야 했다"고 말해 '호남 물갈이'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평화개혁포럼 창립대회 축사에 나선 설훈 민주당 의원은 "내년 선거에서 광주시민이 한국 정치를 이끄는 일을 할 것이다"며 "구해우 공동대표가 그런 일을 할 사람들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말해 구 공동대표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또 설 의원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은 신당(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재통합하는 것"이라며 "어쩌면 그 일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발언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이날 창립총회에는 김경천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구 공동대표가 택한 지역구의 현역 의원. 광주평화개혁포럼 창립대회와 한화갑 전 대표의 초청강연회에 불편한 심기를 보였던 김 의원이 직접 행사장을 찾은 것을 두고 주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 이승후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