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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저희 원장님은 정말 능력이 많으세요. 다재다능하시고 유머감각도 있고 연습도, 투자도 많이 하시죠. 정말 최고예요.”

어느 마술학원의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원장을 표현하는 말이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아이들에게는 신기함과 희망을 주는 마술, 그리고 마술사. 조금은 이색적인 공간에서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내심 기대되고 즐겁다. 그리고 유쾌한 상상을 시작한다. 어느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법한, 마술의 신기함에 매료됐던 추억들.

마술사. 차성규씨의 직업은 마술사다. 그것도 대전에서 유일한 프로마술사다. 대전 MBC에서 MC로 방송활동을 하던 그가 방송국을 뛰쳐나와 마술사로의 험난한 길을 선택한 사연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지방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만한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마술입니다. 마술은 말이 필요 없는 전 세계 만국 공통어입니다. 호기심 때문에 눈을 뗄 수 없고 사람의 시선을 끄는 가장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죠.”

그가 마술을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초. 당시에는 마술 동호회라든가, 마술관련 웹사이트가 전무했다. 외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무료로 볼 수 있는 자료로 마술을 익히다가 서울에 있는 마술단체를 찾아갔다.

하지만 곧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그의 마음과 달리 취미로 배우는 수준으로 강습을 해줬고 그곳에서 가르쳐 주는 마술의 절반 이상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외국 사이트에서 마술자료, 교재를 구입해 마술공부를 했으니 현재 그의 마술 실력은 독학으로 이루어진 셈. 당시부터 소장하기 시작한 자료가 비디오테이프 250여장, CD 동영상 자료 150여장에 달한다.

‘마술은 마약과도 같다.’ 마술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하는 말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 매력. 그 역시 마술에 심취됐고 방송 활동과 마술을 병행하다가 방송을 그만뒀다. 그 시간에 마술 연습에 전념하기 위해서 였다.

“다들 미쳤다, 돌았다, 마술이 마약이라더니 제가 마약을 한다고 말하더군요. 가족도 반대를 했고 다들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전 무대 경험이 많았기에 두려움 없이 쉽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후회는 없어요. 사람들도 저를 마술사로 평가해주고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도 마술 공부를 계속한다. 마술의 세계는 끝이 없다. 종류도 다양하고 깊이가 다르기에 단지 마술을 할 줄 아는 것과 연기를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마술사를 때로는 아티스트, 행위 예술가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 권윤영
그동안 마술을 해오면서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다. 인원통제가 안 되는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을 때 처음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없어졌다. 마술이라는 것이 뒤에서 보면 비밀이 노출되기 쉬운 것. 나중에 보니 사람들이 뒤에서 보고 있었다.

비둘기를 멋있게 꺼냈는데 실례를 한다거나 지쳐서 바닥에 툭 쓰러졌던 경험도 있다. 마술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들은 가장 까다로운 관객이기도 하다. 마술이라는 것이 완벽할 수도 없고 노출되는 트릭도 있기 마련인데 ‘보인다 보여’라며 솔직하게 집어내기 때문.

“행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 약간의 문화적 수준이 요구됩니다. 행하는 사람이 관객을 속이려고 하면 보는 사람은 바보가 될 수밖에 없지만 즐기려는 목적으로 하면 보는 사람들도 즐겁게 속을 수 있죠. 보는 사람들도 저것은 속임수라는 생각이 아니라 마술을 하나의 쇼, 공연으로 인정하고 봐야 재밌어요.”

아직도 마술은 천하다거나 '딴따라', 광대라는 사람들의 선입견, 인식이 힘들다는 그는 좀 더 멋지고 완벽한 마술을 하고 싶지만 경제적 여건이나 노력이 뒤따르지 못할 때 아쉬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마술 장비가 고가품인데다가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안 되는 것이 많다.

“남들이 안가는 길을 걸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랐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활동하는 모습에 많이들 격려해 주시죠. 앞으로는 마술을 천직으로 삼고 그 안에서 보람과 기쁨을 찾고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건전한 마인드를 가진 후진을 많이 양성하고 싶어요.”

그는 지난 7월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전 최초로 마술학원 문을 연 것. 초등학생부터 50대에 이르는 중년층까지, 프로 마술사를 꿈꾸는 사람부터 취미로 배우는 사람까지 계층도, 이유도 다양하다. 내년부터는 정기적으로 마술 콘서트를 열고 싶은 계획도 있고 세계마술대회에 출전해 순위권 안에 드는 목표도 갖고 있다.

때로는 고아원이나 복지시설 등지로 마술 공연을 가기도 하는 그는 마술콘서트에 불우한 이웃을 초청하고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고 싶단다. 그에게 그러한 일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우문을 던졌다.

“마술의 궁극적인 뜻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즐거움을 전하는 것입니다. 마술을 보는 이들에게 환상과 꿈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저는 마술사가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홈페이지 : www.themag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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