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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신도시 학원단지 조성이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던 9월 22일 교육부 국감장의 교육부 장․차관. 이 일에 대해 장관은 “몰랐다”고 하고, 이수일 학교정책실장은 “구두로만 차관에게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판교 신도시 학원단지 조성이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던 9월 22일 교육부 국감장의 교육부 장․차관. 이 일에 대해 장관은 “몰랐다”고 하고, 이수일 학교정책실장은 “구두로만 차관에게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 교육희망 안옥수
요즘 참여정부의 교육 구상 속엔 교육부장관은 빠진 것처럼 보인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경제 부처 장관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교육부장관이 해야 할 일까지 도맡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병원 재정을 총괄하는 원무과장이 전문의를 제쳐 두고 내과 수술을 하겠다고 메스를 드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러니 '강북 특수목적고 설립 구상'과 같은 엉뚱한 제안이 경제 수장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른바 명문대 입학 티켓처럼 통하는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의 대부분은 강남이 아닌 강북에 있다. 서울 시내 6개 외국어고 가운데 5개교와 과학고 2개교는 모두 강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김 부총리의 교육구상은 이처럼 교육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거세다. 특수목적고가 거의 없는 강남지역은 집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반면 특수목적고가 즐비한 강북지역은 잠잠한 까닭이 무엇인지 김 부총리는 답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 경제부처 수장들의 목소리는 한 곳으로 집중된다. 바로 '평준화 깨기'라고 교육시민단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경제부처 수장들의 속뜻은 '평준화 깨기'

안승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정책실장(서울시교육위원)은 "자립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기존 교육부의 대 국민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면서 "평준화 체제에서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특별한 지위의 학교를 늘리는 것 자체가 평준화 해체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선·중앙·동아일보가 경제부처의 이 같은 교육 구상에 때를 맞춰 일제히 평준화 해체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이 언론사들은 국민의 정부 말 쯤부터 학력 저하론을 내세우며 평준화 해체 깃발을 든 바 있다. 다음은 이들이 낸 사설의 일부분이다.

"자기가 원하는 학생들을 자기 방식대로 뽑아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는 권리를 학교에 줘야 한다. 획일적 평준화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자립형 사립고를 만들겠다는 데 교육감들이 가로막고 나서는 것은 교육적 이유가 아니라 다른 개인적 이해관계가 걸렸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10월 11일치 사설, 교육 자율화해야 강남 집값도 잡힌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이 무엇에서부터 꼬여갔나를 규명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거듭 이 난에서 촉구한 바대로 핵심은 교육에 경쟁체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평준화가 불가능한 분야를 평준화시키겠다는 발상에서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것이다." (중앙일보 10월 14일치 사설, 경쟁체제 도입이 사교육비 줄인다)

"더 늦기 전에 평준화 폐지 여부는 물론 사립학교의 교육자율권과 교육수요자의 학교선택권, 그리고 교육시장 개방 등을 포함한 교육제도에 관해 제대로 논의해 볼 때가 됐다. …한국의 미래는 하향식의 평준화가 아니라 지식정보시대에 걸맞은 인재교육에 달렸다." (동아일보 10월 11일치 사설, 교육제도 논의 제대로 할 때다)


'평준화 해체론'으로 화답한 조중동

이들의 사설을 종합하면 1. (평준화를 깨고) 교육을 자율화해야 강남 집값이 잡히고(조선일보 사설 제목), 2.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므로(중앙일보 사설 제목) 3. 교육제도 논의를 제대로 할 때(동아일보 사설 제목)"라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교육제도 재 논의는 곧 평준화 폐지를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한 근거는 빈약하다. 우선 교육을 자율화해야 강남 집 값이 잡힌다는 주장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부정되고 있다.

KDI는 '저금리 시대 부동산 가격과 통화ㆍ조세 정책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강남지역의 경우 전세 가격은 별 변동 없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매가만 오르고 있다며 교육이 집값 폭등의 이유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KDI 소속 일부 연구원이 지난해 평준화 해체론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보고서의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은 이에 대한 한국일보 10월 22일치 사설내용이다.

"교육문제가 강남지역의 부동산 투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정부가 주장하고 있듯 핵심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을 바탕으로 한 투기수요가 더 근본적이다. …원인 분석이 잘못되면 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중동은 이 같은 KDI의 최근 보고서를 애써 외면했다.

평준화 깨면 집값도 잡히고 사교육비도 줄어든다고?

조중동이 얘기하는 사교육비 문제도 그렇다. 평준화 해체는 곧 고교입학시험 부활을 뜻한다. 이른바 명문고에 가기 위해 중학생까지 입시학원에 몰릴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하지만 이들은 이렇게 밝은 불빛을 외면한 채 '평준화가 사교육의 원인'인 듯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평준화 해체는 입시경쟁 심화와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이는 공교육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뜨릴 가능성이 많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백년의 큰 계획인 교육문제를 놓고 역사상 최초로 경제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팔을 걷어붙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교육구상이 이들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위험하다'는 게 교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왜 그럴까. 경제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림 수는 교육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근절, 지역 균형발전, 강남 집값 안정을 위해 교육에 손을 대는 게 온당한 일인지 많은 이들은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전문위원을 맡은 바 있는 김용일 교수(한국해양대, 교육학)는 최근의 사태에 대해 중앙일보 21일치에 다음처럼 적었다.

"경제정책의 즉효성과는 달리 교육정책의 효과는 시간을 두고 나타난다. 이 점에 착안해 (경제부처가) 부동산 보유 중과세 등과 같은 유효한 정책을 외면한 채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목적고나 자립형 사립고 등의 공과는 최소 3년 이후에나 판별 가능하다. 그러니 교육이 집값 상승의 주 요인이라고 인식시킬 수 있다면, 적어도 3년의 임기는 보장되며 또 실정의 책임도 면할 수 있다. 참으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부동산 투기 때문에 이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할 수 있나.
부동산 투기 때문에 이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할 수 있나. ⓒ 교육희망 안옥수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은 분발하라

전 국민의 의식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게 바로 교육이다. 이처럼 중요한 교육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정말로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은 교육의 고질병을 진단할 만한 전문의라고 할 수 있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분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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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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