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만약 여러분들이 전기도, 텔레비젼도, 냉장고도 없는 산속에 들어가 살게 된다면 어떨까? 불편하고 답답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시 도시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산속 생활을 하면서 인간다운 생활의 여유를 느끼고 자연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성찰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최성현의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도솔, 2003)이다.

지은이 최성현은 좀 특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대학원에서 노장철학을 전공했으나 연구원 생활을 그만두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5년을 생활하고 일본, 뉴질랜드 등지에서 또 5년여, 그리고 다시 원래의 산속으로 들어와 '바보 이반'이라는 농장을 차리고 살고 있다.

농장이라고 하지만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밭도 갈지 않는, 마치 원시시대의 채집 농경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농장이다.

그가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는 핸드폰과 노트북뿐. 여기에 필요한 전기는 태양열을 통해 얻는다. 냉장고가 없으므로 그가 먹는 음식은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야채들이다. 번역과 글쓰기가 그의 주된 업이고….

저자는 이러한 산골 생활을 통해 자신이 관찰한 숲과 산의 세계를 생생하게 글로 전달해준다. 산과 숲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부터 시작해서 풀과 나무, 곤충, 산새, 야생동물, 민물생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산이나 숲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의 섬세한 관찰은 나아가 자연을 통한 깨달음이라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 인간과 자연 및 만물의 조화, 그리고 평화와 화합이다. 자연의 이치는 곧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노자도 <도덕경>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의 이치는 물과 같은 것이라고.

어떠한 형식이든간에 재배는 땅과 풀에 대한 폭력이라는 그의 기본적 인식은 항상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조화를 강조했던 전통적인 동양의 환경사상, 그리고 자연미를 중시한 우리 조상들의 환경 철학과 그 맥을 같이한다. 나아가 자연의 개발과 정복을 강조하는 서양의 물질주의적 환경론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반론이기도 하다. 이 책과 노자의 <도덕경>을 같이 읽으면 동양의 환경사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산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생물들은 예쁜 세밀화로 표현해 놓은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그리고 자연을 관찰하며 담담하게 그리고 평이하게 서술한 문장들도 읽기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내용을 실제로 보여주듯 재생용지로 출판된 책의 모습도 보기좋고 흐뭇하다. 이 책을 읽고나면 독자 여러분들에게 위대한 자연의 모습이 성큼 다가오고 자연이 전해주는 교훈이 들려올 것이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최성현 지음, 이우만 그림, 도솔(2003)

이 책의 다른 기사

산이 좋아 행복한 사람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