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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파괴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새어 나오고 있다. 한글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분위기는 수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한글파괴에 대한 심각성을 역설하며, 젊은 세대들의 인터넷 이모티콘이나, 외계어 사용을 질타하고 있다. 인터넷 소설이 오프라인 출판 시장을 석권하고, 외계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앞다투어 한글, 한국어의 파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나쁜 것으로 치부하고 터부시하는 경향은 많지만, 제대로 대처방안을 개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모티콘이나 축약어 등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생겨난 변형된 표현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나라마다 각각의 글자, 언어가 존재하듯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나라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언어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인터넷은 세계 각지의 뉴스가 시시각각 올라오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변화의 장이다. 이런 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는 사람들은 그에 맞추어, 빠르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이 이에 적응하기 위해 의미전달이 되면서, 가능하면 짧은 말, 짧은 기호를 고안해 내 사용하게 된 것이다.

언론이나, 윗 세대가 한글파괴의 주범으로 젊은 세대들을 비난하고 있지만, 지금 그 젊은 세대들은 활발하게 한글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귀여니의 소설 <그 놈은 멋있었다>가 돌풍을 일으키자, 그에 대한 청소년들의 반발은 대단했다. 왜 그녀의 작품이 소설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이모티콘과 축약어 등을 남용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그런 현상은 다음 카페나 귀여니 안티동맹, 10대들이 만드는 10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스스로 잘못됐다고 판단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귀여니 등의 나이 어린 소녀들이 쓴 인터넷 소설은 이모티콘의 남용과 한글파괴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모티콘의 사용으로 인해 한국어의 활용이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소설은 감정의 묘사나 장소, 물건 등에 대해 설명할 때, 한글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ㅠ.ㅠ, ^^;;, -.- 등의 단순한 기호로 대체하고 있다. 소설이 성인보다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학생들의 상상력, 표현력의 하락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한글파괴가 심각하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 한글문서를 편집하다보면, 맞춤법에 틀리게 쓴 글자는 빨간 줄이 쳐진다. 그러면, 우리는 그 글자를 바르게 고쳐서 다시 쓴다.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 의견을 남길 때나, 채팅할 때, 맞춤법에 맞게 쓸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글씨에 빨간 줄이 쳐지거나, 신호로써 주의를 주는 것이다.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진 않겠지만, 그런 장치를 통해, 한글을 좀 더 조심하여 사용하게 되고, 바른 글자를 배우게 되므로 여러모로 유익한 장치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시청률이 높은 TV프로그램의 언어사용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가 발표됐는데, 연예인들의 언어사용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들은 비격식적 언어뿐 아니라, 비어, 은어, 속어 등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청률이 10%이상인 프로그램에, 인기있는 연예인들이 진행하는 방송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한글사용에 미치는 파장력은 상당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KBS 개그콘서트의 사투리의 과도한 사용도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방송을 이용하여, 한글 바로 쓰기를 실천해 옮기면 어떨까. 한글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만들면, 아동,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한글에 대해 바로 알고, 자연스럽게 실천에 옮길 것이다.

지금은 한글사용에 대한 명분없는 외침보다는 어떻게 하면 한글의 파괴를 최소화하고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한 때다. 정부나 시민단체, 또는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공론의 장을 만들어 대책을 논의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아직 한글에 대한 체계적인 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이나, 방송에서 떠도는 것을 바른 한글로 오인하는 일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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