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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는 이라크파병을 둘러싼 보수-진보 논객간의 논쟁이 벌어졌다.
13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는 이라크파병을 둘러싼 보수-진보 논객간의 논쟁이 벌어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국전쟁 때에 입은 미국의 은혜에 보답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 재산을 팔아 자기 자식 앞세우고 의용군처럼 이라크에 나갈 자유가 있다."(주종환 민족화합운동연합 대표 의장)

"내게 만약 아들이 있다면, 그럴 용의가 충분히 있다."(정수근 한국자유총연맹 홍보매체본부장)


미국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 요청에 대해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진보-보수 논객들이 13일 파병 찬반을 주제로 한 자리에서 토론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민족화합운동연합(대표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은 13일 오후 국가인권위 11층 배움터에서 진보-보수 논객들을 초청해 '이라크파병' 시국토론회를 열고 파병에 관한 찬반 입장을 들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수근 '한국자유총연맹' 홍보매체본부장이 파병 찬성 입장을, 이재봉(원광대 교수) '남이랑 북이랑 더불어살기 위한 통일운동' 대표가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찬성론 "테러 예상되지만 대규모 파병으로 막을 수 있을 것"
반대론 "진정한 동맹이라면 비판과 견제할 수 있어야"
현실론 "유엔 결의 무시 못해... PKF 고려해야"


이재봉 원광대 교수.
이재봉 원광대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장 본부장은 "이라크에서 한국군에 대한 테러 상황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라크파병이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정책 공조에 기여할 것"이라는 보수측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장 본부장은 특히 테러 상황이 예견되는 만큼 "적어도 사단 규모 이상의 병력이 파견돼 활동해야 테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대규모 병력의 파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교수는 "한·미가 진정한 동맹국이라면 미국이 잘못하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도 비판과 견제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유엔결의가 있더라도 의무병·공병대를 포함한 어떤 병력의 파병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 현지조사단에 대한 논의가 '파병'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파병조사단도 보낼 필요가 없다"고 밝혀 유엔 결의에 따른 '조건부 파병론'도 반대했다.

이날 토론회는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치러졌지만, 행사 시작 전 민화련 주종환 의장이 "파병 찬성론자들은 본인이 재산을 팔아 자식을 앞세우고 가면 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고, 장 본부장이 "아들이 있다면 그럴 용의가 있다"고 받으면서 양측의 명확한 입장차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병 찬반 양론이 모두 "비현실적이거나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자원봉사대를 결성해 이라크로 가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대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주섭일 내일신문 논설고문은 유엔(UN)도 미국의 입김에 휘둘리기 때문에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파병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이라크전쟁으로 미국과 유엔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유엔결의안이 통과되면 파병반대 명분도 약화될 것이고 파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논설고문은 또 파병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이미 동티모르와 서부 사하라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했으므로 근거가 약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을 지켜본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장도 "전투병 파병을 찬성하는 자유총연맹측의 논리가 너무 약하다"며 "(한미동맹 외에 국민을 설득할 만한) 다른 논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파병을 반대하는 이재봉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군이 PKF(평화유지군)로 가되 전투하러 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파병 찬반론, 현실론을 주장한 발제자 및 토론자 발표 요지.

△찬성론- "북한 전쟁도발 억제와 변화가 곧 국익"
(장수근 한국자유총연맹 홍보매체본부장)


장수근 한국자유총연맹 매체홍보본부장.
장수근 한국자유총연맹 매체홍보본부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우리나라의 국익이다. 최고의 국가이익은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하고 평화공존을 제도화 한 뒤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라크전쟁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대의와 명분을 가진 전쟁이었다.

한국군을 파병함으로써 국내의 반미감정, 미국의 반한감정을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을 강화해, 주한미군을 통한 전쟁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재발을 막아주고 있는 것은 휴전협정이나 남북기본합의서가 아니라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작전 체제 등 한미 안보유대가 제공하는 전쟁 억지력이다.

일부에서는 이라크전쟁이 제2의 베트남 전쟁과 같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이라크와 베트남은 동일하지 않다. 베트남과 같은 국민적 저항은 없을 것이다. 물론 한국군에 대한 테러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단 규모 이상의 병력이 파견돼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론- "유엔 결의가 있더라도 파병해서는 안돼"(이재봉 원광대 교수)

"파병론자들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당한 압력에 개같이 끌려가는 것은 동맹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잘못된 길을 걸으면 비판과 충고를 해주는게 진정한 우방의 도리다.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북핵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의 문제다. 주한미군의 전쟁 억지력을 이야기하는데, 미국은 이미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주둔 미군의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높이고 있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다. 94년 10월의 북핵 위기도,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유엔결의를 통한 '조건부 파병'을 주장하지만, 유엔결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무병·공병대를 포함한 어떤 병력의 파병도 안 된다. 파병을 전제로 한 '현지조사단'도 보낼 필요가 없다."

△현실론- "유엔 결의에 따른 PKF 고려해야"(주섭일 내일신문 논설고문)

"이라크전쟁이 명분없는 침략전쟁이며, 위헌이기 때문에 파병을 반대한다는 주장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어떤 조건에서도 파병불가는 여러 가지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유엔을 '미국의 앞잡이'로 규정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이라크 문제에 대해 부시와 유엔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유엔 결의안이 통과돼 유엔이 이라크 재건을 담당하는 주체가 된다면 파병반대 명분은 상당히 약화될 것이고 파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파병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이미 동티모르와 서부사하라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했으므로 근거가 약하다.

특히 파병찬성한 사람들이 자원봉사대를 결성해 이라크에 가라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고 이성적 제안이라고 할 수 없다. 파병을 요구받은 것은 정부이며, 정규군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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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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