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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숙
전국에서 드물게 쓰레기 대란을 겪었던 익산에서 생활폐기물을 단순히 쓰레기로 보지 않고 재활용 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생활폐기물 정책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날 시민논단은 익산YMCA시민논단과 푸른희망익산21 추진협의회의 주최로 지난 10일 오후 7시 20분부터 익산YMCA 8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 토론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생활습관을 바꿔야 하고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처리시설이 마련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특히 익산의 쓰레기 처리문제와 관련해 언론의 무관심과 지역이기주의를 꼬집으며 익산시의 책임성 있는 행정처리와 시민들의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녹색국가의 폐기물관리의 법적·제도적 체계 설계’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바람과 물 연구소(크리스찬 아카데미)의 오용선 박사는 개발국가와 녹색국가를 비교하며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발전전략하의 국가를 녹색국가로 잠정 정의하며 말문을 열었다.

오 박사는“폐기물처리시설은 혐오시설임과 동시에 위험시설로 이러한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님비 현상은 시설이 가지는 본질적인 특성과 함께,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철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며 “따라서 폐기물 설치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설설치의 필요성 인식에서부터 설치이후 운영 시 주민합의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생활폐기물과 관련해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폐기물 관리에 있어 정책우선순위(사전 감량→재사용→재활용→에너지 회수→폐기처리, 매립 및 소각)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중간단계인 재사용과 재활용을 무시하고 수거된 생활폐기물을 곧바로 매립장이나 소각장에서 처리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제품생산에 있어 재질이나 모양 등을 단순화시켜 재활용의 빈도를 높이고 폐자원 발생원인자를 구체적으로 분류해 관리주체로서 각자가 참여하는 역할분담의 구조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유통업자, 도소매업자, 소비자, 교육홍보매체를 규정함으로서 책임감을 높이자는 의미이다.

오용선 박사의 발제에 이어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익산자원재생공사 홍성곤 소장은 환경사업 소장으로 10년 가까이 일해 오면서 느꼈던 부분을 설명했다.

홍 소장은 “법을 바꾼다, 제도를 바꾼다는 논란도 있지만 기존의 법을 지키면서 홍보를 강화하고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PT병의 경우 병 바닥에 분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준이 적힌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번호에 맞춰 제대로 분리배출하면 재활용으로서 가치를 충분히 발휘한다고 말했다.

쉽게 풀어 얘기하자면 PT병 분리함에 주방세제 용기가 포함되어 있으면 재활용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지고 가방이나 신발, 사기그릇 장난감 등은 거의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그 대안으로 “앞으로는 매주 요일과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만 주민들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진은 좌로부터 오용선 박사, 김경일 교무, 홍성곤 소장, 유희영 사무총장
ⓒ 모형숙
두 번째 토론에 나선 익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일 교무는 지난 8월 31일까지 용안쓰레기 매립장이 끝난 상태에서 9월부터 압축포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익산시의 쓰레기 대란은 끝난 것이 아니고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꼬집었다.

또 익산시는 소각장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으로 선정지역을 물색중이지만 소각장이 설치된 지역도 다이옥신 배출문제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을 예를 들며 익산시는 논란에 휩싸일 우려도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설이나 운영 면에서 감시하는 체제도 미비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방식도 결여되어 있으며 파수꾼이 되어야 할 언론이 무관심하다고 질책했다.

한편 종합토론에 참여한 함열여고 한백수 선생은 그동안 용안쓰레기 매립장 옆에서 수업하며 힘들게 버텨왔던 사례와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시민들의 이기심을 거론하며 시민단체가 중간자적 입장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님비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매립이 끝난 후 시가 떠나면 그대로 방치돼 적절한 복구작업과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봐야 쓰레기 소각장 부지선정도 순조로워진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청토론에 참여한 한 시민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사례를 들며 “주민들도 분리수거를 잘하지만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이 더욱 잘한다”며 꼼꼼하게 분리수거를 함으로서 쓰레기 양을 줄이고 있는 직원들이 자원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특히 쓰레기 봉투를 직업·산업별 분야별로 나눠 세분화하기를 권장하며 꽃집의 경우 대체적으로 쓰레기가 꽃들인데 말려서 소각하면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촌과 도시를 자주 오가는 한 시민은 “예전에는 청소차가 농촌에도 가끔 찾아왔는데 지금은 보기 어렵다”며 “음식물 쓰레기들은 소각하면 되지만 유리병들은 처리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장날처럼 날짜를 정해서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익산YMCA 유희영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두시간 가량 전개된 시민논단은 쓰레기를 자원으로 보는 생활습관을 강화하는 한편 생각과 사고의 전환이 중요하고 익산시가 적극적이고 믿음성 있는 행정으로 주민과 함께 하는 행정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민과 기관과 기업이 하나되어 함께 하는 지혜를 모아 실천할 때 지구는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이날 시민논단은 생활폐기물의 정책에 있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첫걸음이었다.

미온적 행정이 쓰레기 공화국 만든다
취재후기

익산시 쓰레기 문제는 용안쓰레기 매립장부터 짚고 넘어가야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함열여중고 옆에 위치한 용안쓰레기 매립장은 지난 5월 31일 매립이 종료되는 것으로 합의됐지만 익산시의 미온적인 대처로 쓰레기 대란을 불러일으켰다. 이곳 주민과 함열여중고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차례에 걸친 질의서를 보내 올해 5월 31일자로 매립이 종료됨을 시에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시는 3개월의 여유분이 있는 부송동 매립장에 기대를 걸며 쓰레기를 압축해 야적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보름 가량 거리를 가득 메운 쓰레기는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함열 주민들과 합의 결과 8월말까지 매립이 가능했다.

6월 한달 중 14일 동안 겪은 쓰레기 대란은 익산시와 함열 지역 3개 마을 주민 및 함열여중고가 ‘익산시 용안쓰레기매립장 운영에 대한 협약서’를 작성하며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쓰레기 대란을 겪을 당시 익산시민들은 원망의 눈초리와 하루빨리 제집 앞 쓰레기를 용안쓰레기 매립장으로 보내기를 갈구했고 방관자적 입장에서 무관심으로 일축했다.

결국은 매립장 근처의 주민들이 이기적이어서 쓰레기가 거리에서 나뒹군다는 여론이 형성됨에 따라 함열 주민들은 이기적인 집단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함열 주민과 1천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90%이상이 설문조사결과 메스꺼움을 느끼며 이에 가스의 성분분석을 해보자는 의견을 시에 제출,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익산시는 방관했다. 결국 함열 주민들은 매립 후 제대로 된 복구사업에 기대를 걸며 8월 말까지 참아냈다.

용안쓰레기 매립장의 근처를 지나다 보면 악취냄새가 진동함을 느낄 수 있고 지하수가 오염돼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용안쓰레기 매립장의 매립이 끝난 지 한달 반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복구작업과 보상문제는 아직도 미온적이다.

이날 토론을 맡기로 한 익산시청은 자료만 남기고 참석을 거부했다. 폐기물 소각장 1순위로 떠오른 금마면도 주민 공청회를 거치지 않고 선정돼 아직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익산시는 주민과의 대화마저 은근 슬쩍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더디 가는 행정이라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무조건 부지를 선정하고 소각장을 만들면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주민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책임도 회피하고, 제대로 된 정책마저 제시하지 못한다면 쓰레기 대란은 결국 익산을 쓰레기 공화국으로 내몰고 말 것이다.

우리 집 앞에는 안 된다고 말하는 시민들을 탓하기 전에 제대로 된 시의 약속이행이 뒷받침되어야 우리 집 앞도 믿고 선뜻 내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모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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