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앙리서치에 의뢰해 신문고시 위반 실태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에 따르면, 언론사들의 위반 행위가 신문고시 개정 전의 50%에서 65%로 더욱 증가하였다고 한다.

경품 종류도 다양해져, 자전거, 상품권, 선풍기, 청소기 등, 신문고시의 1년 구독료의 20%에 해당하는 액수의 경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을 훨씬 벗어나고 있다. 이렇게 신문고시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고시라는 것은 지난 1996년 신문업계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하여 제정된 규제조치로 정식명칭은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이다.

지난 1996년은 신문지국간의 과열경쟁으로 칼부림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해이다. 메이저급 신문사들이 다른 신문사의 구독자를 끌어오기 위해 과다한 경품과 무가지를 살포했고 그 와중에 사람이 죽게 되어,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한 정부가 신문고시를 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신문사 지국간에 과열 경쟁은 규모가 작은 신문사의 경영을 악화시켰으며, 거대 언론의 여론 잠식이라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신문사별로 무가지 살포와, 경품 제공을 통해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인터넷에 의해, 종이인쇄에 의하지 않더라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굳이 신문을 구독하지 않아도, 신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매일 업데이트 되는 사건, 소식들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인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문고시가 시행된 후, 최고 수준의 위반건수를 기록했다.

사회전반에 걸쳐 정화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신문구독자를 늘리려 한 기저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듯하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의 조사결과를 보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신문고시 위반 사례를 강도 높게 비판하던 <한겨레>와 <경향신문>조차 65%가 무가지와 경품 제공으로, 신문고시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각 신문사 지국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인 것이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리 나라 3대 언론기업인 조선, 중앙, 동아일보도 경제적인 사정에선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올해 상반기 50억 흑자를 내긴 했지만, 신문사 중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비행기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중앙일보는 6시그마 운동을 전개하여, 절전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세 신문사 중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해, 사옥을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국에서 무가지나, 경품으로 사람들을 유혹하지 않는다면, 500원이라는 돈을 내가면서 종이에 인쇄된 기사에 눈길을 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제는 신문사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무가지와 경품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몇 몇 거대 언론이 여론을 독과점하는 현 상황은 옳지 않아 보인다.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하여, 75%의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신문사들은 모두 비슷한 논조와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들 신문들이 다양한 성향을 지닌 국민을 아우를 수는 없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이념을 지닌 언론사들이 공존하여,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011이 통신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자 휴대폰 앞자리 번호를 010로 변경하여, 011만의 독주를 막고자 한 정통부의 정책에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이에 대한 정책이 수정되긴 했지만, 한쪽의 절대적인 위치 선점은 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이나, 국민의 다양한 통신 관련 서비스를 받는 데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거리는 단순한 소비용품이 아니다. 종이 뭉치로 되어 있지만, 쓰고 버리기만 하는 물건이 아니다. 그 속에는 국민생활 전반에 걸친 복지, 인권, 미래가 담겨 있다. 국민의 생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는 살아있는 교과서인 것이다. 그것을 경품을 걸고, 무료로 나눠주는 것은 값싼 물건보다도 가치가 없어 보인다.

지금 신문고시에서 지정한 무가지, 경품의 한계를 지키는 일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최소한 신문으로서의 자존심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쉽게 얻은 물건은 귀한 대접을 받기 어려운 법이다. 신문고시에 명시한 한계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 한 신문사의 이익 뿐 아니라, 모든 언론사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지국에서는 말한다. 부수 확장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나, 수익에는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