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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은 종종 인권 침해 시비를 불러일으킨다. 올해만 해도 강남구청을 시작으로 종로구청이 범죄예방 등을 이유로 거리 곳곳에 CCTV를 설치하려 했다가 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9개 시민단체들은 현재 사생활 보호를 위한 법제 개선 차원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CCTV는 한편으로 노동 현장에서 노동감시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31일 노동자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전국의 207개 사업장 가운데 89.9%인 186곳이 △CCTV 설치 △인터넷 사용감시 △컴퓨터 하드디스크 검사 △전화 송수신 기록 △전자신분증 가운데 한가지 이상을 설치해 운용 중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동단체들은 "직장 내 노동감시 시스템 도입은 반드시 노동자와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도록 하고, 감시체제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설치 찬성론자들은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이 CCTV의 거리 설치 이후 범죄 발생률이 현저히 감소했고, 서울 강남의 경우도 CCTV 설치 뒤 범죄는 물론 무단주차 등 무질서 행위가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CCTV 설치 논란은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지난 7월 중순께 내리기로 했던 심의 의견을 아직까지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최근 한 신문사에 설치된 CCTV가 내부 논란을 빚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CCTV 설치에 대해 비교적 인권 침해 요소를 강조해 왔던 한겨레신문사다.

ⓒ 이영환
한겨레신문은 지난 8월 말 주차장과 주요 부서가 입주해 있는 4층∼8층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 앞쪽에 각각 1대의 CCTV를 설치했다. 한겨레측 한 관계자가 밝힌 CCTV 설치 사유는 이렇다.

"이전에도 간혹 도난사건이 있어왔다. 지난 2001년 해병전우회의 한겨레 사옥 난입사건 뒤 신분증 패용을 의무화했지만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 됐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한겨레21 편집국에서 카메라와 노트북 등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 내부적으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애초에는 전자카드용 출입문을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CCTV 설치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CCTV 설치는 공교롭게도 정부의 금연구역 확대 조치와 맞물리면서 이러저러한 뒷말을 남겼다. 일부 구성원들은 회사측이 흡연자를 색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했다는 농담조의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겨레의 CCTV 설치는 무엇보다도 회사측이 사전에 노조와 구체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설치를 완료한 뒤 통보하는 등의 절차상 문제를 발생시켰고, 또 전체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수렴하거나 이후 구성원들에게 공지하는 후속 조치도 미흡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 이영환
이와 관련해 편집국 한 기자는 "간혹 야근 중에 습관적으로 복도에 나와 담배를 물었다가 CCTV가 설치돼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는 화들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며 "이처럼 CCTV는 개인의 행동과 사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만큼 지금이라도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비편집국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CCTV 논란 때마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 부쩍 신경을 썼던 한겨레신문이 막상 내부의 문제에 대해 대충 넘어가는 것은 차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회사측은 이번 CCTV 설치 논란이 '노동감시' 문제로 번지는 것에 대해서는 극구 경계의 눈길을 보냈다. 현재 CCTV가 설치된 곳이 사무실 내부가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일상 생활이 녹화되는 일은 결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일부 구성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감시통제 기능이 있는 이상 어찌됐든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를 받기는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지문감식 출·퇴근 체크도 논란
한겨레플러스 지난해부터 기계 도입해 사용

한겨레의 CCTV 설치 문제는 한겨레 사옥 5층에 입주해 있는 자회사 (주)한겨레플러스(인터넷 한겨레)에 지난해부터 지문감식 출·퇴근 체크기가 도입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회사측은 이 기계의 도입 당시 구성원들에게 출·퇴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치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불쾌해 하는 이들이 많아 지금은 일부 내근자들을 제외하고는 체크기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관계자는 "다른 직장에 비해 입·출입이 비교적 빈번할 수밖에 없는 언론사에서 지문감식 출·퇴근 체크기가 도입돼 있다는 것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며 "진보언론 구현과 사회민주화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한겨레의 이름에 걸맞게 자칫 소홀하게 넘어갈 수 있는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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