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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화훼농 하길렬씨
8년만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화훼농 하길렬씨 ⓒ 조수일
"앞길이 막막하지만 우짜든지 일어서야 되지않겠습니까?"

엄청난 위력의 해일과 바닷바람으로 1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어 막막했지만, 이제는 마음을 추스르고 재기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국화재배 농민 하길렬(41·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씨.

태풍 '매미'는 바다와 1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그의 농원을 비껴가지 않았다. 국화재배용 비닐하우스의 비닐은 바람에 찢기고 날아가 형체가 없었다. 더욱이 출하를 앞두고 하우스 밖에 내어놓은 국화는 해풍과 함께 날아온 소금기를 뒤집어써 잎과 꽃망울이 검게 말라들어가고 검은 반점이 생겨 상품가치를 잃어 모두 내다버려야 할 판이다.

"작물값만 따지면 대략 1억원이 넘지요. 거기에 복구비용과 상품을 출하하지 못해 거래처가 끊기는 것을 다 합치면 계산이 안 됩니다."

전국 화훼농 중 국화 단일종으로는 전국 최대규모라는 하씨의 비닐 하우스는 1300여평이 피해를 입었다. 부인과 아버지 등 식구들이 온종일 붙어도 2달이 넘는 복구기간이 필요해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다행히 토요일부터 지역에 있는 53사단 장병 50여명이 이틀째 나와 찢긴 비닐을 걷어내고 못쓰게 된 화분을 들어내기 시작하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들과 함께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모종을 내고 비닐을 덮어야 하는데 비닐 보급이 늦어져 그것도 걱정입니다. 피해를 입은 화훼농들의 주문이 일시에 몰리면서 공장에서 제때 비닐을 대 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미리 확보해 놓은 것이 있어서 그나마 급한대로 쓸 있어서 다행이지만…."

8년째 화훼농을 하고 있다는 하씨는 이번 태풍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1월부터 씨뿌리고 여름 내내 순을 따며 정성을 들인 것이 하룻밤 태풍으로 속수무책이 된 것이다. 부산을 비롯하여 마산·창원·사천까지 자신의 상품이 나가는데 당장 출하를 하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년 기쁨도 배가 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년 기쁨도 배가 됩니다. ⓒ 조수일
"장병들이 도와줘 급한 불은 껐지만 못쓰게 된 화분을 처리하는 것도 큰 일거리 입니다. 상품가치가 떨어져 내다 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누가 와서 꽃만 가져가도 큰 짐을 덜어주는 일인데…."

태풍이 물러간 뒤에도 며칠동안 정전이 되어 소금기를 먹은 꽃에 물을 주지 못해 피해가 더 심해졌다고 한다. 출하할 것들을 골라보지만 가물에 콩나듯.
"버린 것은 빨리 포기하고 다음을 준비해야지요. 포기가 빠른 사람이 적응도 빠르다 카지요."

9월의 끝자락 초가을이긴 하지만 한낮의 들판 태양은 여전히 뜨거운데 그렇게 농심은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출하를 앞두고 못쓰게 된 화분들이 쌓여 있다
출하를 앞두고 못쓰게 된 화분들이 쌓여 있다 ⓒ 조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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