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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소라와 목욕하는 선녀들를 그린 벽화
거북. 소라와 목욕하는 선녀들를 그린 벽화 ⓒ 김강임
천제연 폭포 입구에 들어서자 멀리서 여행 온 거북이와 소라가 먼저 반긴다. 벽화에 그려진 그림에는 선녀들이 목욕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거북이와 소라. 기린도 함께 있었다.

천제연은 옥황상제를 모시는 천상의 선녀들이 별빛 영롱한 밤에 자주빛 구름다리를 타고 몰래 내려와 맑은 물에 미역을 감고 노닐다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중문관광단지 내의 천제교 밑에 3단으로 형성된 폭포로서 제1폭포는 22m의 절벽으로 떨어져 깊이 21m의 천제연을 이루고 있으며, 이 못은 다시 제2, 제3폭포를 이룬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신기루의 이야기
전망대에서 바라 본 신기루의 이야기 ⓒ 김강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제연 폭포는 신기루 같았다. 그러나 폭소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신기루를 찾아 떠나는 수밖에.

먼저 오복천 앞에서 거북이 등위에 있는 복 주머니 속에 동전을 던졌다. 복 주머니에서는 하염없이 물을 뿜어댄다. 마치 많은 사람들에게 오복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것 같다.

오복천에서 오복을 빌어보고
오복천에서 오복을 빌어보고 ⓒ 김강임
오복천은 화강석으로 만들어졌으며, 거북 용 돼지 원앙 잉어 및 수(壽) 귀(貴) 부(富) 애(愛) 자(子)를 상징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관광객들이 복을 기원하며 동전을 던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1985년부터 이 동전을 모아 연말에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을 하고 있다니 지페를 던질 수 있는 곳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한다.

천제루에서 낙원을 감상하니
천제루에서 낙원을 감상하니 ⓒ 김강임
오복천 뒤에는 천제루라는 누각이 있다. 칠선녀의 전설을 따 천제루라 부르는 이 누각은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제루 정상에서 보이는 여미지식물원의 모습과 바다. 폭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지상 낙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선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꼭 선임교를 건너야 한다. 계곡 위에는 최초로 민족 고유의 오작교 형태로 꾸민 선임교가 있다. 또한 선임교 양쪽 옆면에는 칠선녀의 전설을 소재로 조각한 아름다운 칠선녀상이 있다. 특히 야간에는 100개 난간 사이에 34개의 석등에 불을 밝혀 칠선녀의 다리를 거니는 이들에게 운치를 준다.

선임교 한가운데 서서 '소몰이 견우'를 기다렸지만...
선임교 한가운데 서서 '소몰이 견우'를 기다렸지만... ⓒ 김강임
뚜벅뚜벅 선임교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 아래를 바라보면 폭포에서 흐르는 물이 바다로 흘러간다. 선임교 한가운데서 옥황상제의 딸, 베 짜는 직녀가 되어 본다. 그러나 미천한 소몰이 견우가 어찌 기다리는 내 심정을 알까?

선임교에는 까마귀도 까치도 없다. 다만 폭포에서 해안에 이르는 2km의 지역은 담팔수나무(지방기념물 제14호)를 비롯하여 100여종의 난대식물(천연기념물 제378호)이 자생하고 있다.

계단 끝에는 선녀가  있다는데...
계단 끝에는 선녀가 있다는데... ⓒ 김강임
2단계 폭포 가는 길과 3단계 폭포 가는 길은 분리되었다. 3단계 폭포를 가려면 좀더 시간 여유를 가지고 걸어야 한다. 기다림 뒤에 선녀를 만날 수 있다니 선녀의 모습이라도 그려봐야지.

그러나 계단으로 통하는 길에는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처럼 제주도에서도 가장 희귀한 식물의 일종인 솔잎난이 자생하며 담팔수, 구실잣밤나무, 조록나무, 참식나무, 가시나무류, 빗죽이나무, 감탕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등이 혼효림을 이루고 있다.

이제 막 목욕을을 끝내고 하늘로 올라가는 듯
이제 막 목욕을을 끝내고 하늘로 올라가는 듯 ⓒ 김강임
또한 덩굴식물로는 바람등칡, 마삭풀, 남오미자, 왕모람 등이 많이 자라고 관목류로는 자금우돈나무 백량금, 양치식물로는 석위, 세뿔석위, 일엽, 바위손 등이 울창하게 어우러져 있다.

특히 3단계 가는 길에서 보는 선임교 아래에는 이제 막 선녀들이 목욕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녀의 못에는 고요가 흐른다. 3단계 폭포소리도 잠시 물소리를 멋은 듯. 전망대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보면 뒤돌아 볼 겨를 없이 달려왔던 숨찬 가슴을 잠시 고를 수 있다. 전설의 고향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폭포는 흘러도 주위는 고요하다
폭포는 흘러도 주위는 고요하다 ⓒ 김강임
2단계 폭포는 몰려온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육지에서 학교 천체가 수학여행을 왔는데, 이들을 맞이할 수 있는 틈새가 넉넉할 지 모르겠다.
역시 '육지것'이란 명찰을 떼고 떠나는 여행은 더 많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은 토박이의 간절한 심정같다.

" 우리 수학여행 왔어요"
" 우리 수학여행 왔어요" ⓒ 김강임
누구라도 2단계 폭포에 가면 " 야 장관이다" 라는 말을 한다. 그것은 그 폭포가 어디서 흘러 왔는지에 대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추억을 담는 학생들은 폭포의 신비를 직접 맛보기도 한다.

'조금느리게 ' 흘러가네요.
'조금느리게 ' 흘러가네요. ⓒ 김강임
이제 2단계에서 흐러내린 폭포수는 징검다리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야 한다. 듬성듬성 놓여진 돌다리 틈새로 폭포수가 유유히 흐른다. 다시 리듬을 바꾸어 '조금 느리게' 흐르는 폭포수는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주파수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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