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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매월 1일, 수십명의 생일잔치가 벌어지는 곳이 있다. 대상자는 의지할 곳이 없는 독거노인들. 음식은 물론 꽃다발과 개량한복 등 선물도 한아름이다. 행사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마음이 훈훈해지는 광경이다.

이 행사를 여는 사람은 대전시 동구 자원봉사협의회 김충묵(54) 회장이다. 김 회장이 이 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로 벌써 5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그가 행사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독거노인들이 쓸쓸해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생일 맞은 어르신들과 친구들이 어울려서 잠시만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추석이 있었던 이번 9월 잔치에서는 생일을 맞은 20여명의 노인들에게 꽃다발과 개량한복을 선물하기도 했다. 생일잔치를 시작한 것은 불과 5개월 남짓이지만 경로잔치를 10여년 가까이 진행해와 지역의 노인들에게 그는 아들과 같은 존재다. 매년 노인의 달이나 가정의 달에는 1000명에서 1500명에 이르는 노인들을 초청하는 경로 잔치를 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리운 어머니 생각에 노인들을 모시고 잔치를 하게 됐습니다. 오셔서 즐거워하시고 재밌게 노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최근 그는 모 나이트클럽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유는 단지 그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노인잔치를 진행하기에 너무 비좁다는 것이다. 몇해전부터 나이트클럽을 임대해 행사를 진행하다 아예 인수를 해버린 것이다.

그는 직원채용시에도 가장 우선되어야하는 조건을 내세운다. 그것은 휴일이라도 노인잔치가 열리면 반드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채용하지 않는다. 그는 가족에게도 봉사를 최우선으로 강조한다. 얼마 전 며느리를 맞을 때도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이 봉사를 하면서 살 수 있느냐 일정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 가족이 그의 일에 있어서 열띤 호응을 해주는 것은 당연지사. 노인잔치에도 가족 모두가 참여하고 있으며 그의 영향을 받아온 가족이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김씨의 아들은 독거노인들에게 음식을 갖다 주는 것과 연탄을 날라주는 것을 도맡아 하고 있다.

ⓒ 권윤영

“어머니가 장애인들을 데리고 있으셨던 적이 있어요. 함께 생활하기도 했죠. 그런 영향에서인지 18살 때부터 어려움을 겪는 소년소녀 가장을 도왔습니다. 오래 전부터 하다보니 이제는 제 유일한 취미이자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그의 노인잔치는 계속된다. 그가 노인이 되더라도 그 행사는 그의 아들, 손자로 이어지게 만들 생각이다. 노인잔치는 이미 그가 젊은 시절부터 스스로에게 맹세했던 자신과의 약속인 것이다.

“저도 고생을 많이 하면서 컸고 지금껏 자립을 해왔습니다. 돈에 욕심도 없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도 없기에 지금껏 해오고 있어요. 반드시 여유가 있어야 남을 돕는 것은 아닙니다. 여유가 있든지 없든지 중요한 것이 아니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은 계속해서 노인들을 모시고 잔치를 마련하고 싶다는 그는 또 다른 소원을 갖고 있다. 버스를 한 대 사서 대전에 동구 소재 21개동을 매일 차례로 돌아가면서 관광을 시켜드리거나 독거노인을 모시는 것. 그것이 소원인데 이뤄지려나 모르겠다며 김충묵씨는 말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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