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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들이 장난 삼아 '머리 위에 손'을 하고 있다.
다섯 살 아들이 장난 삼아 '머리 위에 손'을 하고 있다. ⓒ 윤근혁
머리 위에 손을 한 다섯 살 내 아들

그런데 얼마 전에 다른 교사가 내 아들한테 머리 위에 손을 하는 모습을 봤죠. 다섯 살 우리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저녁에 아들을 데리러 갔더니 아이들이 죄다 머리 위에 손을 하고 있더군요.

"저렇게 어린애를 갖고 머리 위에 손을 시키다니."

나는 기분이 좀 나빴습니다. 머리 위에 손을 하고 가만히 있는 아들과 아이들이 가엾게 느껴졌습니다.

교육신문을 만들다 지난 1일자로 교단에 복직을 했는데요. 학교에 오자마자 버릇처럼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 앞에서 "머리 위에 손!"이라고 말해봤죠. 모두 군말 없이 머리 위에 손을 하더군요.

속이 좀 켕겨서 "똥개 훈련시키려는 게 아니라 선생님은 한 명이고, 너희들은 40명이니까 가끔 머리 위에 손을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머리 위에 손'에 대해 다시 깊이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립니다. 이제 '머리 위에 손'은 절대 하지 않겠노라고. 이 자세는 마치 승전병이 포로를 압송할 때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길들여가며 배우는 교육은 아무리 많은 지식을 주더라도 결코 바른 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대운동회 연습과 아이들

초등학생들도 알 건 다 알죠. 나는 몇 해 전 대운동회 연습을 시키며 학생들이 하는 말을 다 들었습니다.

"저 선생님은 우리한테 똥개 훈련 시켜."
"아이 유치해. 뭐 저렇게 갓난아이 대하듯 말하고 난리야."

유치한 선생이 되지 않는 길은 무엇일까요. 요즘도 학교 주변은 시끄러울 겁니다. 가을 운동회 연습을 위해 설치된 학교의 확성기는 어떤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던가요.

지난 15일치 신문들은 오랜만에 학교 안 체벌문제를 일제히 다뤘더군요. "체벌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국 초·중·고교 10곳 중 7곳이 학칙으로 체벌을 인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경향신문)는 보도인데요.

9월 15일치 중앙일보 11면 기사.
9월 15일치 중앙일보 11면 기사. ⓒ 중앙닷컴
전국 학교의 72.6%인 7536개교가 체벌을 학칙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교육부의 국정감사 보고 자료를 따온 기사입니다. 교육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이니 만큼 중앙, 조선, 동아, 한겨레, 한국, 세계일보 등 거의 모든 신문이 무게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겨레신문은 16일치에 사설까지 써서 '군대에서도 금지한 체벌을 학교에서 허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취지의 주장까지 펼쳤네요.

그런데 보도와 달리 학칙으로 체벌을 허용했는지의 여부는 학교에서 거의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생은 물론 대부분의 교사들도 학칙을 본 적이 없거든요. 학칙을 학교 구성원이 만드는 게 아니라 학교 관리자 주변 몇몇이 만들어 놓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니 알 도리가 없는 것이지요. 학칙으로 매질을 금지한 27.4%의 학교는 체벌이 사라졌느냐. 결코 아니라는 게 제 생각인데요.

체벌 금지 학칙 만든 27.4%의 학교는 매질이 없을까

막말로 학칙이 어떻든 때리는 교사는 때리고, 때리지 않는 교사는 때리지 않는 게 요즘 학교의 현실입니다. 물론 학칙에서 체벌을 금지했다면 '때리기'가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겠지요. 매질을 허용하든 그렇지 않든 문제는 교사와 학부모가 이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학칙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솔직히 저도 아이들을 때린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몇 해전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지만 한번 때리기 시작하면 제 내공으로선 반드시 감정이 섞이게 되더군요. 나의 매질의 성격을 들춰보면 애정 50, 감정 50입니다.

이번 체벌보도가 학생인권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서 시작된 정보인권 논란과 체벌, 그리고 '머리에 위에 손'과 같은 강압은 그 무게는 달라도 학생의 인권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게 분명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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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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