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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9월 1일 수암칼럼
매일신문 9월 1일 수암칼럼
대구 하계 U대회 슬로건은 'Dream for Unity : 하나가 되는 꿈'이다. 여기서 'Unity'란 '1. 단일(성), 유일 (a, at), 2. 조화, 일치단결, 협동(family Unity : 집안의 화합)'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구하계U대회 홈페이지에는 'Dream for Unity : 자연의 섭리와 첨단문명의 조화로움 속에서 모든 경계와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되려는 인류의 염원을 담은 녹색 문화제전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대구 U대회에서 '하나'란 화합, 조화, 공존의 의미를 나타낸다. 하지만 9월 1일자 <매일신문> 수암칼럼 '두 얼굴의 미녀들'에서 '하나'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는 뜻으로 오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사례를 비교하면서 억지춘향으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매일신문> 김정길 부사장이 매주 쓰고 있는 수암칼럼 '두 얼굴의 미녀들'(9월 1일)에 담긴 오류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첫째. 미스월드유니버시티에 관련된 문제이다

"이번 U대회 동안 우리는 두 그룹의 미녀들을 보았다. 한 그룹은 미스월드유니버시티 참가 미녀들이고 또 한 그룹은 북한 응원단의 미녀들이었다. 양쪽 다 꽃다운 나이의 대학생과 처녀들이고 골라 뽑혀온 미인들이며 U대회를 경축하는 같은 목적을 안고 왔다.

우선 미스월드유니버시티는 '세계 대학생 평화사절단을 뽑는 전세계 대학생 미인대회'다. 평화와 봉사가 대회의 정신인 만큼 뽑힌 미인들은 마약퇴치, 난민구호 등 세계평화와 봉사활동에 기여한다.

순수한 미인대회답게 U대회에 맞춰 일부러 대구에서 개최된 금년도 미스 유니버시티 참가 미인들은 대회기간 동안 정치이념 시비로부터 저만치 비켜나 있었다. 그저 한국의 복지 시설을 위문하고 야구장에서 응원도 하고 백화점 구경에다 올림픽 공원 나들이와 현충사 참배만 했다. 평화의 사절 미인들답게 맑고 밝은 아름다움으로 봉사와 자유와 평화를 느끼고 누리는 즐거움만을 만끽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미스월드유니버시티 행사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미스월드유니버시티는 김정길 부사장이 제시한 대로 '세계 대학생 평화사절단을 뽑는 전세계 대학생 미인대회'이긴 하다.

미스월드유니버시티 참가신청서
미스월드유니버시티 참가신청서
하지만 미스월드유니버시티는 미스코리아 등의 미인대회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몸을 평가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는 미스월드유니버시티 참가신청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참가신청서에는 ▲정면 상반신 컬러 사진 ▲자유 전신 컬러 사진, 신장, 몸무게, 가슴, 허리, 히프 사이즈뿐만 아니라 ▲미인대회 경력 등을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세계대학생 평화사절단'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반전평화'와 관련된 참석자의 견해, 최근 일련의 전쟁과 관련된 참석자의 의견과 더불어 평화가 유지, 정착되기 위해 평화사절단의 역할 등이 그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 대구여성회 관계자는 "세계대학생 평화사절단이 왜 쭉쭉 빵빵 이쁜 사람이어야 하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가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며 이 행사가 가지는 또 다른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미스월드유니버시티 대상 수상자에 대한 인터뷰 내용(8월 30일)은 매우 엉성하다. '세계대학생 평화사절단' 그랑프리를 수상한 네팔출신 야우사 쉬레사에게 기자가 던진 질문은 참으로 아쉽다.

미스월드유니버시티 대상 수상자 인터뷰 기사
미스월드유니버시티 대상 수상자 인터뷰 기사 ⓒ 매일신문
전세계 유일 분단국 한국, 한국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선출된 그녀에게 기대되는 질문은 참으로 많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더군다나 U대회 때 남북이 하나로 어우러져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결국 이들은 여느 미인대회 수상자처럼 '복지 시설을 위문하고 야구장에서 응원도 하고 백화점 구경에다 올림픽 공원 나들이와 현충사 참배를 하는' 등 관광을 즐겼을 것이다. 그들은 결국 미인대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대학생들이었다. 이들과 U대회 참석한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러 온 북측 응원단이 비교대상이 될 수 있을까?

미인대회에 참석한 미인과 언론이 만든 '미녀 응원단'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 미스 유니버시티를 뽑던 날 심사석에 앉아 자유분방한 세계 대학생 미인들의 티없는 얼굴들을 보면서 문득 장군님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고 울부짖고 고함치던 북한 미녀들의 격앙된 얼굴이 떠올랐다.

낮에는 경기장에서 앳되고 애교스레 미소짓던 그 얼굴이 장군님 사진 한 장에 어쩌면 그렇게도 표변할 수 있을까. 대학생 미인대회 무대서는 영국 미녀가 자기 나라 국기로 이브닝 드레스를 만들어 입고 나와도 대학생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만약 누가 인공기로 스카프를 매고 경기장에 나왔으면 북한 미녀들은 어떤 얼굴을 했을까. 일부 네티즌들이 응원단 미녀들을 '정치선전에 동원된 응원기구'니 '로봇미인'이라 비유한 것도 어쩌면 그처럼 이해 할 수 없는 두 얼굴을 보아서일지 모른다."


미인대회에 참석한 미인들은 그냥, 그렇게 행사를 치르고 행사 주최측에서 마련해 준 일정대로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북측 응원단은 다르다. 북측 응원단은 세계대회에 참석한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러 방문한 손님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를 '미인 응원단'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매번 인터뷰 때마다 "'북측 응원단'이 정확한 표현입니다"라는 인터뷰가 꽤나 많이 나오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물론 매일신문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녀들을 끊임없이 '미녀응원단'으로 묘사했었다.

그녀들이 한국 땅을 밟기 전에 '▲정면 상반신 컬러 사진 ▲자유 전신 컬러 사진, 신장, 몸무게, 가슴, 허리, 히프 사이즈뿐만 아니라 ▲미인대회 경력' 등을 기초로 선발되어 왔을까? 그렇지는 않다.

언론 자신들이 만든 '미인' 기준에 북측응원단을 맘대로 포함시켜 버렸고, '미인대회 참석 차 대구에 온 미인'과 '언론이 만든 '미녀응원단''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역언론이 만든 '미인신드롬'으로 인해 우익인사들은 대구지역사회를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일(화) MBC 'PD수첩' '우익이여 궐기?'편에서 지만원(시스템클럽 대표)씨는 '이북에서 미인들 온다고 하니깐 정신나간 사람들 까무러치는 사람들 없어?'라며 '대구시민들은 그런 수준이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만원씨 대화내용

지만원씨 인터뷰 장면
지만원씨 인터뷰 장면 ⓒ MBC
해설: "북한선수단을 환영한 대구시민은 극소수, 대구민심은 우익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만원(시스템 클럽 대표): "이북에서 미인들 온다고 하니깐 또 정신나간 사람들 까무러치는 사람들 없어?"
PD : "(대구시민들) 그런 수준으로 보세요?"
지만원 : "그런 수준이겠지. 그게, 그게 무슨 배운 사람의 수준이겠어?"


그리고 지역언론은 이 문제에 침묵했다.

대구지역사람들은 북측 응원단에 열광하며, 전국 사람들이 대구로 대구로 모였던 이유는 '미인(?)'인 그녀들의 미모에 반해서가 아니라, '58년만의 남북의 만남을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바람이었던 것을 김 부사장은 왜 모를까?

'예천 김정일 현수막 수거'는 문화적 차이일 뿐

"그런 미스 유니버시티를 뽑던 날 심사석에 앉아 자유분방한 세계 대학생 미인들의 티없는 얼굴들을 보면서 문득 장군님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고 울부짖고 고함치던 북한 미녀들의 격앙된 얼굴이 떠올랐다."

현수막 수거를 "법석"으로 표현했던 매일신문
현수막 수거를 "법석"으로 표현했던 매일신문
이미 많은 보도들에서 언급되었지만, 예천의 현수막 수거 사건은 남한측 입장으로 보면 '황당한 사건'이지만 북측 입장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한겨레21>은 이와 관련 '북쪽에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과 초상화를 특별하게 다루는 일을 '초상화 정성사업'이라 부른다. 북쪽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사진과 초상화에는 조그만 먼지가 묻어서도 안 되도록 교육받는다. 초상화는 일터나 가정에서 가장 넓고 깨끗한 방에서 의무적으로 부착하고 정성을 다해 관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 김정수 연구원은 "지극히 북한적 현상이다. 북한은 한국의 70-80년대 상황과 비슷하다. 그때는 학교와 사무실에 국민교육헌장과 대통령 사진을 걸어놓고 그것을 경외시하지 않았냐?"라며 그때를 연상한다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동아일보> 9월 1일자에서 탈북연예인 김혜영씨도 "북한에서는 비오는 날이면 김일성 동상과 김정일 초상화를 큰 천으로 가립니다.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비에 젖는다며 수거해 간 것도 그런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교육의 의식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같은 사회주의 체제의 사상 교육에 원초적 아름다움마저도 굴절돼 버린 탓일 거란 쪽이 더 설득력이 있다"며 미의 굴절 등을 운운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아~ 북한은 우리와 많이 다르구나. 남북이 통일되기 위해서는 이 황당한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구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한겨레21>에서 탈북자(북한이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연세대 전우택 교수(사회정신의학)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연구원이 2001년 10월 내놓은 '북한이탈주민 사회 적응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통일 뒤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살 때 생길 어려움'에 대해 탈북 동포들은 ▲가치관·사고방식·생활습관 등의 문화적 차이(28.3%) ▲경제적 생활 수준 차이(25.0%) ▲상호 이해 부족·편견 등으로 인한 화합 부족(13.4%) 등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이념·사상·제도 차이(10.9%) ▲언어 차이(10.0%) ▲지역 갈등(2.1%) 등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결국 남북한 사람들의 가치관, 사고방식, 상호이해의 부족, 상호 편견 등으로 인한 갈등 예상이 총 41.7%로, 정치·이념·사상 등의 차이로 인한 갈등 예상 10.9%보다 4배 정도 크게 나타났다.


왜 우리끼리 뭉치자고 주장하는가?

어느 퇴직 교장 독자가 물어왔다.

"하나가 되자는 응원을 같이 하던데 도대체 어느 쪽으로 하나가 되자는 거냐"고. 꽃다운 처녀들을 '두 얼굴의 미녀'로 만드는 체제로 하나가 돼야 하는가 아니면 대학생 미인대회 미녀들처럼 만드는 자유민주 체제로 하나 되는 게 옳은가 하는 의문과 혼돈이리라.

대회는 그 교장이 느낀 혼돈처럼 우리에게 '하나가 되는 꿈'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정해야 하느냐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어려운 과제일 것 같지만 잔치바람에 더 선명하게 노출되고 더 깊게 팬 이념갈등 분쟁과 시비의 해답은 의외로 북한 미녀와 세계 대학생 미녀들의 얼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나된 민족 통일을 원한다면 우리 집안(남한내부)부터 먼저 이념적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U대회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하나 되는 꿈의 가능성과 함께 자유민주 체제가 전제되지 않고는 그 어떤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념논쟁도 무의미하고 위험하다는 점이다.


어느 한 교장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김 부사장은 대구U대회 홈페이지를 한 번이라도 열어봤으면 좋았을 것을. 대구U대회 홈페이지에는 'Dream for Unity : 하나가 되는 꿈'에 대해 사상, 이념, 종교, 인종, 문화 등 모든 경계와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려는 인류 평화의 꿈을 구현하고자 한다. 특히 현 세기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남북의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진정으로 전 인류의 하나됨을 감동적으로 실현하고자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즉 그 교장선생님의 고민 "'두 얼굴의 미녀'로 만드는 체제로 하나가 돼야하는가 아니면 대학생 미인 대회 미녀들처럼 만드는 자유민주 체제로 하나 되는 게 옳은가"에는 해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었을 텐데….

우리가 외치는 '하나'의 의미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 서로의 문화와 가치를 인정하는 세상이지, 서로 다름을 극단적으로 부각시켜 너희 편, 우리 편 등 편가르기를 위한 '끼리 끼리 모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U대회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하나되는 꿈의 가능성과 함께 자유민주 체제가 전제되지 않고는 그 어떤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념논쟁도 무의미하고 위험하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주장하는 김 부사장의 생각이 무의미하고 위험하다. 우리가 U대회를 통해서 얻어야 할 교훈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편가르기에만 혈안이 된 언론의 오버액션'이 정말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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