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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이 신당 창당 문제를 둘러싸고 중추기구인 당무회의장에서 폭력사태까지 빚어졌다. 대화와 토론의 정치가 '사망'한 셈이다. 그 신당 창당의 중심에 서온 민주당 고문 김원기 의원을 만나봤다. 그는 당무회의 폭력사태 후 신당추진 모임에서 신당창당 주비위원장에 선출됐다.

김 위원장은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1시간 반여에 걸친 대담에서 격정적으로 신당의 방향과 자신의 정치철학을 토로했다. 평소의 '지둘러'라는 애칭과는 다른 모습이 엿보일 정도였다. 역시 상황이 상황이어서일 것이다.

그는 폭력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치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해도 아직 분당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당 반대파 중엔 다수가 오해하고 있어서 소수만 잔류하게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에게 맡겨진 신당창당 추진 의원들의 민주당 탈당계는 10월 중순경이 될 창당준비위로 전환하는 시점까지 물리적 폭력으로 당무회의 의결이 불가능할 때 정식 접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신당창당을 위한 외부인사의 영입과 관련해 그는, "정치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들, 특히 정책개발에 기여할 전문성이 있는 분들을 다른 신당추진 정치인 그룹보다 앞서 우선적으로 교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최고경영자(CEO)그룹과 학계 전문가 등을 꼽았다.

새 시대에 걸맞는 신당의 특성으로 그는 원내 정책정당을 들고,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정당들에 대해서는 국고지원을 받는 정책연구소가 싱크탱크로 뒷받침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당을 신당답게 하는 창당 과정에 드는 정치자금과 관련, "모든 참여자들이 2000만원 이하로 분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재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더 내고 덜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 출범 초기 노 대통령과 일종의 정치적 역할분담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4월 총선까지 정치를 개혁해서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고, 우리 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그때까지 조각 등은 대통령이 책임지고 하고, 4월 총선거 이후 책임 있는 여당이 국정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신당이 제1당이 되지 못할 경우 현재 한나라당의 행태로 미루어 다수의 힘으로 내각제 개헌을 기도하거나 국정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성이 크다"면서 이를 극복하는 게 당면과제라고 규정했다. 신당이 지향하는 정체성과 노선과 관련, "'합리적 보수, 중도, 합리적 개혁'을 아우르는 국민참여통합정당"이라고 천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김두관 행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 "정당성이 없는 사안에 대해 다수의 힘으로 횡포를 부릴 때 안정을 위한다고 받아들인다면 정치가 왜곡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제, "노 대통령이 모든 것을 감안해서 적절하게 처리할 것으로 본다"며 조언이나 예단을 자제했다.

대통령의 민주적 권위가 흔들린다는 지적관 관련, 그는 "너무 권위적이면 반대하면서도, 막상 과거 대통령들이 하던 대로 권위 있는, 또는 무게 있는 힘을 행사하지 않으면 혼란을 느끼는 이중성이 있다"고 밝히고 "탈권위가 좀 급하게 진행된 감이 있긴 하지만 초기단계에서 부작용이 있더라도 원칙을 지켜나가면 곧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노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기 신당창당 주비위원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본사 김재홍 논설주간(왼쪽).
김원기 신당창당 주비위원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본사 김재홍 논설주간(왼쪽).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 신당에 대해 진정한 여당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고, 친노무현 정당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창당준비위로 전환한 뒤 정부와의 당정회의에 참여하게 됩니까. 노대통령과의 향후 관계 설정에 대해 밝혀주십시오.
"지금 잘 알다시피 신당을 추진하는 당내의 세력들이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선거운동을 했던 중추세력이 다 참여했기 때문에 일부에서 친노(親盧)니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는 것은 대통령과 앞으로 만들어질 신당과의 관계는 분담과 협력의 관계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당은 독자적으로 당으로서 정치적 역할을 할 것이고, 대통령은 정부와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처럼 대통령이 당의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가 성공할 수 있도록 당이 협력하는 관계는 긴밀히 유지될 것입니다. 당정협의 관계는 지금 이 단계에서 민주당은 어떻게 하고 신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언급을 할 시기가 아닙니다."

- 민주당에 잔류하는 지금의 구주류 중심의 민주당이 노 대통령과 이 정부에 대해 여당에 가까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아니면 야당에 가까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당의 공식기구를 통해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신당을 하려고 했으나 물리적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비위를 발족시켰습니다. 아직도 당 전체가 이탈 없이 대통령 선거 때 약속한 것처럼 새로운 정치틀을 짜는 데 나서주기를 바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어요. 그런 시점이므로 민주당을 완전히 버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나가는 것이 전제가 된 말을 단정적으로 하지 못하겠습니다."

- 잔류 민주당도 통합신당과 궁극적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다만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인내도 하고 양보도 하고 했지만 기득권에 집착해서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그런 사람들과는 대화와 협상이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취지에 오해가 남아 있어서 결심을 못하는 분도 다수 있다는 것 알고 있어요. 이제 그런 오해를 씻기 위해 설득 노력을 더할 것입니다. 이탈 없이 절대 다수의 분들이 같이 새로운 정치틀을 짜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성의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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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4일 당무회의 폭력사태라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구주류 쪽이 얼마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지는 규명해야 알겠지만, 그것을 보는 언론과 국민들은 70년대 신민당 전당대회 때 조직폭력배 동원한 각목사태를 떠올렸을 것이다. 정당의 공식회의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보도됐습니다. 정치권 전체에 대해 실망감을 주는 부정적 사건 아닙니까. 당무회의를 계기로 법적인 분당은 아니지만 사실상 정치적 분당으로 봐도 됩니까.
"민주당에 오랫동안 지도자적 입장에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쪽에서 그같은 폭력사태를 저질렀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작태가 당 내에서 빚어진 것에 대해 국민들에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보면서 정말로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까,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든지 대화를 통해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수개월간, 많은 것을 양보하면서 노력해 왔어요. 그날 빚어졌던 사태로 절차를 통해서 의사결정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됐습니다. 의결절차를 계속 지연시키면서 매달리다 보면 신당에 관한 논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되므로 추진모임 자체로서 주비위를 발족시킨 것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아직도 소수의 사람을 끝까지 설득해서 절대 다수가 참여하도록 노력을 계속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아직 똑부러지게 법적이든 정치적이든 분당을 선언하고 싶은 마음은 아닙니다. 노력을 계속하는 입장이라 그러한 표현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 주비위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탈당계를 제출했는데요.
"오늘 시점에서 40명 정도가 제출했습니다."

- 신당 추진 의원들이 민주당 탈당계를 김 위원장께 맡겼는데, 그것을 언제 처리할 생각입니까. 그러니까 법적으로 완전히 탈당이 이루어지는 상황과 시점을 설명해주십시오.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고 내가 보관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있어요. 탈당이 개인적으로 계속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요. 의지의 표현은 좋지만 결정적으로 분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그러한 수순은 아직 되도록 밟지 않기 위해서 탈당계를 보관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끝까지 해결점이 찾아지지 않을 경우 어느 때인가 (탈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시점은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창당주비위는 임의기구이지 법적인 기구는 아닙니다. 그래서 발기인을 모집한다든가, 신당에 참여할 제세력이나 개인들과 접촉한다든가 하는 신당 창당을 준비하기 위한 저변의 노력을 활발히 할 것입니다. 준비단계로 넘어가면 합의가 극적으로 성사돼 당 전체가 그 일을 하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저히 물리적인 폭력에 막혀 그때까지도 불가능하다고 할 때는 별 수 없이 탈당계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 창당 준비위로 전환되기 직전까지 설득 노력이 안 되면 탈당계 제출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 중도파의 경우 예를 들어 한화갑, 추미애, 조순형 의원 등이 창당주비위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기국회 후에 당 내 절차를 밟자고 하는데요, 이 분들의 선택을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는지요.
"내가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분들도 현재의 입장이 어떻든 간에 시대적 요구와 우리가 대선 기간 국민들에게 했던 정치개혁의 약속이나 그동안 해 온 정치의 역정으로 봐서도 우리는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새로운 정치틀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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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철 대표는 신당추진 모임파로 봅니까. 아니면 중도파입니까.
"정대철 대표 본인 스스로 언명한 바 있습니다. 구주류 쪽에서 정 대표에게 '당 대표가 중간에 서지 않고 신주류 입장에 서느냐'고 공박을 했을 때, 정 대표는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역이었고 그래서 이 정부에 무한책임을 가지고 있다. 신당추진모임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중도적 입장에 서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얘기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 향후 한나라당 탈당파의 통합연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당연대, 그 외 제 3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운동가 등 외부의 다양한 세력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실 생각입니까. 정치권에서 신당을 창당하거나 정당을 확대개편할 때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는 게 보통인데, 구체적인 영입계획을 밝혀주십시오. 민주당 외부의 신당추진 정치인들과의 막후 대화가 있습니까.
"평소 우리와 대화를 하던 분들이 많이 있지요. 개인적인 입장으로 대화도 했지만 추진모임 차원에서 구체적 대화를 가진 적은 아직 없습니다. 물론 그분들이 개혁을 바라고 정치개혁을 주장해 온 분이고 여러 점에서 대화가 되는 분들이므로 앞으로 어느 시점에서든 성의를 가지고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먼저 당 내 이탈이 없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새로운 정치틀을 짜는 시대적 과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혁을 내걸고 신당창당을 추진하는 그룹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분들도 협력을 해야 할 대상이지만, 그보다 지난번 추진모임에서 결정된 것은 정치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들을 특히 정책개발에 기여할 전문성이 있는 분들을 1차적으로 정치권 밖에서 우선 교섭하기로 했습니다.

가령 유능한 CEO 그룹이나 그 이외 전문가 집단 등 이런 역량들이 정치권에 보태져야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시대가 달라져서 정치인만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쪽을 교섭하고 발굴하고, 정치에 참여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 서너 갈래의 신당 추진 그룹의 정치인 말고,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을 먼저 영입하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정책개발과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국회의 능력이 정부에 비해 역부족한 상황 아닙니까. 국회가 형식적으로는 국정감사든 예산심의든, 법안심의든 나름대로 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하기에는 자체가 가진 역량이 행정부에 비해 너무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회도 스스로를 보강하는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정당들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지금까지 당이 조직중심, 정치중심이었지 정책에 있어서는 너무 소홀했던 점이 있었지요. 앞으로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정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정책개발 능력,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적 필요 때문에라도, 전문가 그룹의 집단 영입작업을 앞서서 하기로 했습니다."

- 새 시대의 정치가 국민참여정치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 시민사회 전문가들도 직업 정치인과 다름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구시대적 정당의 행태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를 들어 기존 정당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학계 전문가나 CEO들이 참여하기를 꺼려하지 않겠습니까.
"준비위 단계 이전 발기인 모집 때부터 그런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하기로 작정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국회, 의회정치 과정이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전문성이 문제인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미 의회에는 의회조사국(CRS) 같은 경우 행정부 못지 않게 그 전문성이 유지돼 오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예산심의, 감사를 뒷받침해야 할 감사원도 바깥에 있습니다. 우리 국회의 전문성, 정당들의 정책연구기능을 보강해야만 원내 정책정당화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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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원내 정책정당화를 본격 추진할 단계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정당은 중앙당의 총재나 대표가 당원 전체와 함께 소속 의원을 대표했지요. 국회의원들이 헌법상으로는 개별적인 헌법기관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당을 장악하고 있는 혹은 당권을 쥐고 있는 당 지도부에 의해 지시받고, 거기에 따라 원내 표결도 하는 관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근본적으로 바뀔 때가 됐어요. 원내 대표를 따로 둘 것입니다. 원내 대표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자율적으로 뽑게 될 것입니다.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모든 활동을 통할할 것이고, 지금 정당 안에 있던 정책위도 원내대표 산하로 들어오게 해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여러 가지 의정활동과 정책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려고 합니다.

또 독일의 나우만 재단처럼 수준 높은 당 정책연구소를 운영할 방침입니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꾸려온 연구소는 개인의 자기 선전용으로 활용이 돼 온 측면이 있지요. 국고지원이 상당액 지원돼 본격적인 정책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당 내에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도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원내 교섭단체인 정당들에 대해서는 내실 있는 연구소가 뒷받침하도록 할 작정이다.

신당 창당은 과거 정당의 창당 과정과는 차별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당헌 당규를 제정하는 것뿐 아니라 정책의 노선을 구체적으로 개발하고 정하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정책연구소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미 그런 합의를 하고 발표도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정치세력과 연계하고 합치는 노력에 앞서 우리의 갈 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분들을 먼저 영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 신당을 만드는 창당 과정부터 신당답게 하는 내용을 좀더 설명해 주시지요.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대로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창당 여건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전에는 창당한다고 하면 실력자가 정치자금으로 목돈을 내놓아서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지난 창당준비모임 때 결의를 통해서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과 정치인들이 2000만원 이하로 모두 분담해서 하자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모인 자금으로 홍보나 활동에 드는 비용을 전부다 분담해서 써 왔어요. 앞으로도 그런 방법으로 할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방법으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창당 자금을 소액 다수주의에 따라 주비위원들이 각자 다 분담해서 하겠다는 말씀인데, 그럴 경우 문제는 자금력이 없는 정치인들의 경우 발언권이 약하지 않겠습니까.
"의원 중에서도 조금 더 낸 사람이 있고 덜 낸 사람도 있어요. 능력에 따라 집안 형편도 다 다르지 않습니까. 누가 얼마 냈는지는 나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거의 다 얼마가 됐든 돈을 냈고, 그 돈으로 지금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새시대에 걸맞는 새 정치의 정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은 목표이고 이상입니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 아니겠습니까. 민주당에서 탈당하거나 분당할 경우 총선에서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 점에 대해 말하기 전에 흔히들 하는 얘기로 민주당이 대통령을 두 번이나 배출한 정당이고, 국민의 정부 때 공적이 있는 정당인데, 그 정당을 그대로 두고 영입작업을 해서 보강하면 되지 왜 굳이 신당을 하려고 하느냐는 원론부터 정리해야 할 듯합니다.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거에 얼마나 의석을 더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 때문에 창당하게 된 것이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정당은 민주당이 그렇게 하고자 해서 된 것은 아니지만, 1당, 2당이 모두 박정희 시대부터의 잘못된 정치유산이긴 하지만 지역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정치와 정당의 지역주의 틀이 해소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역주의 정치틀, 이것을 깨지 않으면 정치개혁, 국민의 국회나 정치에 대한 신뢰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정치틀이 짜여져야 한다는 점에서 신당 창당이 시발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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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대화나 타협, 토론의 장이 아니고 극단적인 전투적 대결의 장이 되면서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이것도 정당과 정치의 지역주의 틀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자기 지지기반의 정서에 맞춰 그곳에서 박수받는 것 위주로 발언을 하고 정치 행동을 하면서도 상대 쪽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과격한 행동이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에선 참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데 반해 다른 지역에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인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현상도 지역주의 때문입니다. 정치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그런 정치가 되지 않으면 국회가 대화와 토론의 장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을 깨기 위해서는 국가경영의 책임을 맡게 된 우리부터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 이유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곁들여 총선의 문제,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의석수를 많이 갖는 것이 정당의 목표지요. 내년 4월 총선을 생각할 때 현실적인 요구를 봐서도 신당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우리가 지역주의 틀의 정치 아래서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렀는데 96년 15대 선거 때 79석을 얻었고, 16대 선거에서 집권 여당임에도 115석을 가져왔습니다.

그 이상을 확보하는 게 이 틀로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 한 지역에서는 100% 당선되지만 그보다 의석이 많은 다른 지역에서는 단 한 명도 국회의원을 낼 수 없는 현실이고,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1년만으로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 진단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쓸 만한 후보를 내면 경쟁은 해 볼 수 있는 그런 틀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제1당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한나라당이 하는 여러 가지 행태를 봤을 때 그들이 공언한 대로 '내각책임제'로 개헌한다든가 다수의 힘으로 대통령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위험이 많아 혼란에 빠지게 될 겁니다. 물론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서 제1당이 되고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신당에 역량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민주당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때 제1당도 될 수 있고, 과반수를 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 틀로는 희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희망을 가지기 위해 신당을 하는 것입니다."

- 지금 수의 정치에 대해 지적을 했습니다. 최근 김두관 행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당론 표결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십니까.
"대통령이 거기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것이다, 저렇게 될 것이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김두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그럴 사안도 아니고 명분도 없고, 국민들의 지지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기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정부를 밑에서부터 흔들어대는 이러한 정치행태는 빨리 개선돼야 하고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거기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그것이 어떤 절차이건 국회에서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입니다. 정당성도 없는 사안을 다수의 힘으로 횡포를 부릴 때 안정을 위해서 받아들인다면 정치가 왜곡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모든 것을 감안해서 적절하게 처리할 것으로 봅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대통령의 민주적 권위가 정립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비롯해 정통성까지 부정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지난 3월 양휘부 방송위원이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바뀐 것 같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했고 최병렬 대표도 '대통령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거나 '잘못 뽑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어제는 지난 9월5일 현직 검사장인 이범관 광주고검장의 발언에서 보듯이 고위 공무원까지도 국정수반인 대통령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합니다. 대통령이 탈권위를 선언한 것은 과거 권위주의를 버리겠다는 것인데, 국정책임자로서 민주적 권위까지 훼손되는 것 아닙니까.
"현직 고검장이 그렇게 한 데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민심이라는 것이 이중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권위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막상 권위주의를 없애기 위해서 과거에 대통령들이 하던 대로 권위 있는 또는 무게 있는 힘을 행사하지 않으면 혼란을 느끼는 이중성입니다. 그런 결과라고 봅니다. 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문제가 등장했던 때가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권위주의, 대통령부터 스스로 거기서 탈피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권위주의를 벗어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좀 급하게 진행된 감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초기단계에서 부작용이 빚어지고 문제점이 발생하더라도 이상과 원칙을 그대로 굳건하게 지켜나가면 곧 이해하게 되고,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 위원장께서는 노 대통령의 정치고문이십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대통령과 만나는 장면이 한 번도 보도된 적이 없습니다. 전화통화라도 하십니까.
"정치고문이 대통령과 만나는데 그 장면을 공개하면서 만날 것까지 없지 않습니까. 만나기도 하고 전화도 합니다. 다만 신당추진 작업에 몰두하느라 최근에는 자주 만나지 않습니다."

- 원래 청와대 안에 사무실을 두는 것도 검토되지 않았습니까.
"물론 청와대의 정무라인과 나와는 지금도 자주 만나기도 하고 대화도 하지만, 알다시피 정치라는 것은 내 생각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에서 어떻게 인식하느냐도 고려해야 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신당 문제에 있어서 깊이 개입하는 것으로 오해되면 부작용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 출범 때 나와 정대철 대표가 함께 노 대통령과 한 약속이 있습니다. 우리는 2004년 4월 총선까지 정치를 개혁해서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고, 우리 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어요. 그때까지 조각 등은 대통령이 책임지고 하고, 4월 총선거 이후 책임 있는 여당이 국정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정당을 새로 만든다든지 개혁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당에 맡겨져 있어요. 그래서 전국구 두 사람 빼고는 정치권 인사가 입각도 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바로 그런 합의의 맥락에서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결론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신당이 내걸 정강정책과 정치노선을 한마디로 정리해 주십시오. '진보개혁 - 중도적 진보개혁 - 중도 - 중도적 통합 - 보수통합'으로 이루어지는 5대 기둥의 스펙트럼을 설정한다면 어디에 해당합니까.
"정당의 정체성을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들, 특히 구라파 같은 경우와 같이 이념정당 체계를 가진 곳에서도 점차 희석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현대 사회가 아주 복잡다기해졌기 때문에 어떤 한 시각에서 결정하기 어렵고, 다양한 색깔을 지닐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정당도 역시 상황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지요. 흔히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좋지 않게 인식하기 위해 이념정당이라며 개혁세력들만이 모여서 하는 것처럼 억지로 색칠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출발 초기에 분명히 했어요. '합리적 보수, 중도, 합리적 개혁'을 아우르는 국민통합정당이라고 노선 천명을 했어요. 그것이 노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방향을 그렇게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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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치학과 학사 석사 박사, 하버드대 니만펠로십 수료. 동아일보 논설위원, 오마이뉴스 논설주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제17대 국회의원, 방송통신위 상임위원-방송평가위원장, 서울디지털대 총장 등 역임. 현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저서 : '한국정당과 정치지도자론' '군부와 권력' '우리시대의 정치와 언론' 외 1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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