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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직무유기로 죽어간 산양, 인간을 원망하는듯한 슬픈 눈빛이 애처롭다.
환경부의 직무유기로 죽어간 산양, 인간을 원망하는듯한 슬픈 눈빛이 애처롭다. ⓒ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2003년 9월 2일 오전 11시 3분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오저2리 여팔곡에서 산양(천연기념물 제217호)의 사체를 발견하였다.

지역주민이 벌초 가는 길에 산양 사체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울진-신태백간 345kV 송전철탑 진입도로 위에서 죽어있는 산양을 발견한 것이다. 이로써 2000년 이후 산양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진 강원도 삼척-경상북도 울진 지역에서 죽어있는 산양을 발견한 것이 여섯 번째이다.

발견된 산양의 형태

삼척시 가곡면 여팔곡 송전철탑(울진-신태백간 345kV) 진입도로 위에서 발견된 산양은 외상이 전혀 없는 온전한 형태로 죽은 지 4∼5일이 지난 암컷이며, 뿔의 형태로 볼 때 6-7년생으로 추정된다. 산양의 몸길이는 1m 5㎝, 꼬리길이는 25㎝, 귀길이는 15㎝, 뒷다리길이는 60㎝, 뿔길이는 19㎝, 몸높이는 73㎝로 측정되었다.

산양의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삼척시 가곡면 오저2리 남쪽에 있는 여팔산(如八山) 여팔곡이다. 산양의 사체는 여팔곡을 따라 나있는 울진-신태백간 345kV 송전철탑 진입도로 위에서 발견되었다.

여팔곡은 급경사의 암벽 지역으로 소나무와 참나무가 무성한 원시림을 이루고 민가와 상당히 떨어져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주로 송이를 채취하는 주민들만 출입하던 곳이다. 주민들에 의해 산양의 서식이 자주 확인되던 곳으로 녹색연합은 지난 6월 24일 가곡면 일대에서 산양서식지를 조사하다 산양 두 마리를 목격했다.

그러나 1998년 12월부터 345kV 송전철탑이 건설되면서 사람들의 출입이 많아지고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 발생 그리고 산림훼손이 발생하면서 산양 서식 흔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산양의 서식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들의 목격담이나 배설물, 휴식흔적, 먹이를 먹은 흔적 등이 아주 드물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산양이 죽은 원인

이번에 발견한 산양 사체는 올무에 걸린 흔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밀렵이 그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 지역은 예전 345kV 송전탑 작업로로 이용되었던 곳으로 현재에도 765kV 송전선로 예정부지로 선정되어 있어 사람의 출입이 잦다. 또한 고도 186m의 저지대로 마을에서 불과 500여m 정도 떨어져 있어 산양의 서식 가능성이 희박한 지역이다.

산양이 이러한 곳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은 바로 서식지 단절을 암시한다. 산양의 서식지가 송전선로 건설과 같은 막대한 개발사업으로 감소 및 단절되어 산양이 원래의 영역을 찾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에 대한 환경부의 보호대책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산양의 목숨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난개발로 위협받는 산양

산양은 2000년 1월 13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2000년 2월 14일과 25일,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대의 산지에서 밀렵도구인 올무에 의해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2002년 8월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 찬물내기 부근에서 올무에 걸린 채 죽은 산양을 발견하였다.

지난 1990년 이후 국내의 대표적인 멸종위기 희귀종인 산양이 5회나 밀렵으로 죽어간 것은 울진-삼척의 산양이 유일하다. 특히 이번에 죽은 산양은 송전탑 건설이라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서식지 단절이 사인으로 추정되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지역은 345kV 송전탑 건설 당시인 1998년부터 산림 훼손 및 주민식수원 파괴와 민가 훼손 등 가곡면 일대에 막대한 환경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2002년 여름, 송전탑 부지와 작업로 절개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풍곡리, 동활리와 오저리 일대 계곡 및 민가·농지 피해가 속출하였다.

또한 345kV 울진-신태백 송전탑 건설에 이용되었던 콘크리트 특수폐기물이 다량 매립(한전 440톤 매립 시인, 주민 700∼800여톤 추정)된 채 그대로 방치되어 계곡 생태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765kV 울진-신태백 송전선로 건설 예정부지로 선정되어 있어 이대로 공사가 강행될 경우 산림파괴 및 희귀야생동·식물의 서식지 단절이 불 보듯 뻔하다.

환경부의 직무유기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은 희귀야생동·식물의 서식지로도 손색이 없는 지역으로 국립공원 이상의 생태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지역은 345kV 송전선로 건설 등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서식지 단절을 가져오고 있다. 또한 사업 이후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야생동·식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산양의 주 서식지인 이 곳은 추가로 765kV 송전선로가 건설 계획 중에 있으며 환경부는 이미 공사를 허가하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친 상태이다.

환경부는 2002년 4월 녹색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산양서식지보호지구 지정 요청을 받고 조만간 조사를 거쳐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1년만 기다려달라"라고 해놓고 정작 1년 후 2003년 4월에는 생태보전지역과는 정반대로 대규모개발사업인 한전의 765kv송전탑 공사를 허가했다. 국민을 기만하는 관료집단의 이율배반을 또 한번 생생히 증명한 사례다. 직무유기를 넘어 기만을 하는 수준 이하의 행태를 드러낸 것이다.

이 점에 대해 환경부 자연정책과 담당자는 "우리가 문서로 약속하지는 않았다. 문화재청이 지금 천연기념물 보호지구 지정을 검토하고 있어 지켜보느라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변명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 5월까지 문화재청이 산양에 대해서 무슨 조사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죽은 산양을 현장에서 수습하며 조사하고 있는 모습
죽은 산양을 현장에서 수습하며 조사하고 있는 모습 ⓒ 녹색연합
산양의 죽음은 밀렵과 서식지 파괴 그리고 환경부의 관리소홀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멸종위기에 내몰린 산양이 계속해서 죽어나가고 있지만, 산양의 보호를 위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더욱이 삼척시 가곡면 일대는 산양 서식지를 파괴하는 765kV 송전탑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보호하기 위한 '산양서식지보호지구' 지정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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