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하꼬다의 수빙
ⓒ 박도
11: 00, 스카유 온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하꼬다(八甲田) 스키장이 있었다. 눈의 고장답게 우리 일행이 도착할 때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 하꼬다 케이블카 산로쿠에키
ⓒ 박도
산로크에키(山麓驛)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1,326미터나 되는 산쵸에키(山頂驛)에 올랐다. 탑승객은 대부분 스키어들로 파란 눈의 외국인도 많았다. 케이블카에서 밖을 내려다보자 나무들이 모두 진눈개비에 묻혀 마치 솜사탕을 세워 놓은 것처럼 서 있었다. 이런 것을 '주효' 곧 수빙(樹氷)이라고 했다.

산쵸에키(山頂驛)에서 내리자 눈보라가 치는 게 온통 수빙밖에 보이지 않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지척을 가릴 수 없었다. 숱한 수빙들이 마치 허수아비처럼 서서 눈보라에 끄떡도 하지 않고 오는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1902년 1월, 일본 군부는 한국을 식민지화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함을 예상하고 북만주와 시베리아의 기후와 지형에 가장 비슷한 하꼬다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그러다가 혹한과 폭설로 200명에 이르는 보병들이 동사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치밀한 사전 작전계획과 훈련으로 조그마한 일본이 그들보다 수십 배나 더 큰 청나라, 러시아를 모두 꺾은 후 마침내 우리나라를 삼키고 제국주의 반열에 올랐다.

▲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수빙
ⓒ 박도
우리 일행은 곧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돌아왔지만 스키어들은 이런 악천후인데도 산 아래로 미끄러지듯 눈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정류장에서 허무한 눈안개밖에 볼 수 없어서 곧 하산했다. 근처 한 호텔 식당에서 풍성한 설경을 즐기며 점심을 들었다.

13: 50, 이와키마찌(岩木町) 체육관으로 가서 일본 전통 연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 보았다. 큰 실내에는 주로 방학을 맞은 일본의 어린이들이 진지하게 연을 만들었다.

연을 만드는 주 재료인 한지는 우리나라와 같았으나 연살은 한국이 주로 대나무로 만든 데 견주어 일본은 삼나무를 엷게 깎아서 만든 바, 그들 연이 더 튼튼해 보였다.

▲ 이와키마찌 체육관에서 연을 만들고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어린이들
ⓒ 박도
아마도 일본의 바람이 우리나라보다 더 세차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었다. 전체적으로 일본 연이 우리 연보다 조금 커 보였다.

우리 일행의 방문을 의식해서 인지 한국, 일본 국기를 새긴 연에다 2003년 제5회 아오모리 동계 아시아게임 마스코트를 새긴 연도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15: 00, 일본 츠가루(津輕) 지방의 중심 도시이며, 400여 년의 고도(古都)인 히로사키(弘前)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인구 17만여 명의 자그마한 도시로 예스럽고 문화유적이 가득한 운치 있는 도시였다.

히로사키 성의 눈 등롱축제 때까지는 2시간 남짓 시간이 있다고 일본 입국 후 처음으로 자유시간 겸 쇼핑 시간을 주었다. 히로사키 시내의 한 백화점 앞에다 내려주고는 두 시간 시간을 줬다.

출국 전 아내로부터 일본에서 아무 것도 사 오지 말라는 교육을 단단히 받은 탓인지, 백화점 각층을 오르내려도 정말 살만한 게 없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모방했는지, 일본이 우리나라를 모방했는지 백화점 내부만 보면 우리나라 백화점과 전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좀 괜찮아 보이는 상품은 대부분 일제로 값이 무척 비쌌고, 값이 좀 싼 것은 하나같이 ‘Made in China'이었다. 일본까지 와서 굳이 중국제를 살 필요가 없지 않은가?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쇼핑도 해본 사람이 잘하나 보다. 나는 일본 백화점에서도 살 게 없었다.

지하 매장에 갔더니 식품 판매코너였다. 팥을 잔뜩 넣은 즉석 빵이 맛있게 보여 두 개 사먹고는 밖으로 나와 언저리 시가지를 산책했다. 얼핏 어린 시절 부산의 어느 거리를 걷는 기분처럼 느껴졌다.

혹 길을 잃을까 멀리 가지는 못하고 개미 쳇바퀴 돌 듯, 백화점 언저리만 두어 번 돌자, 버스가 정확하게 제 시간에 와서 차에 올랐다.


▲ 히로사키 시가지
ⓒ 박도


▲ 산쵸에키로 가는 케이블카
ⓒ 박도


▲ 산마루의 수빙
ⓒ 박도


▲ 하꼬다 스키장
ⓒ 박도


▲ 죠가쿠라 대교
ⓒ 박도


▲ 일본 연들
ⓒ 박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