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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티켓링크
이 공연은 일본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2001년 정명훈을 특별예술고문으로 영입해 세계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지향하고 있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일본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많은 청중들에게 자리매김되었으리라 생각한다. 1부를 장식했던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d 단조의 경우, 피아니스트 백혜선 씨가 피아노 협연을 했다.

백혜선 씨는 공연 안내에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2번과 함께 피아니스트라면 피해갈 수 없는 걸작품이며 그 시대의 작곡가 작품 중에서 가장 긴 대곡이다. 또 피아노 콘체르토 레퍼토리 중 가장 심포니컬하여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돋보이는 협주곡을 넘어선 교향곡처럼 보이는 곡으로 오케스트라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본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백혜선 씨가 이야기한 것처럼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피아노와 함께 어우러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백혜선 씨의 피아노 기교 자체가 화려함보다는 전반적으로 안정된 면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고, 그래서인지 협연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미약한 느낌을 주었다.

정명훈, 백혜선, 그리고 도쿄 필이 하나가 되어 연주한 이 첫 곡은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절제되어 있긴 하지만, 청중을 끄는 강한 호소력이 부족한 연주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느낌은 2부에 진행된 말러 교향곡 1번 D 장조의 연주에서도 나타난다.

말러 곡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파트 별 레퍼토리는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연주되었지만, 관악기 쪽의 강렬함은 역시 부족했다. 천국과 지옥의 교차를 추구했다는 말러의 의도대로라면 곡 전체는 청중에게 감미로움과 과격함을 번갈아 가며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보다는 오히려 그 중간에 머물러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번 연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하면 일본 특유의 질서와 절제, 조화가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연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정명훈의 지휘가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적절한 전개와 무리 없는 진행이 돋보였다.

하지만 말러 특유의 관악 파트의 화려함이 살아나지 못한 점이 이번 연주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하여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또한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보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번에 기획된 아시아 전역의 연주 공연을 통해 언젠가는 이 오케스트라가 아시아를 대표하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오케스트라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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