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만지고 노는 아이야,
네가 한 일이었구나
하나님이 흙으로 빚으신
꼼지락거리는 고사리 손으로
기어이
기어이
일을 저질렀구나.
어둠이었던 저 곳
어둠을 사랑하는 사람들
네 초롱한 눈으로
너의 당돌한 천진함으로
다 물리쳤구나
장하구나.
작은 별에서 온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했지
어른들은 처음엔 다 어린아이였다고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고
어리석은 어른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지
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
꿈꾸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별을 오억 개나 가지고 있어도
설렘이 없고
꿈이 없고
바람이 없고
희망이 없는 사람들
그런 가여운 어른들을 닮지 말거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가야, 너는.
땀을 흘리는 아이야,
이제 알았겠구나
입은 거짓을 말할 수 있어도
손은 정직하다는 것을
고치가 제 몸을 풀어 실을 뽑아내듯
사람은 몸에서 흐르는 땀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는 것을.
너는 혹시 부끄러웠을까?
일년 내내 넥타이를 차지 않는 아버지
햇볕에 그을린 검붉은 얼굴
바위처럼 쩍쩍 금이 간 손등을
너는 혹시 감추고 싶지 않았을까?
이제 너는 알고 있겠지
노동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열매처럼 나무에 매달린 아이야,
지금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이 무르익을 때까지
달디 단 열매가 되기까지
나무에서 내려오지 말거라
네가 꿈을 꾸는 동안
견디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란다.
다만 아이야,
혼자서만 잘 살겠다는 생각은
욕심이지 꿈은 아니란다
젊었을 땐 푸른 가지를 내려
고단한 사람들 그늘이 되어주고
비오는 날 새들의 피난처도 되어주고
늙어서는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렴.
우는 아이야,
너는 너란다
너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지
눈이 동그란 사람만 있으면
세상이 얼마나 심심할까
기계로 만든 사람은 다 그렇단다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생긴 사람은
다르단다, 너는 너란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은
너의 얼굴, 너의 생명
쓸모 없이 태어난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
만인의 얼굴이여!
만인의 사랑이여!
설렘 꿈 바람 희망, 그리고 사람들
포기하지 말자
파묻지 말자.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어라!
개인의 안일과 영광보다는
아이들의 설렘이 되고
아이들의 꿈이 되고
아이들의 바람이 되고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주는
아, 선생님, 선생님들!
그 눈물어린 가르침대로
애써 공부하여 남 주거라
남을 지배하는 자가 되지 말고
섬기는 사람이 되거라
이제 너만의 밀실에서 나와
광야를 꿈꾸는 자가 되거라
만인의 사람
만인의 사랑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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