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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한총련 이러고도 합법화 요구하나"
한총련 대변인 "훈련장 시위와 합법화는 별개 사안"


▲ 9일치 <중앙일보> 1면 머릿기사

지난 7일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미8군 영평사격장 기습시위와 관련, 찰스 캠벨 미 8군사령관이 8일 '강력 조치'를 요구하자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하 조중동)는 9일치 신문에서 일제히 이를 1면 머릿기사 및 주요기사로 다뤘다.

또한 조중동은 이날치 사설을 통해 이번 기습시위와 지난달 대검이 밝힌 '수배해제 조치'를 연결지으며 '한총련 합법화'를 우려하고 나서 한총련에 대해 일방적인 공세를 폈다.

특히 <중앙>은 <美軍, 한총련 난입 엄벌 요구 / 캠벨 8군사령관 "사격장 폭력점거 용납 안돼"> 제하의 기사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고 관련 내용을 사설과 A3면에 싣는 등 이번 사건의 파장을 가장 강한 톤으로 보도했다.

이 가운데서도 주목할 것은 <중앙>의 사설. <중앙>은 이날 사설에서 한총련 학생들을 '이념적으로 잘못 교육된 철부지들의 망동', 제11기 한총련의 노선 변화에 대해서는 '위장전술'로 일축하며 시종일관 거센 논조로 한총련을 비난했다. 또한 <중앙>은 미군 주둔의 당위성을 강변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엄중대처'를 촉구했다.

<중앙>은 이 사설에서 "한총련 학생들의 미군 사격장 내 시위는 대법원의 판단대로 한총련이 여전히 이적단체임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우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훈련을 방해하는 행위는 적화 의지를 버리지 않는 북한을 돕기 위한 행동과 다름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사설은 "올 봄 출범한 한총련 지도부의 변신 선언이 위장전술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해 주는 사건"이라며 "합법화 운운하며 그동안 유화 자세를 취해온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단선적이며 현실을 몰랐는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썼다.

이어 <중앙>은 미군 주둔의 당위성을 강변하는 등 사설 전반에서 이른바 '미(美)비어천가'로 일관했다.

이 사설은 또 "다행히 미군의 자제로 시위 학생들이 훈련장 밖으로 쫓겨났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겠는가"라며 "여중생 사망 사건 후유증을 간신히 수습하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성조기를 불태웠다고 하니 우리가 어떻게 미국에 안보를 부탁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국 안보의 앞날을 걱정했다.

▲ <중앙일보> 9일치 사설.
<동아>도 공세를 펴기는 마찬가지였다. <동아>는 1면 머릿기사를 "美장갑차 점거 외교적 파장"으로 다루고는 3면에서 다시 "거꾸로 가는 학생운동""한총련 투쟁노선 변한게 없다" 등의 기사를 실었다.

사설의 논조도 <중앙>과 흡사하다. <동아>는 이날 사설을 통해 "이러고도 한총련이 합법화를 요구한다면 국민을 우롱하고 법과 제도를 모욕하는 일"이라며 "이번 시위로 겨우 봉합단계에 이른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이어 <동아>는 지난 달 대검이 밝힌 '한총련 수배해제 조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동아>는 "사실상 수배해제라는 정부의 관용 조치가 오히려 한총련의 과격시위를 부추긴 것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정부의 시혜 조치가 한총련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조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도 이날 사설을 통해 '한총련 합법화'를 우려하고 나섰다.

<조선>은 '美軍 장갑차까지 올라간 한총련' 제하의 사설에서 "정부의 이런 (수배해제)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총련은 미군 훈련장 안까지 들어가 기습 불법 시위를 벌이면서 미군과 직접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국민과 전 세계에 보란 듯이 과시했다"고 냉소했다. 또 이 사설은 "정부의 온정주의적 접근으로는 한총련의 투쟁 노선과 방식을 바꿔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정부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한총련, "이번 시위와 한총련 합법화는 별개의 사안"

한편 8일 우대식(경희대 총학생회장) 제11기 한총련 대변인은 논평을 내 주한미군의 '엄벌 요구'와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주한미군은 이번 시위가 병사들과 민간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며 대학생들에 대해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했지만 기습시위를 벌였던 학생들은 맨몸이었다""그렇게라도 미군 훈련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 대변인은 "오늘날 한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의 요인은 주한미군"이라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준비하는 스트라이커 부대의 훈련이야말로 한반도 7천만 민족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전쟁놀이"라고 못박았다.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논평 및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들은 한총련 대학생들의 시위를 대단한 폭력 행위로 부풀리고 있다""특히 이번 시위를 한총련 합법화와 연관지으려는 것은 다분히 악의적이며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한총련 합법화는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대한 문제이며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따르는 당연한 귀결"이라며 "맨몸 시위를 문제삼아 한총련 합법화 흐름을 뒤집으려는 시도는 또 하나의 '음모론'이며 한총련에게 다시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행위"라고 일축했다.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도 우 대변인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권 회장은 "이번 사건을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만들어진 학생 조직을 이적단체로 만드는 빌미로 삼아선 안된다"며 "이번 시위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학생들의 의사표현으로 봐야지 합법화 문제와 연결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신문의 사설은?
<대한매일>등 시위 방법 지적에 그쳐... <한겨레>는 보도하지 않아 '눈길'

조·중·동이 아닌 다른 신문들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조·중·동이 한총련의 미군 사격장 기습시위를 대검의 수배해제 조치와 연결 지어 보도한 반면 <한국일보>·<대한매일> 등은 시위의 방법을 문제 삼는 데 그쳤다.

<한국>은 9일치 사설을 통해 "시위도 시위 나름"이라며 "자칫 미군과 학생 사이에 충돌의 불상사를 부를 수도 있는 극단적 방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이번 시위를 탓하는 이유는 한총련 문제를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는 와중에 이런 노력이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태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한총련은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제시하는 지성적 진지함으로 화답해야 합법화에 대한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대한매일>도 이날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을 다뤘다. <대한매일>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기 주장을 표현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어처구니 없다"며 시위 방법에 대해 꼬집었다.

이어 <대한매일>은 "학문 순수성에 매몰될 수 있는 대학생으로서 현실 문제에 접근하는 '기분'은 짐작하겠으나 국내외에 파장을 몰고 올 행동이라면 신중하고 사려깊은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며 "한총련도 이제 한국의 지성을 대변하는 대학생 모임답게 안목을 연마하고 언행을 가듬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편 지난 달 25일 발표된 대검의 이른바 '수배해제 조치'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친 조치"라며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양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사설을 냈던 <한겨레>는 이번 시위에 대해서는 사설 및 보도기사도 싣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9일자 초판 기준).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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