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느릿느릿 박철

중복이 지나 여름 한복판이다. 우리 가족 여름휴가는 매년 8월 중순경이었는데 올해는 다른 계획이 있어 조금 앞당겨졌다.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3박4일의 여행이었다.

올해는 이웃교회인 인사교회 신진욱 목사네와 함께 갔다.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 것인가 생각하다 신 목사의 제안이 있었다. 신 목사네가 2년 전, 잠시 살았던 강원도 연곡면 신왕리 마을에 빈집이 있는데, 거기서 머물면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근처 해수욕장에서 해수욕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할 것도 없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날부터 비가 오는데 당일 아침에도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아무튼 떠나고 보자고 두 가정이 각각 승합차를 몰고 출발했다. 우리 집 식구도 다섯 명, 신 목사네 식구도 다섯 명 도합 10명이었다.

ⓒ 느릿느릿 박철

강화를 벗어나자 비가 그쳤다. 날씨는 흐리지만 비가 그친 것만해도 다행한 일이었다. 교동에서 7:45분 첫배를 탔는데 우리 일행이 주문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쯤이었다. 주문진 포구를 돌아보고 우리가 나흘 동안 묵을 신왕리에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아이들이 계곡부터 가자고 성화를 해서, 수청계곡으로 갔다.

비경(秘境)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계곡이 수줍게 미소를 짓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물 속에 뛰어들었는데 물이 차서 금방 나왔다. 그 넓은 계곡에 우리 말고는 한 사람도 없었다. “하느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도다”(전도서3:11)라고 노래한 옛 전도자의 글이 생각난다.

ⓒ 느릿느릿 박철

ⓒ 느릿느릿 박철

강원도 산골짜기는 어둠이 일찍 찾아온다. 어둑어둑해져서 우리 일행은 우리가 머물기로 한 농가로 내려왔다. 저녁에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애들은 고단했던지 일찍 잠들고, 어른들끼리 마루턱에 앉아 두런두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일찌감치 아침밥을 해먹고 다시 수청계곡으로 갔다. 오대산 자락에 압도당한 느낌이고 초록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갈 정도이다. 오대산은 능선마다 하얀 구름을 이고 있다. 초록의 청신(淸新)한 아름다움이 압권이다. 그 빛깔이 노르스름하다고 할지, 파르스름하다고 할지, 그 둘을 다 섞어 놓은 빛깔의 새싹, 잎새, 그것은 과연 돋아나는 생명의 아름다움이다.

ⓒ 느릿느릿 박철

불순물이나 부정이 섞이지 않은 천진무구한 갓난 어린아이의 웃음 띤 보조개를 보는 것 같은 하느님의 창조의 참모습을 거기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순한 신록의 아름다움, 거기에는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이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화려한 꿈이 잉태되어 있다. 그것은 생명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아름다움이다.

하느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다고 노래한 옛 현자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내와 누리엄마와 나와 셋이 계곡을 건너 오대산 자락에 들어섰다. 싱싱한 푸르름을 마음껏 내뿜고 있는 우거진 나뭇잎 사이를 지나가노라면, 충일한 생명감이 바다물결처럼 밀려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신의 창조와 조화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신비롭기까지 하다.

ⓒ 느릿느릿 박철

ⓒ 느릿느릿 박철

오후 4시가 넘어서자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진다. 젖은 나뭇가지를 주워다 모닥불을 지폈다. 나무가 젖어서 연기만 나고 불이 잘 안 붙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접시로 부채질을 해가면서 불을 붙였다. 그렇게 30분 동안 했더니 커다란 나무 등걸에 불이 붙었다. 물에 흠뻑 젖은 나뭇가지를 올려놓아도 불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어두워져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강릉으로 갔다. 강릉 경포대의 야경을 감상하고, 아이들은 PC방에 데려다 주고 어른들은 물회가 유명하다는 집에 가서 물회를 먹었다. 신 목사부인이 물회를 잘 비벼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 느릿느릿 박철

여행 셋째 날은 주문진 해수욕장으로 갔다. 주문진 해수욕장 오른쪽인 소돌이라는 곳에 차를 세우고 해수욕을 했다. 아침에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말끔하게 갰다. 우리 집 아이들은 바닷물에서 해수욕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나와 아내도 거의 25년만에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튜브를 타고 파도타기를 하는데 무척 재밌었다.

넓은 해수욕장이 사람으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바다를 보기 위해 15박16일 무전여행을 하면서 동해안 일대를 돌았는데, 이제 중년의 나이에 동해에 서고 보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저녁이 되어 주문진 읍내에서 통닭을 사먹고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 느릿느릿 박철

하루 종일 바다에서 놀았으니 아이들이 피부가 새까맣게 그을렸다. 애들이 금방 잠에 떨어졌다. 어른들만 남아서 텐트 안에서 얘기꽃을 피운다. 우리는 ‘공동체’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노년에 자연을 벗삼아 한적한 곳에서 함께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다음날 아침, 신 목사네 가족은 평창에 다른 볼 일이 있어 그 곳에 머무르기로 하고 우리 가족만 교동으로 돌아왔다.

운전을 하는데 졸음이 밀려온다.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이다. 하는 수 없이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고속도로는 정체구간이 없이 잘 뚫려 창후리 선착장에 도착하니 저녁 6시였다. 서해에서 동해로 동해에서 서해로 다시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교동으로 오는 뱃전에 갈매기들이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3박 4일의 여행이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 느릿느릿 박철

나는 이번 여름휴가 기간동안 인간과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내 자신이 더 겸손하게 낮아져야겠다는 삶의 화두에 몰두했다. 그것이 이번 휴가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여행후기)
우리 가족은 아내와 연애시절부터 20년동안 계곡으로 여름휴가를 갔다. 그때마다 천막을 치고 야영을 했다.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아내가 은빈이를 낳았을 때 아내만 한 번 빠지고 20년 계곡여행은 이어져왔다. 바쁘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안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는 여름휴가는 열심히 사는 것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는 여행은 내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준다. 삶은 장난이 아니다. 엄숙하고 진지하고 신성한 것이다. 나는 하느님이 주신 삶의 순간순간을 의미 있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여름휴가도 내가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또 다른 삶의 모색이다. 더욱 뜻 깊은 여행을 꿈꾸며 한해를 또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


휴가를 다녀와서


지난 7월 28일부터 3박 4일 동안 주문진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매년 물 좋은 계곡을 찾아 휴가를 다녔기 때문에 올해 휴가 장소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다.

첫날, 첫배를 타고 주문진으로 향하였다. 아침부터 교동에 비가 내리고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강화를 지나고 나서부터 비가 그쳐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서해에서 동해까지 한반도를 가로 질러 가는 것인 만큼 도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6시간쯤 고속도로를 타고 왔을까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소돌 해수욕장이었다. 그 곳에서 조금만 가면 아들바위공원이 있는데 파도에 의해 자연적으로 조각이 된 바위와 그 밑으로 흐르는 푸른 빛 바다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또 어시장으로 가 장터풍경도 보고 오징어배도 구경하였다. 그렇게 날은 저물어 갔고 신왕리라는 곳에 가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하였다.

둘째 날, 신왕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수청계곡이라는 곳에 갔다. 쉬리가 산다는 1급수여서 일까 수청계곡은 그야 말로 수청(水淸), 깨끗하고 맑았다. 하루 종일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1급수에서 사는 물고기를 보기 위해 어항을 놔 물고기를 잡아 본 후 다시 계곡물에 놔주었다. 그냥 물을 먹어도 안전하기 때문에 따로 식수를 가져가지 않아도 되었다. 하루 종일 계곡에서 놀다가 저녁이 되어갈 무렵 비가 한 두 방울 내리더니 점점 굵어져서 집으로 돌아갔다.

셋째 날, 해수욕장에 가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주문진 해수욕장으로 향하였다. 바다구경보다는 사람구경을 한다고 할 만큼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옆에 있는 소돌 해수욕장으로 향하였다.

차를 세워 바로 밑에 텐트를 치고 해수욕을 하러 푸른 동해바다로 뛰어 들었다. 지금까지 보던 서해와는 다르게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와 파도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푸른 바닷물에서 해수욕도 하고 모래찜질도 하다가 날이 저물어 집으로 향하였다.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기고 집으로 향하였다. 첫날만큼 차가 밀리지도 않고 아빠가 많이 피곤해 하시는 것 같았는데 무사히 교동으로 도착하였다. 다른 여러 해 보다 많은 추억을 남기고 온 올해 휴가는 영원히 나의 추억 속에 간직할 것이다. / 박아딧줄

신나는 여름휴가


7월 28일 우리는 강릉의 오대산 끝자락인 신왕리에 다녀왔다. 인사교회 목사님네 가족이 6개월 동안 살던 빈집이 있는데 거기에 계곡도 있고 근처에 해수욕장도 있는데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정말 기대가 되었다. 휴가를 간다고만 하면 매일 계곡으로만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가 가는 날, 비가 왔다. 휴가를 못 갈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그냥 예정대로 휴가를 간다고 하셨다.

다행히 비가 온지 얼마 지나지 않고 그쳤다. 6시간도 넘는 시간이 걸려서야 주문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시장을 구경한 다음 우리가 묵게 될 신왕리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바로 수청계곡에 갔다. 그 이름대로 물이 정말 맑았다. 하지만 물이 너무 차서 금방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밤이 다 되어서 신왕리에 있는 집으로 다시 내려와서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밤늦도록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밖에서 어른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둘째 날, 수청 계곡으로 갔다. 물에 들어가니까 어제만큼 춥지는 않았다. 튜브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똥이 마려웠다. 어제부터 마렵기는 했지만 이제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물속에서 똥을 눌 수도 없어서 엄마한테 휴지를 받아서 근처에 언덕 숲으로 뛰어 들어 갔다. 정말 시원했다.

똥을 누고 내려와서 물고기를 잡았다. 형은 패트병으로 어항을 만들어서 잡았지만, 나는 그냥 바구니로 물고기를 잡았다. 송사리를 30마리 정도 잡아서 다 풀어주었다. 물고기를 잡다보니 너무 배가 고팠다. 라면을 끓여먹었다. 저녁이 되어서 강릉에 가서 PC방을 가려고 하는데 PC방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30분 정도 돌아다녀서야 PC방을 찾을 수 있었다.

여행 셋째 날에는 주문진 해수욕장에 갔다. 해수욕장은 처음이라 너무 재밌었다. 푸른 동해바다는 정말 멋졌다. 물안경을 쓰고 바다 밑을 들여다보니 게도 보이고 물고기들도 보였다. 저녁이 되어서 다시 신왕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하루 종일 바닷가에서 놀아서 그런지 금방 잠이 들었다. 다음날 교동으로 돌아왔다.

아, 여름휴가가 이것으로 끝인가? 내년을 또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 박넝쿨(교동중학교 1학년 1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