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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대대포구의 자귀풀
2003년 대대포구의 자귀풀 ⓒ 김해화

2003년 대대포구의 자귀풀
2003년 대대포구의 자귀풀 ⓒ 김해화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이기숙


자귀나무와
잎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자귀풀이 되었다

잎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당해야 하는 언어의 폭력

넌 닮았어...
닮.
았.
어.

내게 아무도 물어봐 주지 않았다
무엇이고 싶으냐고?

노랑 나비 꽃이고싶다

건장마 지나는 칠월에
햇살 가득 등에 지고
꽃날개 활짝 펼친
노랑 나비꽃이고 싶다



오랜만에 들러 본 순천만 대대포구, 물 때를 기다리며 갯가에 앉아있는 짱뚱어 낚시꾼들 옆에서 천천히 물러나가는 썰물을 보다가 자귀풀을 만났습니다.

얼마 전에 꽃편지 식구이신 경북작가회의의 이기숙님께서 시 한편을 올리면서 자귀풀꽃을 시에 붙여 달라고 하셨는데, 이제야 자귀풀이 꽃을 피우는군요.

자귀는 널찍한 쇠날 뒤쪽에 촉을 대고 그 촉을 기름한 나무 끝에 끼워 중간에 구멍을 뚫고 나무자루를 가로박아 나무를 다듬는데 쓰는 연장입니다. 전라도에서는 짜구라고도 부릅니다.

목질이 질기고 단단한 이 나무가 자귀의 자루로 쓰기가 좋다고 해서 짜구대나무, 자귀대나무라고 부르면서 자귀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자귀나무의 이름은 그렇게 해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자귀풀은 자귀나무와 잎이 닮았다는 이유 하나로 자귀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냥 자귀풀이 되어 버렸지요.

무리를 지어 자라는 자귀풀은 단단하고 질긴 자귀나무와 달리 작고 여려서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습지만이 아니라 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는데 메마른 곳의 자귀풀은 키가 작습니다.

작은 풀꽃을 사랑하여 마땅한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눈물겹습니다.

자귀풀

▲ 2003년 7월 29일 순천만 대대포구에서 촬영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한해살이풀.

분류 : 콩과
분포지역 : 아시아의 온대와 열대,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자생지 : 습지
크기 : 높이 50∼80cm

합맹(合萌)·수고맥(水固麥)·경통초(梗通草)·전비각(田鼻角)·거몰자라고도 한다. 습지에서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서 높이 50∼80cm까지 자란다. 가지가 갈라지며 윗부분에서는 속이 비어 있다.

잎은 어긋나고 1회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20∼30쌍으로 줄 모양 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뒷면은 흰빛이 돈다.

꽃은 7월에 피고 노란색이며 잎겨드랑이에서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받침은 밑부분에서 2개로 갈라지고 길이 5mm 정도로서 막질이다.

열매는 길이 3∼5cm, 나비 5mm로 털이 없고 6∼8개의 마디가 있으며 9∼10월에 익는다.

잎이 자귀나무처럼 밤중에는 접히기 때문에 자귀풀이라고 한다.
식용이나 사료용으로 쓰이며 종자와 풀 전체를 차 대용으로 마신다.

아시아의 온대와 열대,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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