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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되찾은 토종 '갓끈동부'
50년 만에 되찾은 토종 '갓끈동부' ⓒ 신동헌
순천농부 조동영은 토종 농사꾼으로 순천 농고를 졸업했다. 20살부터 딸기 농사만 오직 35년 내리 했는데, 이젠 ‘갓끈동부’라는 콩이 그의 희망이다. 그가 지난 4월 편지 한 통을 또 보내왔다.

그 편지 속에는 “지난 4월 15일 토종 갓끈동부를 하우스 파종상에(50공포트) 한 알씩 심고 이어 올라오는 새싹을 바라보면서 편지를 썼는데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쉽게 풀리면 뜻이 경솔해지기 쉽다. 그래서 많은 세월을 두고 성취하라”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떠 올린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그는 또 직접 붓으로 쓴 글을 함께 보내 주었다.
食淡精神爽 心淸夢寢安
(음식이 담백하면 정신이 상쾌하고, 마음이 맑으면 잠을 자며 꿈을 꾸어도 편안하다)

조동영이 직접 써서 보낸 글
조동영이 직접 써서 보낸 글 ⓒ 신동헌
조동영은 이렇게 편지를 자주 쓴다. 편지를 통해 그는 ‘갓끈동부’라는 콩을 알리며 갓끈동부 대중화에 골똘해 있다. 편지 말미는 꼭 '순천농부 조동영'이라고 밝힌다. 받은 편지도 아마 십 수통은 되리라.

나는 이번 편지를 읽으면서 올 첫 수확 땐 꼭 한번 찾으리라 생각했다. 조동영의 우리 토종 ‘갓끈동부’ 알리기와 지키기가 숨고르기에 들어갔으며 이 어려울 때 한번 찾아뵙고 격려하며 우리 토종 ‘갓끈동부’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있으면 보태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갓끈동부’와의 인연은 50년 전으로 올라간다.

“10살 때, 아버지가 갓끈동부를 2알 구해 오셔서 장독대에 심었는데 대나무를 타고 오르면서 꼬투리를 길게 늘어뜨리었지요. 얼마나 잘 됐는지 어머니가 갈치조림을 끓일 때 이 갓끈동부를 넣었는데, 그 맛 촉감을 지금도 기억해요.

그 후 무관심으로 갓끈동부를 잃어버렸지요. 그리고 20살이나 돼서야 철이 들어 찾으니 어디 찾을 수가 있어야지요. 딸기 재배를 하면서 백방으로 찾았지만 결국 못 찾았지요. 멸종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1998년이었어요. 곡성에 한 할머니가 재배한다는 거예요. 그 정보를 얻고 얼마나 기쁘던지요.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전에 뵙는 듯 했습니다.”

갓끈동부는 껍질 채 먹는 것이 좋다
갓끈동부는 껍질 채 먹는 것이 좋다 ⓒ 신동헌
이래서 그의 갓끈동부 인생은 시작됐다. ‘갓끈동부’는 멸종 위기에 있던 콩. 그래서 경기도 지역에서 동부콩은 잘 알지만 ‘갓끈동부’라는 콩은 처음 듣는 이가 많다. 그만큼 아직도 덜 알려졌다. 콩이 갓끈같이 길다. 길이가 40-50cm 정도. 지름은 연필 굵기. 색상은 연초록을 띠다가 수확기가 되면 붉은 색이 많이 섞인다.

꽃은 흰듯한데 약간 보랏빛이 있고 칡꽃향기처럼 향이 무척 좋다. 생으로 씹으면 달착지근한 맛이 감돌고 아린 맛은 없다. 50cm(포기간격)에 3m(이랑간격)로 심는데 마디마다 꽃이 피기 때문에 계속 수확하면서 따주면 재미있다. 수확량이 많은 편이라 1주에서 연간 2-4백 꼬투리 수확은 너끈하다.

갓끈동부는 늦서리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갓끈동부는 늦서리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 신동헌
조동영하면 ‘갓끈동부’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50년 만에 어렵게 찾아낸 콩이니 이를 살리려는 조동영의 지극정성은 50년만에 자식을 찾은 기분 이상이다. 눈으로 보기도 민망할 정도로 백방 다니며 홍보에 목숨을 건다.

서울이 그리 가까운 길도 아닌데 농사가 없을 때 그는 서울로 향한다. 누런 봉투에는 흰 봉투를 가득 채웠는데 그 흰 봉투에는 갓끈동부 홍보 문안과 <본초강목> 복사본과 해설서 그가 직접 쓴 붓글씨, 그리고 씨앗 한봉지(20알)가 담겨있다.

20알 씩 담긴 보급용 씨앗
20알 씩 담긴 보급용 씨앗 ⓒ 신동헌
그런 과정에서 갓끈동부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1999년 여름 KBS ‘농어촌지금’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다. 공교롭게도 내가 찾은 날은 무더운 중복날이었는데 KBS ‘6시내고향’ 팀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의 집 앞에서 경운기를 타고 리포터(탤런트 이원용)가 조동영 씨를 만나는 첫 장면인 듯한데, 그의 집 대문에 세워진 게시판은 정말 명물이다. 찾는 이마다 ‘허허’ 웃는다. 멀리서 보면 무슨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집인가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 농산물을 알리려고 집 대문에 게시판을 세운 농업인은 조동영 씨가 유일할 것이다. 왼편 게시판에는 “토종갓끈동부에 관심을 가지신 분은 아래에 설명문을 보시기 바랍니다”라는 글과 함께 갓끈동부를 알리는 글, 오른편 입구에는 각계에서 격려해준 서신이 게시판을 채웠다. 청와대, 농림부 장관, 도지사, 언론사, 소비자 단체 등 각계에서 그를 격려해주고 있다.

“밀레니엄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연하장을 띄우면서 씨앗 100봉지와 글씨, 홍보자료를 넣어 신년하례식 손님에게 나눠주시라는 편지도 보냈지요. 하지만 반송조치를 당했어요. 토종 갓끈동부를 알리는 일,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대문옆에 세워진 2개의 게시판
대문옆에 세워진 2개의 게시판 ⓒ 신동헌
이렇게 조동영 씨는 홍보가 되는 일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일을 위해서 그는 <본초강목>을 뒤져 해설서를 만들어 놨고 여러 가지 음식요리 개발까지 계속 하고 있다.

긴 갓끈동부를 썰어 넣은 된장국, 튀김, 쪄서 초고추장을 묻히면 그 맛은 일품이 된다. 또 회심의 일타까지 준비 중이다. 다이어트 식품이 그것이다.

“언젠가 저희 집에 다녀간 안양에 사시는 모녀가 있었는데 제게 다이어트 식품으로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말려 가루를 내어 먹었는데 배고픈 줄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조동영은 요즘 여기에 관심이 많아 이를 살리려는 노력을 한창 진행 중이다. 직접 콩을 고사리처럼 찐 다음 말려 가루를 낸다. 그리고 10g씩 2숟갈을 먹으면 3-5시간 정도는 시장끼를 못 느낀다. 그리고 속이 아주 편해 좋다는 것이다.

“50cm꼬투리 8개를 말리면 20g정도지요. 십분지일로 줄지요. <본초강목>에 오장육부를 다스린다는 말이 있고 변비, 위장, 설사등에 좋다는 말이 많거든요. 새벽 5시반에 일어나 9시까지 일해도 시장끼가 없어요. 기대할 만하지요.”

7월 30일 방송 예정인 KBS '6시 내고향'
7월 30일 방송 예정인 KBS '6시 내고향' ⓒ 신동헌
이번 KBS ‘6시내고향’ 촬영에서 그는 서울에 사는 여동생에게 영상편지를 썼다. 암으로 투병중인 매제가 갓끈동부를 먹고 좋아졌다는 소식에 올해는 갓끈동부를 많이 생산했으니 많이 먹고 행복한 가정이 되길 비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는 500평 밭에서 250평으로 갓끈동부를 줄여 심었다. 소득이 없으니까 안 식구가 넓게 심는 것을 싫어하고 동의를 안 한다고 한다.

“말이 안 먹혀요. 답이 없고요. 정말 좋은 식품이고 미래식품이고 이렇게 맛있는데, 저와 같지 않으니… 황당한 것은 세상 사람은 그래도 맛이 없다고 합니다. 맛이 어려워요.”

토종 갓끈동부와 순천농부 조동영
토종 갓끈동부와 순천농부 조동영 ⓒ 신동헌
그는 요즘 무, 배추, 파 등을 떠 올린다. 이것들도 사람 입에 맞추기까지는 수백년, 수천년 세월이 흘러서야 부식으로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토종만 내세우기에는 너무 어리석음이 크다. 소득작물로서의 갓끈동부의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유통에 물을 적시고 있다. 이렇게 물을 뿌리다보면 언젠가 흐르는 내가 되어 우리 토종 ‘갓끈동부’도 콩식품의 대표로 무, 배추 등과 경쟁할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갓끈동부문의)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길리 520번지. 전화061-754-4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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