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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부경찰서 민인근 경장.
대전 중부경찰서 민인근 경장. ⓒ 권윤영
대전 중부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 근무하는 민인근(40) 경장은 충청권 경찰 사이에서 일본어 통역사로 통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 곤경에 처한 일본인을 도와주는 것이 그의 몫.

지난 4월에는 대전 선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부인을 문병 온 일본인이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파출소의 연락을 받고 새벽 3시에 나가 통역을 해줬다. 또 얼마 전에는 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이 일행을 잃고 산내 파출소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연을 접하고는 일본대사관과 일본인 가족에게 연락을 취해줬다.

“어렵고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일본어를 공부해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데 그런 와중에 어려움에 처한 일본인에게 도움을 줬다니 기분 좋네요.”

28살부터 독학으로 시작한 일본어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끈질기게 이어온 자신과의 싸움과도 같았다. 포기하지 않고 오랜 기간 공부한 끝에 그의 일본어 실력은 수준급. 지난해 실용 일본어 2급도 취득했고, 올해 일본어 능력시험 1급에 합격했다. 일본에서 인정해주는 일본어능력시험은 지난해 아깝게 실패를 맛본 후 재도전 끝에 성공했다.

일본어 공부를 위해 3년 전 오사카로 어학 연수를 가는 열의도 보였다. 민 경장은 현재 ‘국제교류 한일 문화원’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한일간의 민간인 문화 사절단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일본인에게 홈스테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학창 시절 부모님을 여의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기에 고교를 졸업하고 공군 하사관으로 입대했죠. 군 생활을 하면서 야간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통신대학을 졸업했어요.”

그는 항상 도전하고 노력한다. 24살에 응시한 경찰 시험에 떨어졌지만 6년 후 나이 제한에 걸리는 서른살에 재도전을 해 성공했다. 서른이 넘어서는 학원에 다니면서 컴퓨터 자격증을 획득했다.

“오늘 하루를 편하게 살다가 보내는 것과 열심히 살다가 보내는 것은 확연히 다릅니다. 돈을 많이 벌고 편한 삶보다는 어려운 삶이 더 나름대로 의미 있지 않나요. 조만간 경찰서 내에서 일본어 배우고 싶은 사람을 모아 일본어 스터디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민 경장은 중부서 내 자비봉사회의 총무를 맡아 '불우이웃돕기'나 ‘쓰레기 줍기 자연보호캠페인’활동도 벌이고 있다. 또 혼자 독거노인과 소년가장 청소년을 5년 전부터 도와주고 있다. 꽃동네, 소쩍새 마을 회원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해 도움을 주는 민 경장은 일본 유학시절에도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를 했다.

올해로 만 10년째 경찰을 하고 있는 그는 이렇듯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에 지난 1/4분기엔 ‘자랑스런 경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그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술을 마시거나 흥청망청 하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습니다.”

‘心(심)과 體(체)가 늘 健康(건강)하고 작은 것에 늘 感謝(감사)하고 未來(미래)에 내 모습을 생각하며.’

민인근 경장의 명함은 다소 이색적이다. 명함 뒤편에 문구가 새겨져있기 때문이다. 그는 명함에 새긴 이 문구처럼 항상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민 경장이 생각하는 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제 60대 모습이요? 유니폼을 입고 동네주변을 깔끔이 청소하고, 한 쪽 팔에는 노란 완장을 차고 엑스포 등지에서 일본어 통역봉사를 하고 있을 겁니다. 틈틈이 양로원에서 무료봉사도 하고 있을 거고요.”

어렵고 약자의 편해 서고 싶다는 민 경장은 국민들이 경찰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 것이 아니라 더 자세히 알고 가깝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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