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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생인 나는 <오마이뉴스>에서 인턴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24일 나는 의미있고 신나는 경험을 하게됐다. 원내 1당의 총수인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게 된 것이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최 대표가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 연사로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프레스센터를 향했다.

최병렬 대표를 만나러 가는 길

나는 평소에 한나라당을 소위 수구세력의 당, 평화통일를 원하지 않는 당, 서민보다는 기득권을 위한 당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더욱이 보수언론이라는 조선일보의 편집국장을 거쳐 5공 시절 문광부 장관까지 지냈던 한나라당 대표와의 만남은 나에게 이 토론회에 많은 흥미로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원내 1당의 새로운 당대표로서 최 대표가 갖고 있을 비전에 대한 기대를 하며 그를 만나러 갔다.

그러나 토론회장으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토론회장 입구에서 행사 관계자들과 간단한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초대된 분들과 등록된 기자들에 한해서만 입장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표방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이자 인턴기자로서 이번 토론회에 꼭 참석해 현장을 스케치하고 싶다며 입구의 관계자들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다. 그 결과 10여분 후 토론회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토론회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최병렬 대표의 기조연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연설문을 읽는 최 대표 옆으로 관훈클럽의 주요 간부들과 이날 토론회의 패널들이 일렬로 줄지어 앉아 있었다.

토론회장 내부 천장의 커다란 조명과 밝은 불빛 아래에는 이날 초대된 사람들과 내신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주요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모습을 보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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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을 철저히 사이버당으로 만들겠다는데.....

이번 토론에서 평소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던 나는 최 대표의 젊은층 '공략'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한 패널이 "자신이 진보라고 말하지 않는 대학생들도,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도 한나라당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20∼30대로부터 지지 받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21세기를 선도할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냐"고 질문했다. 내가 꼭 하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다.

최 대표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뼈아픈 지적을 해주셨는데, 사실이다"고 했다.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럴 것이다. 나도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최 대표는 "왜 한나라당이 그렇게 됐나"라고 자문하면서 "이 나라 보수세력의 한 가운데 있는 한나라당이…. 이 나라 보수세력이 세상이 변하는 것을 모르고 게을러서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우리 한나라당을 철저히 사이버화 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유권자의 47%를 육박하는 젊은 세대들을 잡기 위해서는 독특한 젊은 세대의 코드에 맞추어 당을 철저히 사이버화하여 그들과 만나고 토론할 것"이라며 젊은 층 공략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우리당도 광화문에 10만명을 모을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 최 대표의 모습에서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에게 다가설 것인가를 고심하는 것이 느껴졌다.

최 대표의 젊은층을 향한 이런 의지는 한 포털 사이트에서 최 대표와 네티즌과의 만남을 마련한 특집기획프로만 봐도 알 수 있다. "병렬아∼ 놀아줘∼∼"같이 파격적인 이름에서 젊은 층과 격식없이 다가가서 친해지고 싶은 최 대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최 대표는 24일밤에는 젊은이들에게 이메일 편지도 보냈다고 한다.

한나당은 변화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의구심

그러나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는 '창사랑'이라는 근사한 홈페이지가 있었지만 젊은 네티즌들은 그곳을 외면했다. 최 대표가 인터넷을 통해 젊은 층을 어떤 식으로 공략해 갈지 주목해 볼일이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한나라당이, 최 대표가 2007 대선에서는 과연 나를 '공략'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은 인터넷 세대를 '공략'하여 젊은 층에게 사랑 받는 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아직은 그 미래에 대해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한나라당의 변화하는 모습을 모두가 지켜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는 '과연 한나라당이 변화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만한 대목들이 적지 않았다.

의구심 1 - 전쟁비용이라구요?

우선 실망스러웠던 것은 대북문제에 관한 최 대표는 발언이었다.

최 대표는 "대화와 협력, 그리고 투명성과 억지력에 의한 한반도 평화유지는 흔들려서는 안될 대북정책의 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의 대북송금 문제에 관해 그것은 '평화비용'이 아니라 '전쟁비용'이라고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최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부터 냉전논리에 갇혀 있던 한나라당이 떠올랐다.

과거 서독은 동독에게 '뒷거래'로 많은 자금과 물량 지원을 해 통일독일을 만들어갔다. 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때로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남한의 실정법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북 송금을 '전쟁비용'으로 단정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잣대로 남북관계를 폄하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북한에 송금된 돈이 '핵개발'이나 '무기구입'에 쓰였는지 여부도 명백하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제1당 대표가 '전쟁비용'이라고 잘라 말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해 보였다.

의구심 2 - 대선자금 공개를 왜 안하죠?

'한나라당이 과연 변화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 또 하나의 것은 최 대표가 "대선자금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한 대목이다. 최 대표는 관훈클럽 직후의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에게 "(대선자금 공개를 찬성하는 국민이 압도적인) 여론조사에 부담을 갖지 말라"고 까지 하면서 대선자금 공개를 거부하자고 했다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순하다. 떳떳하다면 왜 민주당 수준이나마 공개하지 못하나.

의구심 3 - 강성노조가 가장 큰 경제걸림돌?

최 대표의 기조연설과 토론회에서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두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 대표는 "내가 만약 노 대통령 자리에 있다면 다 걷어치우고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 했다.

곧 다가올 취업문제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튼튼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최 대표의 말에 공감이 갖다. 그러나 "이 정부가 경제를 살리려면 불법 파업에 대해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된 것이 강성노조가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몇 개의 원인 중 가장 굵직한 것"이라면서 경제가 잘못된 가장 큰 원인을 불법 파업과 강성노조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여전히 노동문제에 관해서는 사용자 위주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최 대표의 모습을 통해 한나라당이 노사문제에서 좀 더 균형적인 정책을 가져야 기득권세력을 위한 당이라는 소리를 덜 들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최 대표는 청년실업문제에 관해 "청년들을 IT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전도사로 육성해야 한다"며 "정부는 한나라당이 제시한 '청년 국제전문가 1만명 육성 프로젝트'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눈여겨볼 만하다고 느꼈다.

의구심 4 - 박정희는 위대하다?

그리고 최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은 위대한 인물이고 어떤 칭찬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대목에서도 나는 물음표를 던졌다. 물론 최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자의 한 사람이고, 인권탄압한 사람이라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안다"고 전제하고 그렇게 말했지만 말이다.

최 대표는 "가난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내 얘기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 대표의 말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1당의 대표가 독재자 박정희에 대해 그렇게까지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의문스러웠다.

나는 박정희가 경제성장 면에서는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됐다. 오히려 개발독재식의 너무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체계적인 발전을 하지 못한 우리 경제가 오늘날 그 후유증으로 심각한 구조적 모순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밥을 먹게 해줬다는 이유로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을 마음대로 뜯어고친 사람에게 "위대한"이라는 평가를 해준다면 젊은 사람들에게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진정한 보수당'을 기대하며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비교적 날카로운 질문들을 했다. 최 대표는 정곡을 찌르는 패널들의 질문에 대부분 조리있는 언변으로 답변해 "워낙 자신있게 답하고, 질문보다 답변이 길고, 가끔 말실수를 하는 것이 노 대통령과 닮았다"는 패널들의 농담 섞인 말을 듣기도 했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의 언변은 현란하다. 노 대통령과 나와는 비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해 나의 웃음을 자아냈다.

약 2시간 20분간의 토론이 끝나고 최경준 <오마이뉴스> 상근 정치부 기자와 함께 최병렬 대표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라고 내 소개를 최 대표에게 한 후, 나는 최 대표가 최 기자에게 "<오마이뉴스>라구요? 제 이야기 전문을 실어주세요"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토론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이버 세계의 젊은 네티즌을 향해 다가서려는 그의 모습을 다시 확인했다.

이날 토론회를 통해 나는 한나라당이 새로운 당대표 탄생과 함께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의지는 분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최 대표의 말처럼 한나라당이 수구가 아닌 진정한 보수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젊은이들에게 사랑 받는 한나라 당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그리고 만약 최 대표가 이 글을 읽으신다면 "병렬아, 놀아줘"처럼 간단한 이메일 답이라도 받으면 영광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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