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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구의 포구기행>의 표지
ⓒ 열림원
이 책은 단조로운 도시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이 책을 펼치기 전엔 포구(浦口)란 바다와 배, 어느 것의 이미지와도 선뜻 어우러지지 않는, 낯선 이름이었지요.

물론 지금은 '포구는 바다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삶'임을 압니다. 그리고 시인은 그들의 질퍽한 인생을 '맑고 빛나는 삶이 있는 기쁨'으로 전해 주기 위해 바다가 아닌 포구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챘습니다.

이 책은 우리들 가슴속에 숨어든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줍니다. 동쪽인 화진과 선유도를 시작으로, 서해의 변산반도를 거쳐 남쪽인 고창으로, 마침내는 제주도에까지 이릅니다. 지심도와 서천, 해남까지의 여행도 담겨있고요.

수더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바다 풍경들, 빼어나게 아름답지도 못나지도 않은 풍경들. 그런 풍경들이 오히려 마음의 훈김을 느끼게 합니다. 소박하고 따뜻하고 성실한 자신의 무엇인가를 바보스럽게 위축시키는, 삶의 원칙과 슬픔과 근원의 뼈 아픔들을 다 알고 있는 포구. 시인이 직접 느끼는 포구입니다.

▲ 포구 풍경1
ⓒ 열림원
시인이 바다 이야기에 곁들인 사진들은 다정한 이야기만큼이나 또 다른 기대감으로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하늘과 바다로 채워지는 한 세상, 그 한켠 작은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여유로운 배 한 척, 육지는 오직 바다를 위해 조금 있어주는 장식장일 뿐이죠.

이렇게 고요하고, 이렇게 위엄 있는 바다는 우리 속세의 하잘 것 없음에 대해 무장해제를 시켜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 바다의 집어등(集魚燈)은 또 말해줍니다. 우리의 지지고 볶는 사람살이는 사랑스럽고 소중하다고 말예요. 그리고 파도소리는 전해줍니다. 그 경계, 그 모호한 어느 선에서 우리는 타협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요.

포구가 있는 곳엔 고깃배를 위한 집어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시인은 이 등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대한 감상을 '쓸쓸하기 그지없게' 때로는 '내일을 위한 아늑한 잠자리처럼 포근하게' 전합니다. '수십 개의 불빛들이 출렁출렁 바다를 건너오는 모습은 가까이 할 수 없었던 먼 세상의 꿈들이 문득 배 곁에 다가와 가슴을 두드리는 환영에 젖게 한다'라고 말입니다.

시인은 자장가를 부르듯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바다와 포구, 갯마을 사람들과 그들의 울림 있는 노래들을 들려줍니다. 지금도 시인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합니다.

▲ 집어등
ⓒ 열림원

곽재구의 포구기행 - 꿈꾸는 삶의 풍경이 열리는 곳

곽재구 글, 해냄(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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