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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울패의 한마당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소리울패의 한마당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 서용찬
한내마을 주민들이 세우고 내건 솟대와 금줄은 이 마을을 300년이나 지켜온 수호목인 모감주나무에게 주민들이 진심으로 청하는 화해의 ‘노란 손수건’이었다. 또한 환경오염으로부터 고향을 지켜내겠다는 주민들의 약속이기도 했다.

21일 낮 11시 이 마을 해변가 모감주군락지(경남도 지정문화재)에서 마을의 오랜 방풍림이요 보호수로 자리해 왔던 모감주 군락지를 보호하고, 환경오염에서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 모인 한내리 주민들이 마을 지킴이 솟대를 세우고 모감주 나무에 금줄을 치는 행사가 열렸다.

고천문에 이어 모감주 숲에서 제가 올려졌다.
고천문에 이어 모감주 숲에서 제가 올려졌다. ⓒ 서용찬
소리울패의 신명난 풍물한마당에 이어 김상출 단장이 앵산산신, 남해바다고현만, 한내천 용왕, 모감나무숲 당산신등을 청하는 고천문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 이날 솟대세우기와 모감주 나무 금줄치기는 마을 주민들의 대동제적인 성격을 띄었다.

김 단장의 고천문에 이어 거제중앙중학교 3학년 서인애 양은 이 마을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을 지킴이 ‘모감주 나무에게 드리는 기원문’을 낭독했다.

서인애 학생이 기원문을 읽고 있다
서인애 학생이 기원문을 읽고 있다 ⓒ 서용찬
“너는 3백번이나 해가 바뀌도록 거제시 연초면 한내리 이 해변에서 묵묵히 비와 바람과 이슬과 햇빛을 벗삼아 살고 있었는데 우리는 너를 잘 몰랐고, 또 모른채 했다”라고 시작한 기원문은 A4지 3장 분량으로 쓰여졌다.

기원문은 “모감주 나무가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동네를 지키며, 배를 타고 고기잡이 나간 동네 지아비들의 무사귀한을 기다리며, 너는 여기 연초면 한내리 바닷가에 서서 오랜 세월동안 묵묵히 이 자리를 지켜 주었다.

오직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을 위한 쉼터가 되어주면서 모진 세월을 견디어 온데 대해, 무엇하나 도와준 것 없이 혜택만 입어온 인간을 대신해서 깊이 고개숙여 사죄하고 감사드린다”고 적고 있다.

ⓒ 서용찬
또한 “최근 모감주 숲 인근에 조선기자제 공장들이 함부로 들어서서 망산의 산 바람을 막고, 망산의 소나무 친구가 전해주는 솔향기 대신 독하디 독한 페인트 냄새를 맡게 되고 그것도 모자라서 지독한 염산 냄새와 폐수로 너의 생존을 위협하려 해 우선 위험에 처한 너의 생명을 위해 너의 건장한 허리춤에 무환과 만수를 기원하는 금줄을 두르려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마을주민과 면장, 시의원, 환경단체관계자, 조선협력업체 사장 등이 자리해 관심있게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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