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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한마리는 붙어 있을 법한 느티나무. 한 번 찾아보세요.
매미 한마리는 붙어 있을 법한 느티나무. 한 번 찾아보세요. ⓒ 김규환

고향생각 나게 했다가도 밤낮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

장마가 막판으로 치달을 때부터 매미는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는 고향의 소리를 간직하며 도시인을 시골로 부른다. 매미 종류도 지역에 따라 갖가지다. 소리나는 대로하면 열 가지는 될 것이다.

감나무 좋다고 집 근처에 머물며 “매앰 맴 맴 맴 맴~” 우는 ‘매향매미’, 벚나무 느티나무 그 넓은 가슴에 찰싹 붙어 색깔 구분도 못하게 눈속임하고 “포쪼시 포쪼시” 울어대는 ‘포쪼시’, 맑은 8월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날 미루나무 꼭대기에 붙어서 내려오지 않고 “째~”, “빼~” 연신 피를 토하듯 사람 놀리며 울어대는‘대매미’가 대표적이다.

이런 매미는 어떨 땐 듣기 좋다가도 간혹 시끄럽고 귀찮은 존재다. 방학을 하면 굳이 곤충 표본 채집을 시키지 않아도 우린 재미로 매미를 잡았다. 그렇다고 멋없이 매미채를 들고 잡는 시늉만 한 게 아니다.

소개하고자하는 도구가 없으면 손으로 살짝 덮쳐 잡는다. 반바지와 반소매 차림으로 나무에 올라 매미를 잡는 것까지는 좋다. 매미보다 더 찰싹 달라붙어 위로 올라야 하는 큰 나무에 오르다보면 사타구니 쪽이 다 까지고 팔뚝 안쪽과 겨드랑이도 무사하지 못하다. 빨간 핏자국과 피멍투성이가 되어 내려오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삼껍질 벗기는 광경 80년대 초반 보성군
삼껍질 벗기는 광경 80년대 초반 보성군 ⓒ 허호행

삼껍질을 벗겨낸 겨릅대로 긴 매미채를 만들기

대마 삼 껍질을 벗기고 남은 앙상한 나무를 ‘겨릅대’ 또는 ‘절읍대’라고 한다. 결이 없거나 마디가 없는 기다란 줄기다. 길고 튼실하게 잘 자란 것은 키가 5m에 이른다. 대마 삼피 작업을 마치면 헛간이나 외양간 위에 몇 다발 올려 지붕 고칠 때 이엉 아래에 놓거나 여름철 나무가 부족할 때는 대신 때기도 했던 것이니 잘 활용하면 요긴한 것이되 버려도 무방한 존재다.

나는 이런 겨릅대를 매미 잡느라고 해마다 한 다발은 허비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에 하나 만들어 쓰고 버리는 못된 놈이 아니었다. 쓰고 또 썼다. 손가락 두께보다 가는 줄기가 3-4m나 되니 잘 마른 상태로 보관을 해도 쉬 부러지고 말기 때문이다.

꼴 베러 갔다가 집에 오던 길에 매미를 만나면 달음박질을 해서 가지고 나가고, 심심함에 겨워 낮잠 한 숨 자고 집을 나서게 될 때도 반드시 챙겨 가는 필수품이었다.

두껍고 실한 겨릅대를 골라 밑 둥은 그대로 두고 꽁지 얇은 부분을 세모나 네모꼴로 만들어 묶는다. 그 꼬락서니는 가벼움 자체다. 크기도 아이 손바닥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일단 풀어지지만 않으면 되게 하면 되니 특별히 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여린 부분이 적당히 말라 비틀어져 있으니 약간 힘을 주어 꼬깃꼬깃 구겨서 부러지지 않게 접어주는 간단한 작업이다.

거미줄이 얼마나 끈적거리는 지 아시죠? 파리모기 다 잡아 먹는 거미가 좋다.
거미줄이 얼마나 끈적거리는 지 아시죠? 파리모기 다 잡아 먹는 거미가 좋다. ⓒ 김규환

끈적끈적한 거미줄을 찾아 묻히고...

‘에게게...웬 걸? 이걸로 어떻게 매미를 잡아? 망을 치지도 않았는데?’ 하겠지만 그 다음에 할 일이 남아 있다. 시골에서 나만 알았던 기묘한 방식이 아니다. 동네 어딘가에 있는 거미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거미줄을 걷으러 다녀야 한다.

거미도 여러 가지지만 까무잡잡한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한쪽에서 바라보아 무지개 빛이 도는 것이 진짜다. 감나무나 느티나무에 걸려서 사방 1평(3.24 제곱미터) 정도는 되는 넓은 공간을 고추잠자리 날개 무늬처럼 일정한 간격과 형태로 실을 자아 가는 거미줄이어야 한다. 누에가 뽑아내는 명주실보다 더 가늘면서 끈적끈적한 긴호랑거미 줄을 찾아 나선다.

오동나무에 붙은 매미
오동나무에 붙은 매미 ⓒ 김규환
골목골목을 샅샅이 뒤져 거미줄을 찾으면 조금 전에 만들어 놓았던 겨릅대에 줄을 살살 몇 겹이 되도록 감아 나간다. 거미 막이 쳐지면 그걸 조심히 다뤄야지 자칫 땅에 떨어뜨리면 흙이 묻어 접착력이 떨어져 못 쓰게 된다. 급한 김에 뛰어 나왔다가는 땅에 걸려 겨릅대가 부러지면 헛수고를 한 것이다. 온전히 보전하여 매미가 우는 곳으로 발자국 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다가간다.

4-5m 높이의 높은 곳에 붙은 매미에 채를 갖다대면...

유심히 보고 있다가 매미를 발견하면 특수 제작한 매미채를 살짝 갖다대면, “찍”, “찌익” 하며 꼼짝 못하고 갇힌 신세가 된다. 내 키에 겨릅대 높이가 있으니 4-5m 높이에 있는 매미도 쉽게 공략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매미채에서 붙들려 내려오는 매미는 날갯짓도 못하고 있다.

조심히 매미채를 눕히며 뒤로 뺐다. 끈적끈적한 거미줄이 손에 조금 묻었으나 매미를 살짝 떼어 내 손에 옮겨 잡았다. “찌직~” 파르르 떨며 생기를 되찾는다. 옆 집 감나무로 옮겨 한 마리 동네 어귀 느티나무에서 한 마리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벚나무에는 수액이 많이 흘러나와 매미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벚나무에는 수액이 많이 흘러나와 매미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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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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