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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2003년 분꽃
ⓒ 김해화
▲ 2003년 분꽃
ⓒ 김해화
벌써 9시가 넘었습니다.
일을 하는 날은 서서히 배가 고파올 때입니다.
새꺼리로 빵 하나 음료수 한 깡통
입으로만 안전제일 외치는 자본가들은 술이라고 하면서 금지하지만
우리들은 음료수라고 하는 막걸리 한 잔 덤으로 들이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던 새참 시간입니다.

그런데 일하지 못하는 지금 세상은 어두컴컴하고
가끔 천둥소리까지 들립니다.
오늘까지 연 이레째 비가 옵니다.
정말 줄기차게 쏟아집니다.
웃녘은 엊그저께까지도 하늘 쨍쨍했다니 걱정 없겠지만
아랫녘 날품 파는 사람들 이제는 재해수준입니다.
오늘 새벽도 심란해서 비오는 바깥 내다보고 있는데
앞동 9층 복도 창문을 열고 물끄러미 비오는 세상 내다보는 사내 하나 보였습니다.
낡은 임대아파트에 하늘만 보고 사는 이 한 둘 이겠습니까.

이 빗속에 오늘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문화행진단이 순천에 옵니다.
물에 흠뻑 젖어 아예 물캐져 버릴 것 같은 남도길 걸어 걸어
젖어있는 순천에 온다고 합니다.
한없이 반가운 동지들, 그런데도 반갑게 맞이하지 못하는
가난에 지친 삶이 새삼 어깨를 짓눌러와
몇 번이나 어두컴컴한 세상으로 열린 베란다 창문 앞에서 서성대다가
꽃편지도 이렇게 늦습니다.

이 빗길에 늦어지는 삶
어찌 나 뿐이겠습니까만 그래도 자꾸 초조합니다.
그런데, 우리 삶에도 비 그치고
쨍하고 해뜰날이 있을까요?
있을까요?

분꽃 까맣게 익은 씨앗
껍질 벗기고 그 안에 숨어있는 새하얀 분꽃 가루 얼굴에 바르면
햇살처럼 부시게 이뻐지던 누이
이 빗속에 누이의 삶도 젖어 쳐져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누이의 안부를 묻습니다.
누이가 안고 있는 세상의 안부를 꽃편지로 묻습니다. (2003년 7월 11일)

분꽃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분꽃과의 한해살이풀.

분류 : 분꽃과
원산지 : 열대 아메리카
크기 : 높이 60∼100cm

분화(粉花)·자미리·초미리·자화분(紫花粉)이라고도 한다.
열대 아메리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뿌리는 덩이뿌리 모양으로 검다.

줄기는 60∼100cm까지 자라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마디가 높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6∼10월에 피고 분홍색·노란색·흰색 등 다양하며 오후에 피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시든다.
포는 꽃받침같이 생기고 5개로 갈라진다.
꽃받침은 화관 모양으로 나팔꽃을 축소한 것같이 보이며 지름 3cm 내외이다.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은 꽃 밖으로 나온다.

열매는 꽃받침으로 싸이고 검게 익으며 주름살이 많다.
종자의 배젖은 하얀 분질(粉質)이다.
뿌리를 자말리근(紫茉莉根)이라고 하며, 이뇨·해열·활혈(活血)에 쓴다.

<2003년 7월 6일 낙안읍성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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