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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아, 밥의 터널이여!
ⓒ 박소영

'하루 세 번씩 끼니를 꼬박이 채워야만 산다'는 사실만큼 확실한 삶의 진실은 없지요. 밥을 먹어야 꿈꿀 힘을 얻습니다. 보이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산 존재'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당신은 오늘도 식당에서 앞 손님의 테이블이 치워지길 기다리겠지요? 그리고 가장 빨리 차려질 메뉴를 골라 주문하고 신문을 쳐들 거고요. 식사를 마치면 지갑에서 4천500원을 꺼내고 밖으로 나올 테지요.

한 달에 드는 점심값을 대강 셈하며 만만치 않은 액수에 한숨을 쉽니다. 그리고 또 밥을 먹기 위해 꾸역꾸역 일 보따리를 풀어헤칩니다. 아, 정말 밥의 위력은 무시무시합니다.

하지만 어둑어둑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만큼은 따뜻합니다. 어둠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불빛들, 그 포근한 빛들은 쓸쓸한 당신의 삶에 달콤한 기운을 넣어 주지요. 살아가는,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온전히 그 불빛 속에 담겨있으니까요.

당신은 방 두 칸에 삽니다. 그래서 당신은 외면할 수 없는 풍경에 가슴을 쓸어 내리지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대명제 앞에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춥니다. 아, 사람아! 생명아!

▲ 자연이 집이라고요?
ⓒ 박소영

아내는 잠자리에서 또다시 누구누구의 아파트 타령을 합니다. 당신은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아내의 어깨를 다독이지요. 재개발 지역 판정이 확실한 미래의 보장으로 자리잡은 요즘이지만, 아내는 그마저도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것도 압니다. 그저 당신에게 힘을 넣어보자는 뜻으로 부른 타령인데….

당신은 이불을 끌어다 덮습니다.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려면 훌훌 털어버리고 잠을 자야하니까요.

▲ 재개발이 희망인 사람들
ⓒ 박소영

오늘도 일기예보가 덥겠다네요. 당신은 그래도 맑은 아침 하늘이 보기 좋다며 세상을 향한 새 출발을 알립니다. 이제 고통이니, 싸움이니, 상처니 하는 상념들에서 완전히 놓여나 오늘의 일과를 점검하지요. '단순한' 삶이 사람살이의 모범 답안이 아니겠어요?

저기 웬 사람들인가요? 그곳에 당신도 보이네요.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을 유행어처럼 쓰던 때가 있었지요. 아마 급진적인 현대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로 사용했던 것 같지요.

현대화는 외쳐댑니다. "모두가 어울릴 때 함께 속해야 산다. 다수의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은 반드시 옳은 것이다!"라고요. 인정하기 싫을 테지만 당신이 거기에 있는 이유입니다.

▲ 그래도 군중 속이 안전하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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