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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론을 담은 수필집 발간.
행복론을 담은 수필집 발간. ⓒ 조성연
지난 5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있는 로얄시그너스 호텔에서 한국 수필문학작가협회(회장 장석호) 회원 258명이 모여서 <변화와 개혁시대의 수필문학의 발전 방향>에 대한 포럼을 열었다.

주제 발표는 동덕여대 조병무 교수와 동아대 권대근 교수가 하였다. 지명 토론자로는 하길남(문학평론가) 교수, 유혜자(방송심의위원), 장정식(광주지회장) 등 6명의 지정토론자와 고려대의 오경자 교수 외 9명의 자유토론자가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였다.

조병무는 주제 발표에서 '최근 우리 사회는 개혁이나 변화 같은 단어들이 모든 분야에 널리 퍼져서 유행처럼 사용된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사이버 공간에서 더욱 심하다. 따라서 모든 매체가 그 영역에서 스스로의 자구책을 찾아 나서고 있으며, 수필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인터넷을 통한 글 쓰기는 수필영역과 유사성이 있으며, 수필은 사이버 시대의 글 쓰기에 가장 근접한 문학이라고 본다. 따라서 인터넷 상에서 요구되는 간결하면서도 짧은 문장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 그렇게 놓고 보면 차원 높은 문학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새로운 작가정신의 투철함과 철학적 인식에 대한 자기변화가 도모되어야 한다'고 했다.

네티즌들의 언어선택과 문장기법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물론 버릴 부분도 많지만 다른 편으로는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창출할 수 있는 점도 많다. 그 이유로 수필이 다른 장르의 글보다 그러한 문제에 보다 접근하는데 우월성이 있으며, 경제적 시장성도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고임순 교수는 '수필의 전통성을 무시한 개혁은 있을 수 없다. 오늘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네티즌들의 글 쓰기가 수필 영역과 매우 유사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인정하면서, 변화를 수용하자는 것으로 한정해 살펴볼 수는 있다.

하지만 수필이 사이버 시대에 가장 근접한 문학이고, 간결하고 짧은 문장이어서 그 영향력 때문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로 수필은 고유 문체의 읽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짧은 문체의 문장을 고집한다면, 긴 문장에서 얻을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나 긴 호흡에서 느낄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은 사라질 것이다. 수필이 신변잡기 수준을 탈피하고, 작가정신의 투철함과 철학적 인식으로 새로이 자기변화를 도모하자고 하면서, 과연 짧은 문장의 수필로 그러한 것이 충족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권대근은 수필의 개혁지향을 위해서 현대적 창작이론을 확립하고 본격문학으로서의 수필에 대한 정체성이 재확립되어야 한다는 점과 미의식을 말했다. '단순히 지적이고, 의지적인 표현만으로 예술작품이 될 수 없다. 훌륭한 내용이 있어도 예술성이 있기 위해서는 감각적인 미와 감정적인 맛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혜자는 '개혁이란 제도나 체제를 고치자는 것인데, 수필에서 개혁은 있을 수 없고, 다만 변화를 이야기할 수는 있다'면서 독자적인 이론모형의 교본화을 주장하면서 다른 편으로는 이미 제시되었던 모형들이 현실성 때문에 삭제되었다는 점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했다.

'과연 개혁이 가능한지, 지금까지 왜 안 되었는지를 반문하고, 새로운 이론모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장르의 전통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변화와 개혁은 피해야 한다. 그러한 것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며, 자기모순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수필 장르의 전통성은 역사적으로 있어온 광범위한 범위의 수필, 설리, 전기, 기행, 서간체 등 많은 고전 수필들까지 개혁에 포함하는 것인지를 물었다. 구태의연한 수필론을 주장하고, 비평하는 것을 부정하는 일들이 개혁요소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문학은 이론이나 비평보다 먼저 등장하였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한 예로 30년대에 시작한 서정적인 수필, 지적인 수필 중에서, 문예성이 뛰어난 글로 지칭되는 작품들은 수필이론이 없을 때 나온 것이 많다. 그 예로 이태준의 <벽> 김용준의 <노시산방기> 노천명의 <향토유정기> 같은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수필창작이론을 확립하고 국문학계에 파급하여야 한다고 하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수필도 다른 장르의 문학처럼 이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가진 수필관을 바탕으로 모든 다른 예술처럼 감동을 주는 문예성이 높은 작품을 창작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길남은 수필이 붓 가는 데로 쓰는 글이고, 아무나 쓸 수 있으며, 수필 같지 않은 수필을 명수필로 알고 있고, 주제화 전략을 체험의 기록으로 잘 못 알고 있으며, 비평을 글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작가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잘 못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언급했다.

주제 발표자의 그러한 면을 다소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 다른 방안이 있는지를 물었다. 신변잡기에 머물지 않기 위한 기법상의 묘안이나, 그 경계, 이를 알아내는 혜안에 대해서, 가진 자료가 있으면 제시해 주고, 외국의 실례가 있는지를 물었지만, 이에 대한 자료제시나 만족할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또한 하길남은 붓이 어떻게 제 마음대로 가겠는가. 붓이 움직이는 데로 쓴다는 것은 붓을 잡은 마음이 붓을 그렇게 움직인다는 것이지, 붓이 하자는 데로 따라 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따라서 붓 가는 데로 쓴 다는 말이, 아무렇게나 쓴다는 말과는 전연 다른 의미라고 말하며 비유의 오류를 지적했다.

이 포럼은 매년 7월에 열리는데, 금년에는 포항제철소의 산업현장을 돌아보는 측면에서 포항에서 개최하였다. 국내 수필 원로작가, 역대 문학상 수상작가, 중진회원들로 필진을 구성하여 매년 책을 펴내고 있다. 기출간된 것으로 <바다의 묵시록> <나는 수필을 이렇게 쓴다> <생명의 신비> <내가 걷는 문학의 길> 등이 있다.

금년에는 우리들이 삶 속에서 누리고 사는 행복에 대해 다시 관조해보자는 의미로 '내 삶의 행복과 불행'이라는 주제를 택하여 작품집을 냈다.

원로 작가 강석호, 이상보 등 78인이 참여하여 <내 삶의 신선한 느낌표(교음사.2003.7.5)>란 작품집을 펴냈다. 우리 삶에 대한 오늘의 행복과 불행을 진솔하게 조명하고 있어서, 좋은 수필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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