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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공식기자회견으로 시작된 국민의 힘 유권자운동이 정치권의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유권자운동이 곧 낙선운동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낙선운동이 곧 불법인 것은 아니다.
지난 30일 공식기자회견으로 시작된 국민의 힘 유권자운동이 정치권의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유권자운동이 곧 낙선운동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낙선운동이 곧 불법인 것은 아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런 식의 낙선운동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만약 (국민의 힘이) 계속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다."

4일 박관용 국회의장의 말이다.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 힘(이하 국민의 힘)'이 지난 6월 30일부터 시작한 '지역 정치인 바로 알기' 유권자운동이 초반부터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여야 총무가 2일 국민의 힘이 보낸 질의서에 일체 답변하지 않기로 합의한데 이어, 박관용 국회의장도 "국회차원의 대응"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박 의장은 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라며 낙선운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국민의 힘 유권자운동을 "낙선운동"으로 규정,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 근거로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한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꼽았다.

정보공개운동이 곧 낙선운동? 낙선운동은 자체가 위법?
국민의 힘 유권자운동에 대한 두 가지 논란


"국민의 힘 계속한다면 국회 차원 대응" 사진은 지난 2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
"국민의 힘 계속한다면 국회 차원 대응" 사진은 지난 2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관용 의장의 유권자운동에 대한 '용납 불가' 입장은 현재 이 운동을 바라보고 있는 기성 정치권과 일부 보수세력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시각에는 두 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선, 국민의 힘 유권자운동이 과연 낙선운동인가 하는 점이다. 국민의 힘은 지난 6월 30일 유권자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유권자 운동과 낙선운동은 다르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 힘 이상호 정치개혁위원장은 당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운동은 과거 낙선운동과 달리 우리(국민의 힘)가 지지후보나 낙선후보를 결정해 놓는 것이 아니고,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보를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총선연대가 각 의원들을 지목해 낙선활동을 벌인 것과 달리, 유권자운동은 순수한 '정보공개 운동'이라는 것이 국민의 힘 주장이다.

그러나 기성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힘이 사실상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노사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보고 단체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6월 30일과 7월 1일 국회의원 8명에게 보내진 공개질의서 내용이 '부정적'인 질문으로만 구성돼 "사실상의 낙선운동이 아니냐"는 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 힘으로부터 1차 대상자로 지명돼 공개질의서를 받고 답변서를 보낸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힘이)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이런 운동을 펼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 힘은 노사모와의 관련성 등을 부인하며 유권자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위원장은 "국민의 힘 구성원 중에 노사모 출신은 절반도 안 된다"며 "국민의 힘을 노사모와 연결짓는 것은 일부 악의적인 언론들이 유권자운동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사모 역시 2일 성명을 통해 "국민의 힘과 노사모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해당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힘은 또 1차 질의서가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유권자운동을 낙선운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이상호 위원장은 기자회견 당시 "1차 질의서는 각 의원들의 과거 행적 중 불명확한 부분을 분명히 짚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자는 것"이라며 "1차 답변서를 받은 뒤 정치개혁이나 개혁입법, 정책 등 현안에 대해 보충질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위원장에 따르자면, 유권자운동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심기'가 아니라 각 의원들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정보를 총체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낙선운동은 자체가 불법? 선관위 "이미 합법화"

낙선운동은 지난 2000년 선거법 개정으로 합법화됐지만, 아직 국민들은 낙선운동 자체를 불법으로 알고 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출범한 총선연대.
낙선운동은 지난 2000년 선거법 개정으로 합법화됐지만, 아직 국민들은 낙선운동 자체를 불법으로 알고 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출범한 총선연대.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으로 낙선운동 자체가 불법이냐는 문제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낙선운동에 대한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예로 들어 마치 낙선운동 자체가 곧 불법인 것처럼 표현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상 낙선운동은 '합법적인 운동'이다.

지난 2000년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낙선운동은 이미 합법적인 운동으로 법령에 명시됐다.(아래 관련기사 참조) 다만, 낙선운동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낙선운동 자체가 아니라 낙선운동의 기간이나 방법일 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국민의 힘이 하고 있는 행위를 두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이 운동의 결과를 이용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하거나 서명운동 등을 한다면 '사전 선거운동'이 된다"고 밝혔다.(아래 박스기사 참조).

현재 일각에서는 낙선운동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의 유권자운동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는 추세다. 현직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정치학자들이 망라된 '정치개혁추진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는 이미 지난 6월 30일 낙선운동의 범위를 넓혀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범국민위의 제안 내용은 ▲선거운동기간을 불문하고 시민단체 등의 유권자 운동을 전면허용 ▲불법행위에 한해서만 규제 ▲유권자운동단체의 공익적 활동에 대해서는 선거운동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 활동을 보장한다는 것 등이다.

국민의 힘 2차 공개질의서 대상자 13명 선정

국민의 힘은 정치권의 '강력 대응'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운동을 계속 해나간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힘 정청래 공동대표는 지난 3일 저녁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유권자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의 힘은 13명의 2차 공개질의 대상자를 선정, 다음주 중으로 공개질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2차 대상자에는 정균환, 홍사덕, 김학원 의원 등 3당 총무들과 신기남, 송영길, 송석찬, 강운태(이상 민주당), 김문수, 백승홍, 최돈웅, 권철현, 유흥수(이상 한나라당), 김원웅(개혁당) 의원 등 13명이다.

한편 국민의 힘은 4일 박관용 국회의장의 "국회차원 대응" 발언에 강력히 항의하며 국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국민의 힘은 이 항의서한에서 "박관용 의장이 국민의 알권리와 참정권을 보장한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의도적인 명예훼손을 하는 등 범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입법부의 수장에 걸맞는 처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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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낙선운동은 이미 합법

선관위 "유권자운동, 선거법 위반 아니다"

국민의 힘 유권자운동에 대해 선관위는 "현재 하는 행위를 두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낙천, 낙선운동은 사실상 합법화됐다"고 전했다. 다음은 중앙선관위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국민의 힘 유권자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나.
"현재 하는 행위를 두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운동의 결과를 이용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하거나 서명운동 등을 한다면 '사전 선거운동'이 된다. 선거운동은 낙선·당선운동 모두를 포함한다. 지금은 위반이다, 아니다 논하기에 이른 단계다."

- 지난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불법인가.
"낙선운동의 방법상의 하자로 처벌받은 것이다. 낙천·낙선운동은 지난 2000년 선거법 개정으로 사실상 합법화됐다. 다만 낙선운동을 하면서 길거리에서 서명 운동을 하고 현수막 게시하거나 피켓을 들어서 처벌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선거운동이기 때문이다. 당선 되게 하는 것도, 낙선하게 하는 것도 선거운동이다. 선거운동은 누구나 선거법에 정한 방법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민의 힘에서 이런 사항을 토대로 내년 후보자 등록이 끝난 후 선거 기간에서 유권자를 상대로 인터넷에서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하는 것(선거운동)은 가능하다. 그 전에 하면 '사전 선거운동'으로 불법이다.

현재 유권자운동은 일반 유권자에게 유포시킬 목적으로 유인물을 배포(단순 사실 적시 유인물은 문제됨)하거나 대대적으로 살포하는 게 아니고 언론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지고 있으니 문제될 것은 없다. 인터넷 게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힘 단체 홈페이지 한해서는 관계없으나 그 내용을 이쪽저쪽 옮기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 중선관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특별할 것은 없지만 논의는 했다. 방법도 문제될게 없었고 해서 아직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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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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