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먼저 마당에 나오니 화단에 활짝 피어 있는 달리아에 나비들이 한창 꿀을 모으고 있습니다. 바람이 좀 많이 부는 탓인지 가까이 가도 적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아빠, 저 나비가 뭐 하는 거?(뭐하는 거야?)"
"꿀 모으는 거."
"음, 맛있겠는데 나도 달리아꿀 먹어볼래."
아마도 지난번에 꿀풀의 꽃을 먹은 기억이 나는가 봅니다. 서울에 있었다면 쉽게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마당에서 아들과 함께 경험을 한다 생각하니 이것은 시골생활의 작은 즐거움입니다.
서울에 있을 때에는 유리관에 갇힌 나비를 본 것이 가장 가까이서 본 것일지도 모를 아들에게 살아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생방송하듯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런 맛도 시골에 사는 즐거움과 묘미를 더해주는 것입니다.
좀 다른 종류의 나비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꽃에 앉은 나비는 아니었지만 바람을 피해 바위에 앉은 먹부전나비를 아들이 발견했습니다.
"아빠, 이거 찍으면 멋있겠다."
"어디 보자."
그러나 살금살금 다가가 찍으려는 순간 날아가 버립니다.
"아빠, 좀 살금살금 와야지 나비한테 들키지 않지. 아빠는 그것도 모르냐?"
아들이 아빠 뒤에 붙어서 '살금살금' 입으로 중얼거리며 좇아다닙니다. 그 덕분인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마당에서 길가로 나왔습니다. 학교가는 길에도 이런 저런 꽃들이 피어있으니 그 곳에도 나비가 있을 것입니다. 노란 뱀무에 앉아 있는 나비가 있었습니다.
"용휘야, 저기 나비 보이지?"
"와! 나비도 예쁘고 꽃도 예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예쁜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냥 보는 느낌으로 '아, 저건 예쁘다!'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입니까? 산책하는 길에 소중한 경험을 듬뿍 안겨줄 수 있으니 이 또한 시골생활의 묘미요, 즐거움입니다.
꽃마다 나비며 벌이 찾아와 열심히 꿀을 모으는 것은 보면서 우리 아이가 삶은 저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꽃도 가지가지 여러 가지 모양이고 저마다의 향기와 맛을 가지고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만들어간다는 것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저 나비는 날개가 작아!"
나방이지만 나비 못지 않게 예쁜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들과 나비를 구경하러 나온 길,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긴 여운으로 남길 바라면서 무등을 태워 돌아오는 길이 가볍기만 합니다. 이 또한 시골생활의 즐거움이요, 묘미가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