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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은 충북 괴산입니다. 괴산하면 떠오르는 사람으로는 임꺽정을 쓴 홍명희와 민족 대표 손병희 선생이 있습니다. 농산물로는 괴산 청결 고추가 유명하구요, 감도 맛이 좋습니다. 우리 집에도 감나무가 열 그루 정도 있습니다.

감은 빨갛게 익은 홍시가 아주 단데 그 감을 딴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감채로 하나하나 따면서 떨어뜨리지 않아야 하는데 실수라도 해서 떨어뜨리거나 감채 안에 있는 감을 잘못 꺼내면 그대로 터지고 맙니다.

괴산에서 많이 짓는 농사는 담배입니다. 우리 집도 담배 농사를 주로 하고, 벼농사와 밭농사는 식구들 먹을 정도만 합니다. 2남 2녀 자식들 공부시킨 주역이 바로 이 담배죠. 담배 농사는 해본 분들은 첫 마디가 '그 힘든 농사'입니다.

힘들지 않은 농사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담배 농사는 다른 농사에 비해 노동의 강도가 좀 센가 봅니다. 일손도 많이 필요하니까 온 동네가 집집이 돌아가면서 일을 합니다.

봄 하우스 안에 담배모를 키웁니다. 고추, 참외, 수박 등과 같이 키우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밭으로 옮겨 심습니다. 두둑을 만들고 괭이로 흙을 조금 떠내고 거기에 담배모를 심습니다. 비닐을 들고 달리는 것은 주로 아이들이 했죠. 화장지 심처럼 비닐을 감고 있는 그 대는 고물 장수에게 넘기면 군것질 거리도 됐구요.

담배모를 심은 뒤에 밭을 매줍니다. 밭에는 보통 그늘이 없습니다. 밭 주변 나무들도 그늘이 생긴다고 베어버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늘도 없는 뜨거운 밭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밭을 맵니다. 노래에도 나오는 '콩밭 매는 아낙네'는 덥고, 다리 아프고 목도 마르고 무척 힘들었겠지요.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관절염이 많이 생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서 담배 순을 칩니다. 담배 잎은 넓어서 고랑 사이로 걷기가 힘듭니다. 공기도 잘 통하지 않지요. 게다가 담배 진은 검고 찐득찐득합니다. 옷이며 몸은 땀과 담배진이 어우러져 아주 힘든 상태가 됩니다. 담배 순은 왜 그리도 잘 자라는지 모르겠습니다.

담배 순 치기와 잎 따기는 거의 같은 시기에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담배 잎을 꼬지 않지만 예전엔 담배 잎을 길다란 줄에 꼬아 넣었습니다. 나중에 이 끈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꼬아 넣은 잎이 빠지지 않게 힘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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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꼬인 담배잎 줄은 아저씨들이 건조실에 올라가서 겁니다. 이때 줄에서 빠지는 담배잎을 주워오는 일은 아이들 몫이죠. 아이들에겐 이것도 재미였던 것 같습니다. 빠진 잎은 다시 꼬아서 걸게 됩니다.

건조실은 석탄을 땝니다. 건조실엔 작은 평상도 딸려 있어서 아이들이 놀거나 더운 여름밤 잠을 자기도 합니다. 문이 없으니 모기장은 필수지요. 석탄 불에 이것저것 구워 먹기도 합니다. 지금은 전기와 석유로 때니 이런 재미도 없지요.

담배를 건조할 때 불을 끄는 시기는 아버지가 선택하십니다. 불 세기 조절도 마찬가지구요. 건조한 담배는 줄에서 다시 뺍니다. 푸른 잎을 건조한 것은 노랗게 나오지만 떡잎이나 잘못 건조하면 검게 나오기도 합니다.

다 빼서 모은 것은 짚으로 묶어서 방에 쟁여 둡니다. 얼마가 지나야 되는지 모르지만 그 다음엔 짚으로 묶은 것을 풀어서 다시 가위로 담배 조리를 합니다. 검게 탄 부분이나 색이 좋지 않은 부분을 잘라내는 것이지요. 담배 조리한 것을 예쁘고 동글게 맙니다.

담배 조리하는 날은 미숫가루물을 자주 내갔던 기억이 납니다. 별다른 음료수가 없었으니까요. 가끔은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서 가지고 가기도 했습니다. 담배 조리도 며칠 안에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담배 잎을 하나하나 살피니까요. 이 일은 낮에도 하지만 주로 밤에 합니다.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면서 말이죠.

담배 조리가 끝나 쌓아 놨던 것들은 부대에 담습니다. 나무 틀에 포대를 넣고 그 안에 아버지가 힘을 주어서 밀착시킨 담배를 넣고 판자를 넣은 다음 제가 들어가서 담배를 꼭꼭 밟습니다. 한 줄 한 줄 그렇게 한 부대를 완성하고, 또 완성하고 그랬습니다.

아버지는 솔 담배를 좋아하십니다. 솔 담배는 아주 독하다고 들었습니다. 시골 분들을 위해 나온 저렴한 담배여서 가격도 아주 쌉니다. 그런데 이 솔 담배를 구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아버지도, 남편도 담배를 끊기 위해 무척 애씁니다. 아버지는 끊으셨다가 다시 피우시는 것 같습니다. 남편도 내 앞에서는 안 피우지만 이틀에 한 개비 정도 피우는 거 같구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그 냄새를 더 잘 맡는데 남편이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는 날은 담배 냄새가 확 납니다. 끊는 중이라고 하는데 담배 끊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가 봅니다.

금연 구역이 확대되어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장소를 찾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사무실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군요. 담배는 정말 백해무익입니다.

금연 구역이 확대되는 것은 피우는 사람이나 피우지 않는 사람 모두 환영할 일입니다. 그런데 담배를 주산물로 하는 지역에서 나고, 담배 매상한 돈으로 이만큼 자란 사람인 저는 기분이 이상합니다. 금연을 적극 찬성하면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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