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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대화를 하고 있는데… 기자면 그냥 취재만 하세요."
기자 "이 사람들, 완전히 깡패구만"


지난 24일 오후 2시30분경 전남도청 도지사실에서 오간 대화의 한 대목이다. 이 대화는 한 일간지의 도청 출입기자와 도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던 주민들 사이에 오간 것이다.

당시 면담에 참여했던 도청 공무원과 주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설명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당시 도지사실에서는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반대하는 영광군 주민대책위·반핵서남해안대책위 위원들과 박태영 도지사가 면담을 갖고 있었다. 10여명의 대책위 위원들은 최근 전남도가 밝힌 핵폐기장 유치와 관련된 토론회 계획 취소를 요구하는 항의 방문중이었다.

주민대책위와 전남도 관계자들이 격앙된 분위기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던 중 양복차림의 한 남자가 주민대책위원들 사이의 빈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며 양쪽의 대화를 지켜봤다. 그러던 중 그는 갑자기 왼손을 들어 "예, 실장님, 긴급동의인데요, 제가 3자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대화에 끼여들었다.

면담을 하던 대책위원들은 갑작스런 행동에 "시간없으니 조용하세요, 근데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 남자는 "이 사람들이? 깡패구만"이라며 언짢은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책위원들은 "이 사람이라니? 당신 대체 누구시냐구요"라고 되묻자 그는 "나 기잔데, 도청 출입…출입기자요…"라며 계속 말을 이어가려 했다.

"거만한 기자들의 행태 보여준 사례"

그러자 대책위원들은 "왜 출입기자가 (도지사와) 대화하고 있는데 말을 끼어들고 그래요?", "기자면 취재만 하세요"라며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이 사람들 완전 깡패구만"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양복을 벗어제끼려 했고, 대책위원들은 "기자면 다냐고", "기자가 깡패구만"이라며 그를 제지했다.

이날 소란은 박태영 지사와 배석했던 도청 직원들에 의해 마무리됐다.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발을 헛디뎌 바닥에 넘어지는 등 '추태'를 보였다고 한다.

도지사와 대책위원 면담자리에서 소란을 피운 사람은 도청을 출입하는 반아무개 기자로 확인됐다. 반 기자는 광주지역 한 일간지 정치경제부장을 맡고있다. 반 기자는 도지사실에서 복도로 나와 실랑이를 하고 대책위 관계자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기도 했다.

이 소란을 지켜본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들어올 때부터 얼굴이 뻘개져 있었고 술 냄새가 풍겼다"면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면담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떻게 면담에 끼여들어서 소란을 피울 수 있느냐"고 도청 직원들에게 항의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취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의 대변인이나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비난하고 "모두에게 적용하지는 못하겠지만 기자라는 신분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거만함을 보여준 것"고 지적했다.

반 기자, "서로 잘해 보자는 것이…"

면담과정을 지켜본 도청 한 관계자도 "전에 비하면 기자들의 (불미스런) 관행과 행태가 많은 부분 개선됐다"면서도 "(기자들) 스스로 자정해 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반 기자는 "원전이 영광에 있고 양성자가속기(사업)가 함께 오는 것이 지역발전을 위해서 좋다"면서 "유치위는 조용히 이야기하고 가는데 이(유치반대 대책위) 사람은 악을 쓰고, 토론도 해보고 만나서 의견제시해야 되는데 보이코트 시키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 기자는 "(당시)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이고 "점심식사하면서 3잔정도 마셨는데 술 냄새가 난 모양이다"면서 "술에 취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넘어졌다는데 의자에 걸려서 휘청거린 것 뿐이고 서로 잘해 보자고 그런 것인데…"라며 "기자로서 '무리'한 것 같고 이렇게 물의를 일으킬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소란' 상황은 주민대책위 한 관계자의 비디오 카메라에 고스란히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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