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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국민은행장
김정태 국민은행장 ⓒ 국민은행
김 은행장은 최근 은행지분의 9.33%를 가지고 있는 정부가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행장을 교체한다는 '낙마설'과 감사원 연장 감사 등으로 인해 곤욕을 치러왔다. 이와 관련 김 행장은 지난 5월부터 한달 간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면서 갖가지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소문으로만 떠돌던 행장 판공비나 스톡옵션행사 등 감사원의 연장 감사 결과가 27일 발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 쪽은 감사원의 지적이 '부당하다'며 적극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은 27일 김정태 은행장이 자사주 매입기간 중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을 행사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등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기관 주요사업 예산집행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김 행장은 자사주 매입기간 중인 2002년 8월 6일 스톡옵션 40만주 중 30만주를 행사해 165억 59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는 것. 국민은행은 직원들에게 주식을 지급하는 자사주 신탁제도(ESOP) 도입을 위해 지난해 7월 30일부터 10월 23일까지 3개월 동안 자사주 300만주(취득가액 1476억원)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김 행장은 또 지난해 2/4분기 영업실적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그 내용이 반영된 반기 보고서를 증권거래소에 제출하기 직전에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등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스톡옵션 행사에는 ▲신주발행 교부 방식 ▲자기주식 취득 교부 방식 ▲차액현금교부방식(행사가격과 행사일전 3개월간의 평균시가 차액을 현금으로 교부하는 것) 등 3가지 방법이 있는데, 김 은행장은 은행에게 가장 불리한 차액교부방식을 택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차액현금교부방식의 경우 신주를 발행해 교부할 때보다 113억9200만원,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지급할 경우보다는 13억5900만원만큼 은행의 추가 부담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과 업종평균 주가 및 순이익 추이
국민은행과 업종평균 주가 및 순이익 추이 ⓒ 감사원

이에 따라 감사원은 김 행장에게 앞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는 은행업종지수나 경영성과와 연동시키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통보하는 한편, 금융감독위원장에게는 이를 국민은행장에 대한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국민은행 "공공과의 약속을 지킨 것 뿐"

그러나 김 행장이 자사주 매입기간 중 내부정보를 이용 스톡옵션을 행사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국민은행 쪽은 "지난해 이미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때 '문제 없음'으로 결론 난 사항"이라며 적극 반발하고 있다.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시가 산정은 과거 3개월의 평균주가를 적용합니다. 따라서 지난해 7월 30일 자사주를 처음으로 매입한 이후 스톡옵션 행사 전일(2002. 8. 5)까지의 중복기간은 5일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5일은 3개월(62일) 평균주가 산정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표1> 김정태 행장 스톡옵션 행사 당시 국민은행 주가 추이
<표1> 김정태 행장 스톡옵션 행사 당시 국민은행 주가 추이 ⓒ 오마이뉴스
즉 감사원이 지적한대로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입 계획에 따라 주가가 올라갈 것을 예상,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2년 7월 30일 자사주를 처음 매입한 이후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8월 5일까지 국민은행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표1 참조)

또 2002년 2/4분기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 내부정보를 이용해 증권거래소에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오히려 실적 발표 후 단기간 동안 주가가 내려가기는 했지만 8월 6일 스톡옵션을 행사한 이후 국민은행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면서 "감사원의 지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국민은행의 이익 및 주가를 합병시너지 효과 등으로 하반기 주식시장의 선도주가 될 것으로 예상해 매수 추천하는 등 향후 주가를 81,300원~9300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표2 참조)

<표2> 2002년 하반기 증권사별 국민은행 이익 및 주가 전망
<표2> 2002년 하반기 증권사별 국민은행 이익 및 주가 전망 ⓒ 오마이뉴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시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은 김 행장이 스톡옵션 행사 이익의 5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 공공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이 잦아짐에 따라 불가피하게 행사하게 된 것"이라며 "참고로 김 행장은 행사이익의 50%를 수재의연금, 사회불우시설 등에 기부하여 당초의 약속을 지켰다"고 덧 붙였다.

월급 1원 짜리 은행장 신화, 스톡옵션 100억 가운데 67억 사회 환원

김 행장은 98년 10월 월급은 1원만 받는 대신 4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옛 주택은행장에 취임했다. 김 행장은 자신이 받은 스톡옵션 가운데 30만주를 지난해 8월 6일 행사해 165억59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중 65억은 세금으로 내고 남은 100억원 가운데 67억원은 사회에 기부했다. 결국 김 행장이 3년 치 연봉으로 가지고 간 돈은 33억원.

김 행장이 사회에 환원한 67억 가운데 10억원은 지난해 7월 익명으로 수재의연금으로 기탁됐고, 나머지 57억원은 불우이웃에 전달됐다.

국민은행 김정태 은행장
국민은행 김정태 은행장 ⓒ 국민은행
국민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행장 이름으로 사회복지재단설립 등을 통해 스스로를 빛낼 수도 있었지만 김 행장은 조용히 소외계층에게 전달되는 것을 원했다"면서 "감사원 지적대로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김 행장의 부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 행장이 지난해 2월 스톡옵션 행사 이익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제가 3년전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세후 수입이 1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합니다....이와 같은 생각은 이미 오래 전에 마음속으로 굳히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안이고, 혹 다음 자리를 노린 포석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을 수 있겠고, 무엇보다도 스톡옵션을 받은 다른 분들께 공연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먼 훗날 은퇴한 후에 조용히 시행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스톡옵션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자주 취급되면서 더 이상 개인적인 사안으로 치부하기도 어렵게 되었고, 또 통합은행장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해서 원래의 계획이 지연되어서는 안되겠다고 판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CEO로 봉직하고 있으면서 스톡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주주 가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사유를 밝혀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중략)

저는 저의 기여가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또는 세계화의 파도 속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논리에 밀려 소외된 이웃에게 조그만 힘이 되어 드릴 수 있으면 이보다 더한 기쁨이 없겠습니다. 그래서 정의와 신뢰의 불씨가 지켜지고 그 바탕 위에 우리가 선진국으로서 어깨를 펴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한편 금융계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 갖가지 억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김 행장을 손보려고 했는데 청와대가 김 행장의 임기를 보장해 주자 이런 애매한 결론을 끌어 낸 것이 아니겠느냐"며 감사원 음모설을 제기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금감원에 행장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한 것은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국민은행측에 감사자리를 보내려고 했는데 말을 잘 듣지 않자 본때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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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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