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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난타> 공연 초대권을 얻었다. 연극이 97년 시작되어 화제가 됐을 때부터 꼭 한 번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건만 그동안 뭐 그렇게 바쁜 일이 많았다고 이렇게 초대권을 얻고서야, 그리고 초대권을 얻고도 한 달 가량이나 지나 유효일 전 날에야 어수선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난타에 관한 소문은 익히 들어왔고,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우선 극장에 도착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공연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슬라이드로 공연은 시작됐는데 내용이 우리말과 영어, 일본어와 중국어로 쓰여 있어서 과연 국제적인 공연이라는 실감이 들었고, 도입시간이 의외로 길어 좀 지루한 면이 있었지만 배우들의 입장과 동시에 활기차게 시작해서 지루함은 곧 사라졌다.

<난타>의 최대 장점은 대사 없이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쉴틈없이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또 적극적인 관객의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내는 쌍방향의 공연이란 점이다. 관객들은 공연관람자로서가 아니고 공연의 일원이 된 기분을 맘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최초의 악기는 타악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북, 장구, 꽹과리 등 전통적인 타악기와 이들이 어우러진 사물놀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이를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고 지레 고루한 노인들의 문화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난타는 이러한 선입견을 송두리채 바꿔놓는다.

악기가 되는 대상은 각종 요리기구, 쓰레기통, 주방기구 등 두드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이용되고, 거기에 우리의 전통리듬과 소고 등의 형식이 더해져서 우리 전통문화도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통쾌하게 입증한다.

공연이 끝난 후의 호응도는, 연령과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거의 만점에 가까워서 내가 직접 본 국내공연 중 최고로 긴 커튼콜 박수가 이어졌고, 모두들 감흥이 채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배우들이 커튼콜 박수에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과 공연 후 극장 측이 마무리를 너무 서두른 것은 아쉬운 점이다.

요즘 스크린쿼터에 대한 논쟁이 격렬한데 찬반 두 입장 모두 기본적으로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자신들의 주장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말로만 떠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그 전에 자신들이 먼저 우리 문화를 사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본 기자는 돈 안 내고 멋진 공연을 본게 너무 미안해서 유료 관람으로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곧 다가올 방학에 가족들이 손 잡고 우리의 자랑스런 공연 난타극장으로 발을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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