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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러고보니 오래 전부터 유난히 다른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그걸 알고 싶어 마음 졸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어려서부터 소설을 좋아했나 싶기도 하다. 이제 나이도 그만큼 먹었고 하니 소설에서 좀 빠져나올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인 적도 있지만, 결국 나는 소설의 세계로 기꺼이 다시 빠져들기로 마음 먹었다. 거기에는 늘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 마흔 넷에 두 아이 엄마, 결혼 생활 13년 차.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 견딜 수 없다. 만나는 친구마다 묻곤 한다. "요새 어떻게 살아? 너는? 남편은?" 그 질문의 갈피를 슬쩍 들추니, 내 중년의 나이와 우리 부부 중년의 삶이 주춤거리며 머물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한 살 차이인 남편과 나는, 물론 그 내용과 색깔은 전혀 달랐지만,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고 같은 직장의 동료로 만나 6년여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해 두 아이를 두었다. 13년의 결혼 생활 동안 남편은 변함 없이 그 직장에서 계속 일을 했고, 나는 취업, 퇴직, 대학원 진학, 또 다시 취업과 퇴직, 프리랜서로의 전환, 책 발간 등등 말 그대로 무척 변화무쌍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보니, 그동안 노년의 삶에 집중해 일을 하고 생활을 해 온 나의 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년을 향해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준비 없이 맞는 노년이 참으로 위험하며, 그 준비란 결국 중년을 잘 보내는 일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중년은 바로 나의 이야기이며 우리 부부의 이야기였다. '우리 지금 잘 살고 있는가'가 중년에 대한 내 고민의 시작점이었다.

나와 주변 친구들의 중년은 같은 여성으로 겪는 것들이기에 그래도 쉽게 다가왔다. 문제는 남성인 남편의 중년의 삶이었다. 나에게로 쏠려 있던 눈을 돌려 정신 차려 바라본 남편의 생활은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솔직히 그가 꿈꾸었던 일들을 잊고 살았다. 함께 가면 참 좋겠다 생각한 그 길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것도 모른 채, 그저 열심히 열심히 내 발등만 보며 걸었다. 문득 고개 들어 보니 남편은 나와는 다른 저 쪽 길에 홀로 서있었다.

사느라 바빠서, 내 발등의 불이 워낙 뜨거워서, 이런 이유가 참으로 씁쓸했다. 나도 힘들다고, 나는 뭐 이렇게 살고 싶었는 줄 아느냐고, 이런 항변조차 참으로 초라하게 느껴졌다. 남루한 일상은 슬픔의 다른 이름이었으며, 인생의 한 가운데에 서서 지나온 날과 남은 날을 헤아려 보는 가볍지 않은 나이만이 내 삶에 남은 유일한 흔적인 것 같았다.

그럼 중년의 남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집과 직장 틈새에서 고민하며 하루 하루 무거운 발을 끌며 버티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할 뿐, 그 속내를 도저히 들여다 볼 수 없음을 고백한다. 다만 미루어 헤아리고 가슴 무겁게 지켜볼 뿐이다.

〈중년이 행복해지는 여섯 가지 비결〉의 저자 히로카네 켄시는 '50세부터가 후반생'이라고 강조하며, 중년 남성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사회에 나와 진정한 성인으로 살기시작한 지 25년에서 30년 정도가 지났고, 평균 수명에 비춰서 남아 있는 삶도 그 정도이므로 50세를 기준으로 전반생과 후반생을 나누는 저자의 계산법은 합당해 보인다.

그러나 후반생은 전반생에서 저축해 온 것을 토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사회적인 지위, 집이나 토지 등의 재산을 배경으로, 재산을 모으려고 무리하지도 않고, 이해심 많은 얼굴로 온화하게 살아간다'고 설명하는 지점에 이르면 결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라는 현실적인 의문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저자는 큰 욕심 아닌 작은 욕심으로 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인생은 임시 숙소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며 첫 번째 행복의 비결로 '작은 욕심을 부린다'를 꼽는다. 이어서 지나가 버린 날에 대한 후회는 불필요하므로 그 날의 감정은 그 날로 정리하도록 하고, 될 것이라는 기대조차 털어 버릴 것을 권한다. 그래서 두 번째 행복 비결은 '좋지 않은 과거는 깨끗하게 잊어버린다'이다.

세 번째 행복 비결인 '즐거운 것은 진심으로 즐긴다'에서는 취미와 놀이를 진지하게 즐길 것과 배우는 즐거움에 도전하는 생활을 추천하고 있다. 또한 네 번째 비결은 '방황하고 있다면 한 발짝 앞으로 나간다'인데, 직장에서의 감원, 일에서 밀려나는 경우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회사 인간'으로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밖에 없다는 역설 속에는, 감원을 당하든 냉대를 받든 살아가는 데 자신을 잃지 말자는 격려가 담겨있다.

다섯 번째 비결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를 마음 속에 둔다'를 읽다 보면 아내, 자녀, 가족, 친구와의 관계를 어느 선에서 조절할지 생각해 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 여섯 번째 행복 비결 '인생은 일장춘몽임을 깨닫는다'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병과 이별을 어떻게 사귈 것인지에서부터 일장춘몽이라는 생각이 가져다주는 미덕과 죽음 준비의 문제에까지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 책의 기준으로 보면 '후반생'이 시작되는 50세까지 나는 6년, 남편은 7년이 남아있다. 노년 준비가 아니라 이제 50세를 어떻게 맞고 어떻게 시작할지 준비해야 하나…. 위로는 부모님, 아래로는 아이들, 안정을 맛보기도 전에 떠남을 고려해야 하는 직장, 노화의 징조를 수시로 드러내는 몸, 관계 속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수많은 문제들.

중년은 참 힘들다. 나도, 남편도. 그래, 그렇다면 어쩜 가장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할 것은 서로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하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우선 상대가 겪고 있을 몸과 마음의 변화와 어려움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상대가 때론 그 관심과 이해조차 무거워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중년이 행복해지는 비결 여섯 가지〉에 앞서 상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내게 귀띔해 준다. 후반생을 같이 할 짝인데, 행복 비결의 실천보다 서로의 마음 읽어주기가 더 급한 일이라고 나를 자꾸만 재촉한다. 이번에도 실천은 결국 나의 몫이다.

* 중년이 행복해지는 비결 여섯 가지
·작은 욕심을 부린다
·좋지 않은 과거는 깨끗하게 잊어버린다
·즐거운 것은 진심으로 즐긴다
·방황하고 있다면 한 발짝 앞으로 나간다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를 마음 속에 둔다
·인생은 일장춘몽임을 깨닫는다

(중년이 행복해지는 여섯 가지 비결 / 히로카네 켄시 지음, 정인영 옮김 / 아카데미북,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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