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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책은 단지 지식 습득의 수단이 아니라 참 재미있는 것이라는 점을 아이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 책 내용은 잊을지라도 그 시절 나에게 보낸 따뜻한 목소리와 메시지는 각인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그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책 읽어주는 엄마(회장 하은숙)’는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 모임이다.

도서관, 맹학교, 서점 등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책을 읽어주기까지 한달 전부터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은 기본. 매주 목요일 모임을 갖고, 일요일에는 진산 장대울 마을에서 주말농장도 연다.

“주말농장은 아이들에게 체험하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아이를 중심으로 어울리는 거죠. 여러 가족들이 함께 하다보니 내 아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2001년 6월에 결성된‘책 읽어주는 엄마’에서는 주로 어린이 서적만 선정해서 읽는다. 아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문화적, 교육적 이야기가 주요 화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책은 수준 낮은 책이라는 인식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 속에도 우리네 삶과 인생과 철학이 녹아 들어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표현된 것이 어린이 서적인 거죠”

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독후감만이 아니라는 것을 엄마들은 보여주고 있다.

대형 현수막에 책의 등장인물을 캐릭터화 해 아이와 함께 색깔 입히기, 좋은 책 전시회, 딱지를 접어 그 안에 기억나는 장면, 그림, 소감 적기 등. 엄마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

지난해에는‘책나라, 큰잔치’행사를 단 6명의 회원으로 700명이 참가하는 큰 행사로 치러냈다. 후원회 없이 경비는 십시일반으로 마련하고 자원 봉사자도 모집했다.

올해 9월에는 환경적으로 열악한 동구에서‘책나라, 큰잔치’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만들 수 있는 지속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책 읽어주는 엄마’의 문은 언제든지 개방돼 있다.

“내 아이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글자만 알면 상관없습니다. 목소리를 낼 수 없어도 가능합니다. 그런 분들은 청각장애우 어린이에게 큰 도움이 될테니까요.”

때로는 삐뚤삐뚤 맞춤법도 틀린 글씨로 “아줌마가 엄마 같아요. 또 와도 되지요?”라는 익명의 편지를 받을 때 엄마들은 말없는 감동을 느낀다.

“맹학교에서 책 읽어줄 때의 어려움이요? 그런 건 느끼지 못해요. 아이들이 그림은 보지 못하지만 책을 통해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답니다”

책 읽어주는 엄마들은 매일매일 바쁘다. 책 읽는 연습하랴, 행사 계획하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을 준비하는 엄마들 덕에 아이들은 오늘도 파란 하늘 아래서 해맑게 웃을 수 있다.

‘책 읽어주는 엄마’ 하은숙(42) 회장 인터뷰

ⓒ 권윤영
- 모임의 취지는?
"책은 어렸을 때부터 읽어야 하며 아이의 친구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아이들에게 책을 쉽게 접근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엄마들이 바쁘다보니 아이들 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잘 만들어진 독서환경의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모이게 됐다."

- 책을 읽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들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책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엄마들이 책을 읽어줌으로써 아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설거지나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읽어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이도 어른에게 신뢰를 갖고 어른도 아이에게 적극적인 마음을 갖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노하우가 있다면?
"우선 읽어주는 사람이 재미를 느끼고 아이의 연령을 고려해서 책을 선정해야 한다. 책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한 후 이야기 전개에 따라 목소리의 크기, 말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책의 진행에 거슬리지 않는 등장인물 인형이나 간단한 소도구를 이용하면 아이의 집중력이 높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읽을 때 적극적인 자세로 읽어주는 것이다."

- 힘들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참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생업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사실 엄마들에겐 책을 매번 사는 것도, 후원회 없이 십시일반으로 경비를 마련하는 것도 부담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중산층에 국한된 고급문화로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또한 도서관같이 마음놓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지역마다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가 하는 일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됐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쉽게 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나 사랑방 문화를 만들어 없어진 골목문화를 대신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혼자 걷는 백 걸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모이니 현실이 되어 이 자리까지 걸어 온 것처럼 더디 가더라도 함께 걷겠다. 함께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우리 삶 가까이에서 녹아나는 독서문화를 만들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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