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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엠마우스복지관이 마련한 마련한 발대식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대표팀
지난 14일 엠마우스복지관이 마련한 마련한 발대식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대표팀 ⓒ 오마이뉴스 강성관
"기호야, 몸을 더 낮춰야지. 항상 다리를 움직여. 그리고 수비수가 있으면 나가지 말고 골대 앞에 있어."

"(주위를 둘러보며) 이번에는 잘 막은거죠?"

'잘했으면...'하는 안타까움으로 축구 경기를 지켜보던 코치쯤으로 보이는 사내와 '마음대로 잘 안되는 듯'한 선수 사이에 무엇인가를 향한 일치된 마음이 읽혀졌다.

지난 15일 광주여자대학교 본관 뒤 편 양궁 연습장에서는 엠마우스복지관 소속 축구팀과 월성교회 청년회 축구팀의 5인제 축구경기가 한창이었다. 엠마우스복지관 축구팀은 한국을 대표해 오는 20일부터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세계 스페셜올림픽' 5인 축구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날 경기는 한국에서 갖는 마지막 연습 게임이었다. 그래서인지 엠마우스복지관 축구팀 선수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다.

"이 쪽으로 차라니까!"
"아, 그걸 그렇게 차면 어떻게 해?"
"미안합니다."

경기를 하는 내내 서로 소리치고 미안해하면서 구슬땀을 흘리며 마지막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이 진지하다.

이들이 출전할 5인제 축구는, 전후반 15분 경기로 경기장은 길이 50m에 폭은 30m, 골문은 높이 2m에 폭은 4m로 일반 축구경기 보다 규모가 적다.

지난 5일 열린 '슈퍼11축구대회'
지난 5일 열린 '슈퍼11축구대회'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 축구팀은 지난해 9월에 열린 제3회 한국특수올림픽(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세계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지난해 복지관을 이용하는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창단된 지 몇 달만에 벌어진 게임에서 이룬 쾌거였다.

애초 엠마우스복지관은 몇 명의 선수를 발탁, 1위나 2위 성적을 낸 팀 중심으로 구성될 한국대표팀에 합류시킬 계획이었다. 그런데 1위·2위를 차지한 팀이 연령과 재정 문제 등으로 대표팀 참가를 포기해 3위를 한 엠마우스복지관 팀이 대표팀으로 참가하게 됐다는 것이 복지관측의 설명이다.

이 축구팀 선수는 모두 10명이지만 세계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7명. 대표팀은 엠마우스복지관 선수들을 주축으로 엠마우스산업, 선광학교 축구팀원 중 발탁된 선수들로 구성된 일종의 '연합팀'이다.

출전 선수는 광주선광학교에 재학 중인 이병철(20) 선수부터 임영준(42)씨까지 최고 열여섯살 차이가 난다. 이외에 직장을 다니는 김기호(22), 성명주(25), 류재종(26), 김동만(27), 방명렬(30)씨가 대표팀으로 출전한다.

스페셜올림픽?
정신지체인들, 일반인들의 편견 불식 계기 마련

스페셜올림픽은 8세 이상 정신지체장애인이 참가하는 정규 올림픽으로 하계·동계올림픽이 대륙별로 개최되고 있다. 또 각 국가별로 연중 열리며 '특수올림픽'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한국어로 표기할때 특수올림픽, 특수올릭픽위원회로 표기하고 있으나 보통 '특수'를 '스페셜'로 표기함)

한국에서는 한국특수올림픽위원회가 조직돼 지난 2000년부터 매년 한국대회를 치루고 있다. 또 세계대회와 별도로 대륙별 대회도 개최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태평양 지구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은 1963년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가 개최한 정신지체 장애인 1일 캠프가 모체가 되어 1968년 케네디 주니어 재단의 지원아래 스페셜올림픽이 시작됐다.

현재 한국를 포함해 세계 130여개 나라가 특수올림픽위원회에 가입해있다. 한국은 1979년 제5회 뉴욕대회를 시작으로 연속 참여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며 2007년 대회는 중국 열릴 예정이다.

스페셜올림픽위원회는 "정신지체인을 위해 올림픽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운동경기를 마련해 용기를 복돋아주며, 그들의 운동능력과 신체적 욕구에 관한 일반 대중들의 인식을 제고시킴으로써 보다 생산적이고 크게 평가받는 사회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도와주는데 있다"고 올림픽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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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꿈과 자신감 키워가는 사람들

천노엘(엠마우스복지관장) 신부는 "20여년 전 무등갱생원 정신지체인과 처음 광주에서 살게 되었는데 엠마우스 친구들이 한국대표팀으로 출전하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라며 "우리 친구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부는 또 "스페셜 올림픽의 목표는 참여에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 1등을 외치면서 그 외에는 실패자라고 치부하지만 스페셜 올림픽의 최고의 가치는 참여"라고 강조했다.

이춘범 감독도 "몇 등을 하겠다는 욕심보다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면 된다"면서 "건강하게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팀으로 출전하게 될 선수들은 은근히 욕심을 냈다. 마영렬 선수는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게 돼서 기쁘다"며 "잘해서 메달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 스트라이커 류재중 선수는 "처음에는 선수들의 호흡이 안 맞아서 짜증도 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잘 맞는다"면서 "목표는 3위안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기에 성명주 선수는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부풀어있었다. 그는 "한국이 월드컵 4강을 이룬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엠마우스복지관 관장 천노엘 신부
엠마우스복지관 관장 천노엘 신부 ⓒ 오마이뉴스 강성관
지난해부터 엠마우스복지관 축구팀의 연습 파트너 역할을 해온 월성교회 전도사 최정호씨는 "처음에는 몇 명의 선수에게만 의존하고 호흡이 맞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직력이 매우 좋아졌다"며 "놀라울 정도로 기량이 늘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습 시간과 재정적 어려움도 많았다. 이춘범 감독은 "선수들이 거의 대부분 직장인들이다 보니 훈련 시간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면서 "대표팀으로 출전해도 자체적으로 재정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었다"고 전했다.

천노엘 신부는 "우리 친구들이 6개월간 훈련과 합숙을 했는데 (지방)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어서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친구들이 다니는 직장에서 경기 출전을 위해 흔쾌히 장기간 휴가를 내주고 선수들에게 후원금을 지원해 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선수들도 "회사에서 '잘 다녀오라'면서 직장 동료들이 후원금을 거둬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줄 것"

"스페셜올림픽에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해도 훈련이나 교통비 등은 모두 자부담이다. 지난해 한국 스페셜올림픽에서 1위·2위팀도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한 측면이 있다."

나금주 엠마우스복지관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엠마우스복지관 축구팀이 세계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이 좋은' 편이다. 선수들이 다니는 회사측의 배려, 한달 전부터 스폰서로 나선 업체, 개인적 혹은 단체가 나서 모아준 소중한 관심과 후원금 덕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복지관을 함께 이용하는 친구들과 가족들 1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조촐한 발대식도 가졌다. 이날 복지관 대표로 환송사에 나선 장하나씨와 양지영씨는 "우리 친구들이 올림픽에 출전하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며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면서 후원금을 전했다. 여기저기서 "오! 필승 코리아"가 터져나왔다.

천노엘 신부는 지난해 6월 한일월드컵 열기를 보면서 축구팀 창단을 생각했다고 한다. 신부는 "월드컵 때 경기장에 입장해서 경기를 직접 본 친구들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축구를 통해 위축되어 살고 있는 우리 친구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엠마우스복지관팀은 그해 9월에 열린 3회 한국 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에 출전해 3위를 차지했다. 이후 지난 5월 2일 엠마우스복지관은 광주전남지역 정신지체장애인 축구팀을 대상으로 '슈퍼 11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천노엘 신부는 "우리 친구들은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편견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 친구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서 축구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금주 사회복지사도 "우리 친구들은 아무 것도 못한다는 선입견과 뭘 하다가 사고가 날까 염려해 아예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축구를 하고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노엘 신부는 "스페셜 올림픽 정신이 있다면 세계는 평화로울 것"이라며 "우리 엠마우스 친구들이 자신의 한계 때문에 다치기도 하지만, 바보같은 정치인과 관료들의 저능아적인 정책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고 아픔을 겪는다"고 말했다.

축구팀은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런던을 향해 출국했다. 이번 세계 스페셜올림픽은 20일부터 30일까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다.

월성교회와의 연습경기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엠마우스 축구팀
월성교회와의 연습경기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엠마우스 축구팀 ⓒ 오마이뉴스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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