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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결혼 8개월째에 접어드는 동갑내기 맞벌이 부부입니다. 맞벌이라는 핑계로, 또 다른 여러 이유로 결혼생활 8개월 동안 남편에게 해준 밥은 매주 일요일 아침밥이 다입니다.

사실 노력하고 맘먹으면 못할 것도 없지만, 나름대로 항변하자면 저는 결혼 전 매일 아침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출근을 했습니다. 아침을 안먹으면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허한 느낌이 너무나도 심하여 오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이런 내가 결혼하고 나서 아침밥을 과감히 거르게 된 것은 모시고 사는 시어른 때문이었습니다. 시외숙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데, 신혼 초 아침에 부엌에서 밥상을 차릴라 치면 소리를 듣고 나오셔서 이것저것 하시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고, 매우 간단히 아침을 먹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과 달리 거창한 저녁상처럼 되어버려 치우는 시간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또 남편은 결혼 전 원래 아침을 먹고다니지 않았다고 했기에 핑계김에 아침을 거르게 된 거지요. 그렇지만 저는 회사에 출근하여 아침식사가 가능한 식당을 찾아 혼자 밥을 먹곤 했답니다.

그러다보니 남편에게 매우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또 우리 부부의 몸무게가 급격히 증가하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발견되어 서로 합의하에 평일 아침은 간단히 씨리얼과 우유를 마시기로 하였답니다.

점심은 회사에서 먹고 저녁도 잦은 야근탓에 주로 회사에서 먹고 오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주 일요일엔 시어른께서 이른 아침부터 교회에 나가셔서 오후에나 들어오시기 때문에 아침 시간은 둘만 있는 황금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둘이 먹는 유일한 아침밥이 된거구요.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제일 행복한 일이 뭐야?"

결혼 하고 나서 있었던 여러 일을 떠올려보고, 조금 고민을 한 끝에 대답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내가 해준 밥 맛있게 먹을 때."

감동에 감동을 하더군요.

사실 밥을 한다고 말은 하지만, 밥은 전기밥솥이 알아서 하는거고, 할 줄 아는 반찬이 없다보니 계란 후라이, 계란찜, 계란말이 등등을 매주 돌아가며 반찬으로 올렸고, 찌개는 대학시절 MT갈 때 해먹었던 김치찌개 밖에 할 줄 몰라서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 햄을 넣은 김치찌개, 그냥 김치찌개, 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등을 매주 돌아가며 했습니다.

그러니까, 매주 일요일 아침 밥상은 밥, 김치찌개, 계란요리가 전부이었던 거지요. 하지만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처럼 밥 한톨, 찌개 한방울 안남기고 모두 먹습니다. 너무도 미안해서 메뉴선택권을 주어보기도 합니다.

"오늘은 뭐 다른 거 먹고싶은거 없어? 말하면 다 해줄께."
"난 김치찌개가 제일 좋아, 김치찌개 해줘, 참치 넣어서."

그 대답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매주 한번 차리는 밥상이지만, 너무도 맛있게 먹는 남편에게 고마워하며 언젠가는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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